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2020' 이승진이 깨달은 성장의 순간 '3연투 무실점'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21.01.21 11: 03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고 해야 할까요?"
이승진(26・두산)은 2020년을 돌아보며 "기적이 일어났던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2020년 5월 29일 트레이드로 SK 와이번스에서 두산 베어스로 이적한 그는 첫 두 번의 등판에서 140km 초반의 공을 던지면서 타자들에게 공략을 당했다.

2군에서 집중 레슨을 받은 그가 다시 1군에 올라왔을 때는 완전히 달라졌다. 구속이 150km까지 나오기 시작하면서 타자를 압도했고, 김태형 감독은 필승조로 이승진을 기용하기 시작했다. 정규시즌에서 33경기 2승 4패 5홀드를 기록한 그는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6⅔이닝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70으로 위력을 한껏 뽐냈다.
이승진은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고 이야기 해야할까"라고 웃으며 "선발로 시작해 마무리 투수까지 한 것도 그렇고, 지난 시즌 종료 후 주변에서도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특히 부모님께서 '자랑스럽다'고 해주셔서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한국시리즈. 이승진은 "마무리투수로 한국시리즈에 등판했던 때가 가장 생각난다. 쫄깃했다고 해야할까. 긴장을 즐겼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맞고 나니 더 재미있더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리고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KT전 3연투가 기억 난다. 그동안 나는 연투를 하면 볼이 느려졌는데, 그 때는 갈수록 볼이 빨라졌다. 3연투 모두 잘 던져서 뿌듯했다. 연투를 할 때마다 공이 빨라지는 느낌이 나서 '더 발전했구나'라고 느꼈다"고 흐뭇해했다.
다만, 우승까지 닿지 않은 한국시리즈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승진은 "경기 중간 '이길 수 있겠다'라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다 끝나고 나서 '위 아 더 챔피언' 노래가 나오고 NC가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니 3년 전 SK가 우승했을 때보던 두산의 모습을 함께 겪다보니 더 뭉클해졌다. 많이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선발과 구원 모두 뛰었던 만큼, 보직에 대한 욕심이 날 법도 했지만, 그는 "생각은 없다. 전병두 선배나 김태훈 선배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쉽지 않겠더라. 작년에 많이 던지지는 않았지만 힘들어 '그 역할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라는 말을 그대로 느꼈다"라며 "나는 중간 투수가 맞는 거 같다. 롱릴리프까지는 아니지만, 최대 2이닝 정도 던질 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짧고 굵게 던지는 편이 낫더라"고 이야기했다.
비시즌 보완 사항으로는 포크볼을 꼽았다. 그는 "아무래도 내가 직구 위주 투수다보니 투구수가 늘면 한도 끝도 없이 늘었다. 포크볼을 완벽하게 한다면 투구수 조절에 도움이 될 거 같다.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니 상대가 노림수를 갖고 쉽게 못 들어오는 거 같더라"라며 "한국시리즈 때 포크볼을 던지는데 그렇게 낙차가 크거나 좋지는 않았다. 캠프 때 포크볼을 더 연습해야하겠다. 조금 잘했다고 방심하면 기복이 생길 수 있으니 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진은 "작년에는 50이닝 던지는 것이 목표였다. 2년 전에는 1홀드였는데 매년 이룬 거 같다"라며 "최선을 다하다보면 시즌 끝날 때 자연스럽게 좋은 기록이 쌓이니 목표는 시즌 중간에 생각해보려고 한다"라며 "아프면 아무것도 못한다. 제발 부상만 없었으면 좋겠다. 또 올해는 팀이 우승하는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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