[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롯데 김진욱의 ‘스핏볼’ 논란, 고쳐야 큰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21.04.01 11: 25

3월2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범경기 2회말 종료 후 추평호 주심이 마운드에서 손가락에 침을 바르는 행동을 한 롯데 선발 김진욱에게 주의를 주고 있다. / dreamer@osen.co.kr
투수들은 알게 모르게 저마다 독특한 버릇이 있다. 좋은 습관도 있겠지만, 때로는 규칙에 미세하게 어긋나는 ‘나쁜 버릇’도 있을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 새내기 투수 김진욱(19)은 올해 전문가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는 유망주다. 그런 그가 뜻밖의 나쁜 버릇으로 입길에 올랐다.

3월 2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던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범경기에서 롯데 선발로 나선 김진욱이 투구를 하기 전에 습관적으로 왼손 검지와 중지를 입안에 넣어 침을 바른 뒤에 바지에 슬쩍 문지르는 동작을 반복했다. 실제로 김진욱은 그조차 닦는 게 아니라 그저 닦는 시늉만 냈다.
추평호 주심이 2회 말 투구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김진욱을 불러세워 손가락에 침을 바르는 행위에 대해 주의를 줬다.
그와 관련, 추평호 심판은 “플레이트(투수판)를 밟은 상태에서 침을 바르면 위반이다. 마운드를 벗어나서 바르고 닦아야 한다. 김진욱은 (투수판을) 밟은 상태에서 계속 발랐다. 그러면 안 된다.”면서 “다른 팀에서 어필할 수 있는 사안이다. 시범경기니까 미리 얘기한 것이다. 정식경기에 들어가면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하지 말라’는 정도의 주의를 준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추평호 심판은 김진욱에게 ‘주의’를 준 것은 현 상황에선 ‘계도’ 차원으로 끝났으나 정규리그에 들어가서 그런 일이 계속 벌어진다면 벌칙(볼 선언)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닝이 끝나(2회 말) 투구를 마치고 내려가는 상태에서 얘기한 것이다. 오해의 소지도 있고 어필할 수 있는 사항이니까 고쳐야 된다는 뜻이었다”면서 “계속하면 볼로 처리해야 한다. 신인이고 해서 고쳤으면 좋겠다. 시즌 중에도 하면 심판들이 주의를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 심판은 “(김진욱이) 공이 빠르고 낙차도 컸다. 3회 때만 잠깐 흔들렸지만 공 끝도 좋고 변화구도 좋았다. 고교를 갓 졸업한 선수가 쉽지 않을 텐데 마운드에서 자신감도 보였다”고 호평을 하면서도 “3회에도 바르고 던지기는 던졌다. 덜 묻히고 횟수가 줄었을 뿐이다. 자칫하면 신경 쓰여서 흔들릴 수도 있다. 습관을 무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안 좋은 버릇은 고쳐야 한다. 고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욱의 ‘침 바르는 행위’에 대해 허운 KBO 심판위원장도 당일에 보고를 받았다. 허운 위원장은 “투수판을 밟고 침 바르는 행위는 규칙위반이다. 투수판 원형(통상적으로 잔디를 기준)을 벗어나 닦으면 괜찮다.”면서 “1차 주의를 준 다음 재차 그러면 부정투구로 간주, 볼로 처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BO ‘공식야구규칙 6.02’ 투수의 반칙행위 ⒞투수의 금지 사항에 따르면,
“⑴투수가 투수판을 둘러싼 18피트의 둥근 원 안에 있는 동안 입 또는 입술을 만진 후 공을 바로 만지는 행위. 투수는 공을 만지기 전 또는 투수판을 밟기 전에 투구하는 손의 손가락을 확실하게 닦고 건조 시켜야 한다.⑵공, 손 또는 글러브에 침을 바르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둥근 원안에 있는 동안, 즉 투수판을 밟은 상태에서 침 바르는 행위는 안 된다는 해석이다. 규칙 가운데 ‘건조 시켜야 한다’가 자칫 귀걸이 코 걸이식으로 풀이할 수 있는 애매한 표현이다. 엄밀하게는 슬쩍 문지른다고 해도 타액이 남아 있게 마련이고 그런 행위를 어디까지 용납할 것인가도 시비거리가 될 수 있다.
허운 위원장은 “‘건조 시켜야 한다’는 유니폼에 문지르는 표현의 변형이다. 혓바닥을 내밀어 바르고 유니폼에 닦는 척은 하지만 아무래도 침을 바르면 남아 있을 것이다. (공이) 미끄러워 날씨가 쌀쌀할 때는 침을 바르거나 입김을 불어 넣는 행위는 봐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규정상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허운 위원장은 “침을 바르면 끈기가 생기니까 투수에게 도움이 되는 행위다. 문제의 소지가 있으므로 심판들이 못하게 해야 한다. 외국인 투수들도 그런 동작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규칙에 위배 될 투수의 동작이 몇 가지 있어 시범경기나 연습경기 때 미리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를테면 이중 모션도 마찬가지다.”면서 “김진욱은 거의 습관적으로 그러는 것 같은데 심판들이 확인했으니까 더 주의 깊게 볼 수밖에 없다. 침 바르는 행위는 규칙대로 할 것이다”고 공언했다.
김진욱이 좋은 자질을 지닌 투수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아마추어 시절에 물든 나쁜 버릇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겠지만 훌륭한 투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습관 빨리 고쳐야 한다. 이미 그의 버릇이 심판들의 눈에 규칙위반 행위로 포착된 만큼 완전히 고치지 않는다면 투구가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승부처에서 볼 하나는 의미가 크다. 경기 흐름을 뒤바꾸고 승패에도 큰 영향 미칠 수 있다.
롯데 코칭스태프가 그의 규칙위반 투구행위를 알고도 묵인했는지, 아니면 미처 제대로 살피지 못했는지 자못 의아하다. 알고도 그랬다면, 더욱 무책임한 직무유기고, 알지 못했다면 한심스러운 일이다. 주의를 끌게 된 김진욱의 투구 습관은 정규 시즌에 들어가면 더욱 심판들의 엄한 눈초리를 받게 될 것이다. 공정성을 해치는, 투수한테 유리한 그런 동작은 빨리 고칠수록 선수 자신에게도 이롭다.
글/ 홍윤표 OSEN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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