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서지』 22호, 청마시초(靑馬詩抄) 재킷, 아동잡지 목마(木馬) 창간호 최초 발굴, 공개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21.03.25 12: 14

[OSEN=홍윤표 선임기자] 최근 발간된 『근대서지』 22호(2020년 하반기호, 소명출판 발행)가 희귀한 청마시초(靑馬詩抄) 재킷과 아동잡지 목마(木馬) 창간호를 국내 최초로 발굴, 공개했다.
‘재킷(jacket)’은 다른 표현으로 책 가위라고도 한다. 책 가위는 ‘책의 겉장이 상하지 아니하게 종이, 비닐, 헝겊 따위로 덧씌우는 일, 또는 그런 물건’이다.(국립국어원)
책 가위는 오래될수록 훼손되기 쉬워 원형 그대로 보존된 책을 보기가 어렵다. 이번에 근대서지학회(회장 오영식)가 찾아낸 청마(靑馬) 유치환(1908~1967)의 첫 시집인 『청마시초』(1939년 청색지사 발행)의 책 가위는 80년 세월이 무색하리만치 발간 당시 원형 그대로 거의 남아 있다. 청마시초의 표지 장정은 시인 이상의 초상화를 그린 것으로도 유명한 서양화가 구본웅(1906~1953)의 솜씨다.

근대서지학회가 반년간 지로 펴내고 있는 『근대서지』 22호의 표지를 장식한 『청마시초』 책 가위는 구본웅의 ‘야수파 표현주의적 화풍’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여태껏 『청마시초』의 표지는 붉은색 한지를 입힌 하드커버에 시집명(靑馬詩抄)을 세로쓰기로 인쇄한 책만 남아 있었다.
임화 시인의 시집 현해탄(1938년 발행) 표지 그림도 그렸던 구본웅은 그 시집에서 거센 파도를 활달하게 묘사했던 것처럼 『청마시초』의 책 가위 그림도 시집 이름에 걸맞게 역동적인 ‘청마(푸른 말)’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근대서지학회는 그동안 ‘이 세상 어디에도 찾을 수 없고, 어디에서도 구해볼 수 없는 귀한 자료’를 찾아내 연구자들에게 연결, 실증적인 분석을 『근대서지』에 실어 문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새로운 자료 발굴 소개가 본령인 『근대서지』 답게 이번 호에도 수필가 김소운이 주재했던 아동교육잡지 『목마(木馬』 창간호(1935년)를 발굴, 문학계에 알렸다.
『목근통신(木槿通信)』 『마이동풍첩(馬耳東風帖)』 같은 수필집으로 잘 알려진 김소운은 일제강점기에 아동잡지 발간에도 심혈을 기울인 문인이었다. 그는 1933년에 일본에서 귀국, 『아동세계』(1934년 9월 창간)와 『신아동』(1935년 9월 창간)을 잇달아 발간한 데 이어 『목마(木馬)』를 창간, 1935년 12월 5일에 제1권 제1호(조선아동교육회 발행, 정가 9전)를 펴냈다.
한글과 일본어를 병행한 『목마』 창간호는 여태껏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으나 일본 릿쿄대 김광식 겸임 강사가 일본 이와테현 오슈시에 있는 사이토 마코토(齋藤實) 기념관 소장 자료를 촬영, 한국에 최초로 소개하게 됐다. 『목마』 창간호는 김소운이 월보, 전단지와 함께 조선총독을 지낸 사이토 마코토에게 증정한 것이다.
김광식 씨는 『목마』 창간호에 대해 “지금까지 온전하게 소개되지 못해 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이번 기획을 통해 그 전모가 밝혀지게 됐다”면서 “우선 삽화와 컷은 변동성, 구본웅, 정현웅, 스즈키 타로 등이 담당했고, 특집으로 다룬 세계동화독본은 러시아, 이태리, 불란서, 독일, 영국, 덴마크, 인도 동화를 소개했는데 김해경과 송경이 번역했다.”고 설명했다.
김소운이 이 잡지 ‘교정을 마치고’에 실은 글에 따르면 『목마』 창간호는 1만 부를 발행했다. 일제 강점기 막판에 몇 편의 친일 관련 글로 비난도 받았던 김소운은 또 ‘잡지 발간을 위해 총독부 학무국을 드나드는 것에 대해 사이비 예술가, 어용 시인이라고 직접, 간접으로 비난하는 것에 대해 나에게 이토록 괴롭고 슬픈 일은 없지만, 이에 미소로써 애써 참아왔다’는 항변의 글도 ‘신변잡기’에 실었다. 이래저래 잡지 발간이 순탄치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근대서지』 22호는 권말에 『목마』 창간호 전면을 영인해서 복원해 놓는 한편 이지영 효문고 교사의 번역으로 ‘참새 쫓기’, ‘까마귀의 지혜’ 같은 동화도 소개했다.
한편, 『근대서지』 22호에는 아동문학 관련, 『아희생활/아이생활』(정용서), 『별나라』(정선희), 『소년조선일보』 아동문학자료 목차를 정리했다. 아울러 북한자료 특집으로 월북 화가 김용준의 『단원 김홍도』 해제(김미정), 1950년대 말~1960년대 초 북한 과학원의 구전자료 수집 사업과 『인민창작』 창간의 의미(김영희), 리원우 연구를 위한 실증적 바탕(박태일), 북한미술, ‘항미원조’를 그리다(홍성후) 등 의미 있는 논문도 수록했다.
근대서지학회 오영식 회장은 편집 후기를 통해 “국외 문화재를 조사하고 그 환수에 노력하는 기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 대상의 범위를 불경을 비롯한 조선시대 전적에 그치지 말고 근대출판 자료까지 확대시켜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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