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최첨단 피칭랩, 학술지 투고로 ‘K-야구’ 전파한다 [오!쎈 부산캠프]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2.17 11: 18

지난 16일 부산 사직구장 4층. 롯데 구단은 약 1년 여간 담당 취재진에게도 베일에 쌓여두게 했던 최첨단 피칭랩(Pitching lab) 시설을 공개했다.
롯데는 지난해 2월, 생체역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 부상 방지와 경기력 향상에 필요한 운동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피칭랩 시설을 설치했다. 약 2억 원의 비용을 들여서 모션 촬영 카메라와 인식 장비, 지면 반력기와 연동 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선수의 관절에 센서를 부착해 최적화 된 투구폼과 타격폼을 찾고 신체에 적합한 관절의 각도와 각가속도, 내부의 파워를 측정해 선수 육성과 재활에 활용하려는 목적이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서 수 년간 선진 시스템을 경험한 성민규 단장은 육성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한 끝에 피칭랩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컵스는 홈구장인 리글리필드, 스프링캠프지인 애리조나주 메사에 피칭랩을 설치해 선수 육성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구단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날 피칭랩 시설에서는 ‘특급 신인’ 좌완 김진욱이 처음으로 입성했다. 속옷 하의만 입은채 약 30여 개의 센서를 부착하고 데이터를 측정했다. 김진욱은 “피칭랩에서 투구를 하면 투구폼 등이 3D모션 등으로 나온다고 해서 긍금하기도 하고 신기했다. 팔이 올라오는 타이밍이나 어디서 어떻게 힘이 쓰여지는지, 팔 각도가 어떤지에 대한 세세한 부분들을 데이터로 알려주시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호기심을 보였다.
피칭랩 관리는 선수들을 관리하는 박현우 스카우트・육성 총괄과 데이터를 측정하고 산출하는 R&D팀이 맡고 있다. 박현우 총괄은 1년 만에 피칭랩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특별히 늦게 공개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이제 1년 동안 많은 우리 선수들이 많은 데이터를 쌓았고 어느 정도 신인 선수들에게도 적용할만큼의 데이터를 쌓았다”며 “선수들이 어떻게 피칭랩을 활용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육성을 해나갈 것인지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공개를 했다”고 밝혔다.
롯데의 모든 투수들, 그리고 야수들까지도 모두 피칭랩 시설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개선점과 육성 방향을 설정했다. 박 총괄은 “3개월마다 측정해서 피드백을 받고 있고 발전 방향을 확인하고 있다. 스트레일리도 이곳에서 측정을 하고 데이터를 쌓았다”고 귀띔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명칭은 피칭랩이지만 야수들도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타자들은 스윙을 할 때 하체의 중심 이동이 어떤 타이밍이 이뤄지는지, 포수들의 경우에는 스텝이 얼마나 빠르게 이동되는지를 측정해 팝타임을 줄일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총괄은 피칭랩의 목적에 대해 “일단 기본적인 데이터 수집이 목적이다. 병원에서 MRI 찍듯이 선수의 피칭을 생체역학적으로 분석해서 어떤 것이 잘 되고 있고 분석해서 더 좋은 선수를 만들기 위한 발전 방향과 트레이닝 플랜을 짜는 것이 목적이다”면서 “이 자료들을 토대로 선수와 코칭스태프, 프런트에 똑같은 데이터를 공유한다. 스포츠사이언스팀에서는 어떻게 트레이닝을 해야할지, 현장에서는 개선점들이 잘 적용이 되고 있는지 협업하고 확인한다. 감이 아닌 사실과 데이터에 기반한 육성 플랜을 짜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약 1년 여의 시간 동안 방대한 데이터가 쌓였다. 유의미한 성과도 확인했다. 박현우 총괄은 “육성에서 선수들이 데이터를 철저히 인식했고 코칭스태프도 이제는 정성적 평가가 아닌 정량적 데이터를 토대로 육성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성과다”면서 “특히 2군 투수들의 구속 향상, 회전 효율에 대해서는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상 선수들의 재활 과정에서도 피칭랩이 효과를 볼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만약 수술한 선수의 경우 회복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측정해 재활의 완성도를 몸의 속도와 관절의 각도로 측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첨단 피칭랩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선수 육성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1군에서의 성적을 내는 것이다. “좋은 시설과 육성 플랜을 갖고 있더라도 결과적으로 1군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피칭랩으로 육성한 선수들이 롯데가 우승할 때 주축 멤버로 활약하는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박 총괄이다.
그러나 우승보다 더 큰 꿈을 꾸는 롯데다. 현재 피칭랩 데이터를 서울대 운동역학실험실과 협력해서 분석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쌓은 결과를 학술지에 투고해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이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현우 총괄은 “서울대와 협력해서 쌓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해서 올해가 끝나면 국제 저널에 투고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 연수를 받지 않아도 한국에서도 미국 못지 않은 데이터와 이론을 만들어서 학술지에 투고한다면 한국 야구만의 육성 노하우를 알릴 수 있고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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