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이 대형화, 고급화, SUV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한때 대표주자였던 중형 세단의 판매 추이가 그 경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형 세단인 현대 그랜저가 국내 연간 판매 1위를 지킨 지 벌써 4년째다. 지난 해 중형세단 판매 Top 2인 현대 쏘나타(4만 8,067대)와 기아 K5(7만 9,072대)는 둘을 합쳐도(12만 7,139대) 그랜저(14만 4,188대)를 당해내지 못했다.
그러면 중형세단은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 비중이 예전만큼 못할 뿐, 여전히 핵심 세그먼트이다. 소형에서 중형, 그리고 대형으로 이어지는 허리 모델이자 가장 장점이 많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소형 세단의 경제성과 대형 세단의 편안함을 다 갖추고 있는 모델이 바로 중형세단이다. 역사적으로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기틀을 다진 핵심 세그먼트다. 제조사들이 개발한 각종 첨단 기술들을 가장 대중화된 상태로 상품화하는 차종이 중형세단이다. 제조사들이 오랜 세월 중형세단에 쏟은 정성과 가치는 다른 세그먼트와 비교 불가능하다.
▲중형세단의 미덕은 역시 편안함
세계적인 자동차 트렌드가 SUV이긴 하다. 국내 역시 SUV가 대세다. 공간 활용성이나 험로주행 등 SUV 차종이 주는 장점이 분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세단을 따라갈 수 없는 단점도 수두룩하다. 주행안정감과 승차감은 세단의 낮은 차체에서 오는 구조적 장점을 넘지 못한다. 이 두 요소는 자동차의 본질적인 성능에 속한다.
SUV처럼 무게중심이 높으면 앞뒤 좌우 흔들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탑승자가 느끼는 피로 역시 크다. 운동성능도 마찬가지다. 무게 중심이 높으면 회전이 굼뜨게 된다. 차체가 낮으면 더 안정감 있게 빨리 돌고 바람 저항도 적게 받는다. SUV 중심의 요즘 트렌드는 활용성이 본질적 성능보다 더 높이 평가받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아는 사람만 아는 중형세단의 가성비
국산 중형세단의 가격대는 2,000만 원대 초반에서 3,000만 원대 중반까지 형성돼 있다. 현대 쏘나타가 2,386만원, 르노삼성 SM6가 2,401만원, 기아 K5가 2,356만원부터 시작한다. 시작가격은 소형 SUV 가격대와 비슷하다. 차급은 두 단계나 높지만 같은 가격대인 셈이다.
준중형 세단 아반떼 역시 중형세단에 기본 장착되는 편의 사양들을 적용하면 2,000만 원대 중반은 훌쩍 넘는다. 소형이나 준중형 대신 중형을 선택하면 더 넓은 공간은 기본이고 더 높은 출력과 각종 안전장비를 누릴 수 있다.
▲‘찐’실속파 르노삼성 SM6
중형세단 중에서 가장 최근에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한 모델이 르노삼성 SM6다. 약간의 디자인 변화가 있었지만 더 주목해야 할 변화는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업그레이드에 있다. 흔히 말하는 신차급 페이스리프트였다. 상대적으로 디자인이 적게 바뀐 탓에 사람들이 변화의 폭을 적게 느끼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특히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주목할만하다. 오랫동안 중형세단 엔진의 기본 중의 기본으로 정해져 있던 2리터 가솔린 엔진을 완전히 걷어냈다. 글로벌 트렌드에 가장 앞선 브랜드답게 1.3ℓ와 1.8ℓ 터보 다운사이징 엔진으로 모두 갈아 끼웠다.
1.3리터 터보엔진을 탑재한 TCe 260은 경쟁차량들의 2.0ℓ 엔진에 대응한다. 이 엔진은 르노 그룹과 다임러가 공동개발한 신형 4기통 1.3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다.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 토크 26.5㎏·m의 성능으로 특히, 실용 주행 영역인 1,500~3,500rpm 구간 내에서 우수한 파워와 토크를 발휘한다. 경쟁차의 2.0ℓ 엔진은 십 수년간 제자리 수준인 20.0㎏·m 토크를 낸다. 토크가 실제 차량의 가속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SM6 중 가장 기본인 TCe 260만하더라도 경쟁차와 성향이 완전 다른 다이내믹한 성능을 맛볼 수 있다.
연비 역시 13.6㎞/ℓ(16/17인치 타이어 기준)로 국산 가솔린 중형세단 가운데 가장 좋은 수준을 유지한다. 여기에 TCe 300과 TCe 260 두 가지 엔진 모두 빠른 응답성을 자랑하는 게트락(GETRAG)의 7단 습식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쓰고 있다. 이 변속기는 엔진의 동력을 주저하지 않고 바퀴에 전달한다.
▲벼리고 벼린 디자인
디자인에서는 약간의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많이 바뀐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SM6 디자인이 처음 국내에 선보인 지 5년이 됐지만 세련됨은 여전하다.
최근의 페이스리프트에서는 가벼운 터치로 완성도를 높였다. 디자인 본고장인 프랑스의 DNA가 그대로 살아있다. ‘프렌치 시크’라는 별명을 붙여도 될 만큼 우아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근육질 속살을 감싸고 있다.
신형 SM6는 자동차 디자인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보디 비율이 우아한 자태를 떠올리도록 디자인됐다. LED 매트릭스 비전 헤드램프를 동급 최초로 적용해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을 더했다. 다이내믹 턴 시그널 역시 우아함을 더해주는 요소다.
이 밖에도 ‘LED 매트릭스 비전(MATRIX VISION)’ 헤드램프를 동급 최초로 적용했고, 프런트와 리어 댐퍼에 MVS(모듈러 밸브 시스템)를 달아 승차감을 개선했다. TCe 300에는 실내에 유입되는 엔진 소음의 반대 위상 음파를 내보내 소음을 줄여주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을 동급 최초로 기본 적용했고, 인테리어 디자인 또한 미적 감각과 첨단기술을 조화롭게 담아냈다.
가격대도 놀랍다. TCe 260 엔트리 모델인 SE 트림은 2,450만원에서 시작한다. 충분히 첫차로도 접근 가능한 가격대다. 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는 “중형세단이지만 합리적인 가격대와 경쟁 차량을 한발 앞선 첨단 파워트레인과 프리미엄 디자인을 갖춘 SM6가 실속을 따지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더 작은 등급 차량 가격대에서 높은 안전성과 넓은 공간을 비롯한 더 높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TCe 260 모델은 ▲SE 트림 2,450만원 ▲SE Plus 트림 2,681만원 ▲LE 트림 2,896만원 ▲RE트림 3,112만원 ▲프리미에르 3,265만원으로 책정됐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