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36번→리틀야구 13번’ 이형종의 간절함 “안 아프고 야구할 때 번호라…”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1.02.25 20: 14

 LG 외야수 이형종(32)에게 물었다. 
‘혹시 부적 같은 것을 시도해봤는지…’ 그러자 “개인적으로 그런 것은 잘 안 믿어서…등번호는 새로운 마음으로 해보자는 뜻에서 바꿨다”고 답했다. 
이형종은 LG팬들에게 안타까운 ‘부상의 아이콘’이다. 한 때 방황을 겪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1년마다 성장세가 돋보이는 이형종은 매년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LG 이형종과 이영빈(오른쪽)이 훈련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이형종은 2013년 임의탈퇴에서 복귀해 2군에서 타자 전향을 시도했고, 2016시즌 1군에 타자로 데뷔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크고작은 부상을 당했다. 그는 “지난해 손등을 다쳤고, 19년에는 슬라이딩하다 손을 다쳤다. 18년에는 무릎을 다쳤고, 16년과 17년에도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부상이 있었다”고 부상 이력을 줄줄이 언급했다. 
2018년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첫 연습경기에서 2루에서 3루로 도루를 하다 무릎 부상을 당해 귀국했다. 지난해는 개막 직전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이용찬의 투구에 왼손등을 맞아 골절 부상으로 7월에서야 복귀했다. 그는 “매년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좋은 컨디션일 때 다쳤다. 시즌 때 다치면 차라리 낫겠다”고 한숨 쉬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36번에서 13번으로 등번호를 바꿨다. 그는 “고교 때 36번을 달아서 애착이 있지만, 그 번호 달고서 아프기도 했다. 프로에 와서 복귀할 때 다시 달았는데 계속 부상을 당해서…”라고 했다. 
프로 입단 후 47번-20번을 달았고 임의탈퇴 복귀 후 36번을 달았다. 13번은 초등학교 리틀야구 때 단 번호다. 그는 “초등학교 때 국가대표팀 비슷한 것으로 미국으로 갈 때 13번을 달았다. 내가 숫자 3과 6을 좋아한다. 3이 들어간 번호이기도 해서 13번을 다시 골랐다”며 고 설명했다. 
13은 서양에서는 불길한 숫자, 이형종은 “당시 미국 갈 때 그런 이야기도 들었다. 괜찮았고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LG  이형종이 타격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ksl0919@osen.co.kr
정말 부상만 없다면, 이형종이 올 시즌 어떤 성적을 보여줄지 쉽게 짐작되지 않는다. 후배 오지환은 “형종이 형은 작년에 2달 넘게 쉬고도 17홈런을 기록했다. 풀타임 뛰면 30홈런도 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종은 “지환이가 너무 높게 봐주는 것 같다”고 웃으며 “타자로서 경험이 점점 쌓이고 스윙도 정립되면서 성적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종은 지난해 81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6리 17홈런 50타점, 장타율 .547, OPS .915를 기록했다. 풀타임을 뛴 라모스, 김현수에 이어 팀내 홈런 3위. 장타율은 2위였다. 오지환의 말대로 부상없이 풀타임을 뛴다면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30홈런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이형종은 부상을 조심하면서도 팀내 치열한 외야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5명의 외야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그는 “이전에는 부담된다고 말했을텐데, 이제는 준비한 만큼 자신감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작년까지는 스스로를 너무 낮췄는데, 멘털적으로도 성장을 하면서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밖으로 드러내고 있다. “책임감과 자신감을 갖고 멘탈도 단단해졌다”고 했다. 
풀스윙이 어느 정도 정립이 됐고, 심리적으로도 강해졌다는 이형종. 지난해 1할 넘게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장타력으로 LG 타선에 무게감을 더하려고 한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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