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딜레마… 1루수&DH 최다 출장 vs 떨어지는 생산력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1.13 08: 12

흔히 가장 높은 생산력을 과시하는 타자들이 주로 맡는 포지션은 1루수다. 아니면 오롯이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지명타자에 강한 타격을 선보이는 선수들이 주로 포진한다. 수비보다는 타격에 집중해달라는 의미다. 
그렇기에 1루수와 지명타자 자리에 들어서는 생산성은 팀 공격력에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지명타자 자리의 경우, 최근에는 한 선수에게 전문적으로 맡기기 보다는 야수들 가운데 휴식이 필요한 선수들이 경기마다 달리 배치되는 광경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지명타자=타격 전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롯데와 FA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이대호는 냉정히 말해 지난해 팀 내 최고의 생산력을 과시한 타자는 아니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의 기준이 되는 대체 선수 혹은 리그 평균 정도의 생산력과 기여도를 보여준 선수였다. 하지만 이대호는 지난해 롯데에서 지명타자(88경기)와 1루수(53경기) 자리에 가장 많이 선발 출장한 선수였다. 

연장 11회초 무사 1루 롯데 이대호가 좌월 2점홈런을 날린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rumi@osen.co.kr

아직 이대호를 대체할만한 자원 자체를 찾지 못했고, 벤치의 신뢰가 강하기도 했다. 팀내 전문 1루수 자원이 많지 않은 것도 이대호의 1루수 출장이 많았던 이유였다. 시즌 초중반까지는 정훈, 시즌 막판에는 이병규와 1루수를 번갈아서 맡았다. 
FA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롯데와 이대호 양 측 모두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계약 조건, 대우 등이 협상의 최대 관건이 되면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이대호가 롯데에 잔류한다고 하더라도 이대호의 활용을 어떻게 해야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무작정 ‘조선의 4번 타자’라는 이름값을 믿고 쓰기에는 이대호의 생산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대체 자원을 논하는 것도 힘들었다. 결국 계약을 맺는다고 하더라도 롯데는 또 다른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후보 기준(규정타석의 3분의 2. 297타석)으로 분류된 선수들 중 가장 낮은 wRC+(조정득점생산력)을 기록했다(스포츠투아이 기준). 20홈런 110타점의 클래식 기록과 별개로 이대호의 생산력은 그리 좋지 않았다. wRC+ 기록의 평균이라고 불리는 100에도 미치지 못했다. 
▲ 지명타자 wRC+ 순위(스포츠투아이 기준)
두산 페르난데스 165.7
KIA 최형우 164.8
NC 나성범 146.3
키움 서건창 109.2
삼성 김동엽 104.2
KT 유한준 96.2
롯데 이대호 93.8
1루수로 나선 경기 수가 지명타자보다는 적기에 단편적인 기록 비교는 힘들지만, 상황은 다르지 않다. 1루수와 지명타자 자리에서 이대호, 롯데가 갖고 있는 경쟁력은 좋은 편이 아니다. 가장 많은 1루 수비 경험을 갖고 있고 여전히 날렵한 글러브 핸들링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큰 경쟁력을 가지는 요소는 아니다. 
만약 올해 스프링캠프와 시즌 초반, 싹수가 보이는 전도유망한 타자 자원이 등장한다면 상황이 온다면  지명타자 자리는 컨디션 조절을 위한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1루수 자리도 마찬가지. 명분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당시 1루 수비 연습도 병행한 전준우의 포지션 전환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대호와 계약이 전부는 아니다. 이대호의 4번 타자 고정 여부, 그리고 1루수와 지명타자 등의 포지션 딜레마까지 동시에 고민으로 다가올 수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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