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내가 한화의 마지막 홈런왕이다”.
평소 겸손이 몸에 밴 김태균이 먼저 그런 말을 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1차 캠프 기간 프리 배팅에서 보여준 힐리의 괴력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 거제 하청 스포츠타운의 보조구장 좌측 바깥의 주차장에는 ‘홈런볼 주의’ 현수막이 붙여져 있었는데 마치 힐리 주의보와 같았다.
보조구장은 홈에서 펜스까지 좌우 거리 92m로 짧긴 하지만 그물망이 높게 쳐져있다. 하지만 혹시 모를 타구에 차량 파손과 주차장 이용 자제를 부탁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실제 1차 캠프 기간 차량이 파손되는 일은 없었지만 그물망을 넘어 담장 밖 건물 지붕을 맞히는 대형 타구들이 나와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193cm 104kg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힐리는 메이저리그에서 5시즌 통산 69홈런을 터뜨린 거포다. 특히 2017~2018년에는 각각 25개, 24개로 2년 연속 20홈런 이상 기록했다. 당초 외야와 1루 수비를 겸할 수 있는 외국인 타자를 찾던 한화는 힐리가 시장에 나오자 방향을 틀었다.
신규 외국인 선수 최대치인 100만 달러를 한 번에 제시해 속전속결로 잡았다. 수비는 내야로 제한되지만 팀의 최대 취약점인 장타력을 메울 수 있는 최적의 카드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준비 과정도 순조롭다. 조니 워싱턴 한화 타격코치는 “메이저리그 때처럼 본인 스타일을 잘 살린다면 충분히 잘할 것이다. 건강만 유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허리와 엉덩이 부상으로 고생하며 하락세를 걸었지만 지금은 통증 없이 건강하다.
힐리도 “커리어 내내 보여준 장타력이 한화에 온 이유”라며 팀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2008년 김태균 이후 13년만의 한화 소속 홈런왕 도전에 대한 기대도 크다. 다만 대전 홈구장이 2013년 펜스를 뒤로 미루며 확장한 뒤로 잠실구장 다음 가는 규모로 커졌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다. 2013년 이후 한화에서 가장 홈런왕에 근접한 선수는 2017년 윌린 로사리오로 홈런 37개를 치며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1위는 SK 최정(4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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