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미라클 DOO, 그러나 기로에 놓인 두산 왕조 [2020 두산 결산]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20.12.29 13: 10

올해도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비록 완벽한 마무리는 아니었지만, ‘가을 승부사’다운 모습은 여전했다.
두산은 10월 30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키움 히어로즈에 2-0으로 승리한 뒤 TV를 지켜봤다. 인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집중했고, 결과는 SK의 3-2 승리. 두산은 5위에서 단숨에 정규시즌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정규시즌 144번째 최종전 승리로 SK를 제치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미라클 두’는 올해도 이어졌다.
2019년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디펜딩 챔피언’으로 시즌을 맞이했던 두산이었지만, 시즌은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경기에 앞서 두산 선수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youngrae@osen.co.kr

선발 투수 이용찬은 개막 한 달만에 팔꿈치 수술을 받아 전력에서 이탈했다. 시즌 중반에는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이 발등 부분에 타구를 맞아 골절을 당해 약 두 달 정도 빠지게 됐다. 유희관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이 5.02으로 높았다. 새롭게 영입한 라울 알칸타라가 20승을 거둔 것이 버틸 수 있는 힘 중 하나였다.
선발진이 흔들린 가운데 지난해 19세이브를 거뒀던 마무리 투수 이형범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결국 지난 9월 팔꿈치 수술을 하게 됐다. 타선은 팀 타율이 2할9푼3리로 전체 1위를 달렸지만, 엇박자가 나는 경우가 종종 생기면서 쉽게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어려가지 변수가 있었지만, 수확도 있었다.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홍건희와 이승진은 팀의 필승조로 자리를 잡았고, 선발 공백은 김민규, 박종기, 채지선 등 젊은 투수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또한 롱릴리프에서 선발로 자리를 옮긴 최원준은 데뷔 첫 10승(2패)을 거두면서 완벽하게 선발 투수의 옷을 입었다.
두산은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두산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경기 종료 후 두산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sunday@osen.co.kr
LG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오른 두산은 ‘가을야구 강자’답게 KT 위즈를 3승 1패로 꺾고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는 SK(2007~2012), 삼성(2010~2015)에 이은 역대 세 번째. 단일 감독으로는 김태형 감독이 최초다.
아쉽게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선이 침묵하면서 2년 연속 정상에 서지는 못했다. 그러나 두산은 꾸준하게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왕조’라는 칭호가 무색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지난 6년 간 두산은 끊임없이 전력 누수가 생겼다. 김현수(LG), 민병헌(롯데), 양의지(NC) 등 한국시리즈를 이끌고 우승을 함께 했던 멤버가 하나 둘씩 떠나갔다.
올해 역시 이별의 순간은 다가왔다. 김재호, 오재일, 최주환, 허경민, 정수빈, 유희관, 이용찬 등 그동안 한국시리즈를 이끌었던 총 7명의 선수가 FA 자격을 얻었다. 주축 선수가 대거 FA 자격을 얻으면서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두산을 향해서 마지막 우승 기회라는 이야기가 뒤따랐다.
최우선 순위로 삼았던 허경민과 정수빈을 잡는데는 성공했지만, 오재일과 최주환이 각각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로 떠났다. 공격력에서는 클린업트리오 두 자리가 비었고, 주전 1루수와 2루수로 공백으로 남게됐다. 보상선수로 박계범과 강승호를 영입하면서 내야수 보강을 했지만, 아직 많은 것이 미지수인 상태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알칸타라와 플렉센이 각각 일본과 미국으로 떠났다. 두산은 발빠르게 새로운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한 자리는 대만프로야구리그(CPBL)에서 뛴 아리엘 미란다가 채웠고, 남은 한 자리에 대해서는 워커 로켓과는 메디컬체크를 남겨둔 상태다.
'라스트 댄스'라는 이야기와 함께 2021년 모든 것이 불투명했던 두산은 겨울 동안 하나씩 다시 전력 구성을 시작했다. 과연 두산 왕조는 위기를 발판 삼아 '장기 집권'의 틀을 만들 수 있을까.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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