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6' 공개...작아진 코-으르렁대는 입, 호랑이 얼굴이 보인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1.03.30 17: 03

기아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하는 첫 번째 전용 전기차 'EV6'를 30일 공개했다. ‘EV6 디지털 월드프리미어’라는 이름의 세계 최초 공개 행사가 온라인에서 펼쳐졌다. 행사장에는 'The Kia EV6'의 'GT' 모델이 실물로 전시돼 있었고, 중계 카메라가 앞뒤로, 아래위로, 내외관을 오가며 부지런히 훑었다. 
'EV6'는 기아가 회사명까지 바꾸며 천명한 새로운 시대, 플랜 S를 여는 상징적인 차량이다. 이 차를 부르는 형식도 달라졌다. 종전 방식이었다면 '기아자동차 EV6'가 됐겠지만 새로운 명명법은 ‘The Kia EV6(더 기아 이 브이 식스)’다. 벤츠, BMW, 아우디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차명을 붙이는 방법이다. 
기아는 'EV6'를 기점으로 일반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라 미래형 종합모빌리티 기업이 됐다. 'EV6'로 인해 전동화 시대가 활짝 열렸다. 현대자동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플랫폼은 공유하지만 차별화를 중요한 개발 키워드로 삼은 모습이 분명했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라인업 구성과 퍼포먼스 특성도 달리하려고 애썼다. 휠베이스가 다르니 실내 공간 구성도 다르다. 
디자인에서는 새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가 적용됐다. 상호 대비적인 개념을 결합해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으로 풀이된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도 오퍼짓 유나이티드의 중요한 실행 요소다. 
▲ 코 아래 포효하는 입까지, 마침내 완성된 이목구비
오퍼짓 유나이티드가 구현된 전면부 디자인은 드디어 호랑이가 '얼굴'을 찾은 모양새다. 그 동안의 내연기관 디자인은 '코'는 뚜렷했지만 '입'은 찾기가 어려웠다. 외부 공기 유입이 중요한 라디에이터가 필수 기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형상화 된 '코'는 강렬한 전면부 인상을 위해 비현실적으로 비대해 지고 있었다. 그게 근래의 트렌드였다. 
그런데 전기차라면 다르다. 공기 저항을 불러오는 라디에이터가 필요없다. 'EV6'는 대신 코 아래에 있는 '입'에다 힘을 줬다. 코 양옆에 있는 눈의 비중도 키웠다. 이제야 이목구비가 제대로 갖춰졌다. 기아가 '타이거 노즈'라 주창했던 이미지는 작은 흔적으로만 남아 있고, 제대로 된 호랑이 얼굴이 만들어졌다. 기아는 이 디자인을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라 불렀다.
카림 하비브 기아디자인센터 전무는 “타이거 노즈가 타이거 페이스로 진화하면서 전면부 이미지는 다이내믹해지고 파워풀해졌다. (페이스) 하단의 버티컬 윙으로 스포츠 카를 연상 시키는 디자인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하비브 전무가 말한 '스포츠 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은 'EV6'의 중요한 차별점이다. 'EV6'의 라인업에는 최고출력 584마력을 내는 고성능 'GT' 모델이 있다. 
▲ 람보르기니 포르쉐 맥라렌과 400미터 드래그 레이스 
기자들에게만 공개된 'EV6'의 유튜브 홍보 영상에는 세계적인 슈퍼카들과 400미터 드래그 레이스를 펼치는 장면이 나온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벤츠-AMG GT, 맥라렌 570S, 포르쉐 911 타르가4, 페라리 캘리포니아T와 나란히 선 'EV6'는 400미터를 질주한 끝에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다. 'EV6'보다 앞선 차는 맥라렌 570S 뿐이었다. 'EV6'의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3.5초에 불과하다. 이 차는 내년 하반기 일반에 판매된다. 
EV6의 근간을 이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는 모듈화 구성을 기반으로 여러가지 목적에 맞춘 다양한 모델 구성이 가능하다. EV6 GT는 430kW급 듀얼모터로 고성능을 구현했다. 고출력 584마력(ps)과 최대토크 740Nm(75.5kgf·m)의 스펙이다. 최고속도는 260km/h로 제한된다. 한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기록이다.
EV6 GT에는 급격한 가속과 코너링 등 극한의 주행상황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즐길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기반의 전자식 차동 제한 기능(e-LSD), 전자 제어 서스펜션(ECS), 21인치 퍼포먼스 휠&타이어, 대용량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된다. 
EV6 GT는 디자인도 다르다. 전면부 범퍼 하단 공기 흡입구 부분을 보다 역동적으로 형상화해 최첨단 느낌을 주면서도 한층 날렵한 인상을 더했다. 측면에는 차체 색과 동일한 바디 컬러 클래딩이 적용돼 세련된 느낌을 줬으며 대시보드와 테일게이트에는 GT 앰블럼이 부착된다.
기아 연구개발본부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EV6 GT 모델은 기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어떤 주행 조건에서도 자신감 있는 제어와 역동적인 핸들링을 가능하도록 개발됐다”며 “EV6 GT와 함께라면 친환경과 고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범퍼하단 공기 흡입구가 포효하는 입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의 포효하는 입은 사실 공기 흡입구다. 전면 범퍼 하단에 길게 자리잡은 공기 흡입구는 EV6를 한층 더 시각적으로 넓어 보이게 한다. 기능적으로는 전기차의 평평한 바닥으로 공기가 흐르도록 유도해 공기저항을 최소화한다. 액티브 에어 플랩(Active Air Flap, AAF)도 적용돼 공기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제어한다.
측면부는 사이드 하단에서부터 리어 휠하우스를 관통해 테일 램프까지 이어지는 ‘다이내믹 캐릭터’가 EV6에 강력한 존재감을 부여한다. 여기에 유니크한 형상의 C필러 가니시 조형은 마치 차량의 루프를 떠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후면부의 리어 데크 스포일러는 LED 램프와 통합돼 다이내믹한 캐릭터를 완성하면서 윙 타입 루프 스포일러와 함께 최적의 공기역학적 성능을 구현한다. 윙 타입 루프 스포일러는 공기 흐름을 개선해 소음과 공기 저항을 낮춰줄 뿐 아니라 공력을 이용해 리어 윈도우의 물방울을 제거하는 기능이 더해져 와이퍼 없이 깔끔한 뒷모습을 완성한다. 
▲ 18분만에 80% 충전  
EV6에는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이 적용됐다.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은 차량의 구동용 모터와 인버터를 활용해 충전기에서 공급되는 400V 전압을 차량 시스템에 최적화된 800V로 승압해 안정적이고 신속한 충전을 가능하게 해준다.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18분만에 10%에서 최대 80%까지의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며, 단 4분 30초의 충전 만으로도 100km 이상(WLTP 기준)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충전효율을 끌어올렸다. 
EV6는 움직이는 에너지 저장소(Energy Storage System, ESS)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차량 외부로 220V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 덕분인데, 이를 활용하면 이동식 거실이 된다. 일반 가정의 시간당 평균 전기 소비량인 3kW보다 높은 3.6kW의 소비전력을 제공해 차 주변에서 가전 기기를 편하게 쓸 수 있다. 55인치 TV를 최대 24시간동안 작동할 수 있는 전력량이며, 필요한 경우 다른 전기차를 충전할 수도 있다. 충전 편의성도 놓치지 않았다. 충전 케이블 연결 즉시 자동으로 인증과 결제 절차가 진행돼 바로 충전을 시작할 수 있는 PnC(Plug & Charge) 기능이 적용됐다. 
EV6는 77.4kWh 배터리가 장착된 롱 레인지 모델과 58.0kWh 배터리가 장착된 스탠다드 모델 두 가지로 운영되며, 후륜에 기본으로 탑재되는 160kW급 전동모터와 짝을 이뤄 1회 충전 시 최대 51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 롱 레인지 모델, 2WD, 19” 휠, 유럽 인증 WLTP 기준 방식으로 측정한 당사 연구소 예상치 기준)
또한 EV6는 전륜 모터를 추가해 후륜 구동 방식과 사륜 구동 방식 선택이 가능하다. 사륜 구동 옵션을 선택할 경우 전∙후륜 합산 최고출력 239kW, 최대토크 605Nm의 동력성능을 갖춰 험로에서도 자신감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모터와 구동축을 주행상황에 맞춰 분리 또는 연결할 수 있는 디스커넥터 구동 시스템(Disconnector Actuator System, DAS)을 탑재해 후륜과 사륜 구동방식을 자유롭게 전환함으로써 동력손실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 휠베이스 2,900mm, 아이오닉5는 3,000mm인데?
EV6의 휠베이스(축간거리)는 2,900mm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같은 플랫폼이지만 휠베이스가 차이가 난다. 아이오닉5는 축간거리가 3,000mm다. 미세하지만 아이오닉5 보다는 실내 공간을 줄이고 트렁크 공간을 키웠다. 공간적인 배분보다는 디자인적 특성을 위해 조정된 수치로 보인다.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는 같은 차급에서 구성비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세단, SUV, CUV로도 변신이 자유롭다. 2,900mm의 축간거리만 해도 준대형급 SUV를 웃돈다. 고전압배터리가 차체 아래 낮고 넓게 자리잡은 덕분에 가능한 재주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와이드하게 배치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슬림한 대시보드와 함께 차량의 내부를 더욱 넓어 보이게 한다. 여기에 중앙에 떠 있는 듯한 센터콘솔은 미래지향적인 감성을 전달한다. EV6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전기차 전용 시트는 기존의 정형화된 소재와 디자인에서 탈피해 얇고 가벼우면서도 탑승객이 지속적으로 쾌적함과 안락함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EV6는 520ℓ(VDA 기준)의 트렁크 공간과 함께 여유로운 실내 공간성을 구현했으며,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최대 1,300ℓ까지 추가 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전방 후드안에 위치한 프론트 트렁크가 추가 적재 공간을 제공한다. 
기아 대표이사 송호성 사장은 “기아의 새로운 변화를 상징하는 EV6는 다이내믹한 디자인과 진보적인 첨단 기술, 짜릿한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고객들의 모든 여정에 영감을 불어넣고자 설계했다”며 “아울러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제조 공정과 소재 등 미세한 부분까지 친환경성을 지향하는 기아의 의지와 노력을 담아냈다”고 밝혔다.
기아는 먼저 EV6의 스탠다드, 롱 레인지, GT-Line 모델을 연내 출시하고, 추후 EV6의 고성능 버전인 GT 모델을 더해 총 4가지 라인업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기아는 EV6의 국내 사전예약을 31일부터 시작한다. 
EV6의 모델 별 시작 판매 가격은 ▲스탠다드 4,000만원대 후반 ▲롱 레인지 5,000만원대 중반 ▲GT-Line 5,000만원대 후반 ▲GT 7,000만원대 초반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전기차 세제 혜택 전, 개별소비세 3.5% 기준 / 사전 계약 일정과 확정 가격 및 세제 혜택 후 가격은 추후 공개 예정)
전기차에 적용되고 있는 개별소비세 혜택(최대 300만원)과 구매보조금(1,200만원 / 서울시 기준)을 반영할 경우, 스탠다드는 3,000만원대 중반, 롱 레인지는 3,000만원대 후반의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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