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를 제대로 해석”해 낸 ‘뉴 QM6’, 그리고 르노삼성 디자이너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0.12.17 10: 41

 “한국의 미는 멀리서 봤을 때는 단순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굉장히 디테일 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한 프랑스인이 있다. 잠시 뒤통수가 띵했다. 우리도 알아채지 못했던 한국적 미의 특징이 외국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 논리를 적용하면 불국사 대웅전을 지키는 두 개의 탑, 석가탑과 다보탑이 그토록 다른 성격을 보인 이유도 해석이 된다. 단순함 속의 디테일, 한국의 미를 이렇게 해석한 디자이너는 우리나라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중형 SUV의 새 얼굴을 디자인한 책임자다.
라파엘 리나리(Raphael Linari) 르노 디자인 아시아(Renault Design Asia) 총괄 상무 얘기다. ‘단순함 속의 디테일’은 리나리 상무가 ‘뉴 QM6’의 미디어 시승행사장에서 디자인 콘셉트를 소개하면서 했던 말이다.

그러나 자동차 디자인은 작업 공정상 어떤 개인만의 창작물이 될 수는 없다. 프로젝트를 맡은 디자인 팀이 공동작업을 거쳐 도출해낸 집단 창작물이다. 리나리 상무의 디자인 철학을 좀더 파기 위해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중앙연구소를 찾았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의 팀을 만났다. 헤어스타일과 패션, 그리고 생각을 풀어내는 말투까지 대단히 감각적인 분위기의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다. 
르노디자인아시아의 정기현 Ext&Int디자인팀장이 먼저 ‘뉴 QM6’의 디자인 과정을 소개했다. “모든 작업이 그렇지만 특히 고민이 많았다. 이미 완성도가 높은 차의 페이스리프트이기 때문에 더 고심이 컸던 것 같다. 완성도의 기반을 더 다져 성숙화, 고급화로 진화의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르노디자인아시아은 르노디자인센터서울이 아시아 지역 디자인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승격되면서 붙은 새 이름이다.
정기현 Ext&Int디자인팀장.
르노삼성의 중형 SUV QM6는 이미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차다. 2016년 첫 출시 이후 ’가솔린 SUV 누적 판매 1위(16만대 돌파)’, ‘중형 SUV 월간 판매 1위’, ‘전체 SUV 월간 판매 1위’ 등의 영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다. 그 요구에 맞춰 2019년 6월 ‘더 뉴 QM6’를 내면서 한 차례 업그레이드를 했고, 지난 11월 전면부 그릴 디자인과 후면 램프 디자인을 바꾼 두 번째 업그레이드를 했다.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는 말 그대로 얼굴을 바꾸는 ‘페이스 리프트’인 셈이다. 종전의 그릴 디자인이 형태적 완성도에 집중돼 있었다면, ‘뉴 QM6’에 와서는 그 형태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가해졌다. 르노삼성은 ‘뉴 QM6’의 전면부 디자인을 ‘퀀텀 윙(Quantum Wing)’이라고 이름 붙였다. 물리학에서 퀀텀은 ‘양자’를 뜻하지만 ‘퀀텀 점프’라는 단어에서처럼 ‘비약적으로 크게’라는 의미도 있다. 퀀텀윙의 퀀텀은 두 가지 뜻이 다 들어 있다. 에너지 원인 양자가 크게 날갯짓을 한다는 뜻을 품었다.
‘뉴 QM6’의 퀀텀 윙은 르노삼성 엠블럼인 ‘태풍의 눈’이 있어야 비로소 스토리가 완성이 된다. 태풍의 눈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며 맹금류가 힘차게 비상하는 기운을 형상화했다. 태풍의 눈과 날개가 자리를 잡았으니 그릴의 메시(Mesh) 패턴도 그 연장선상에 있어야 한다. 패턴 하나하나가 새의 날갯짓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도도히 밀려오는 파도의 물결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단순함의 디테일’이라는 한국적인 미가 메시 패턴에 그대로 투영됐다. ‘뉴 QM6’의 그릴 디자인을 가까이서 보면 한올한올 새겨 넣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르노삼성차의 그릴 디자인은 ‘뉴 QM6’에 와서 마침내 ‘생명’을 얻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의식 수석디자이너.
르노디자인아시아의 방의식 수석디자이너는 “‘뉴 QM6’ 디자인의 시작은 한국 시장의 니즈를 반영하자는 의도였다. 유럽에는 콜레오스라는 이름으로 수출이 되는데 콜레오스와는 다른, 한국의 QM6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 지 고민을 했다. 르노삼성의 태풍 엠블럼을 중심에 앉혀 놓고 디자인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릴의 메시는 육각형 문양에 U자형 크롬을 입혀 고급스러움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르노디자인아시아 칼라앤드림팀의 류혜원 팀장은 “C타입 헤드라이트처럼 르노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된 디자인은 살리면서도 한국 시장에 특화된 시도가 필요했다. ‘태풍’에서 시작하자는 의견에 흔쾌히 동의했다”며 “내장 디자인에서는 특히 컬러가 주는 감성이 중요한데,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가장 한국적인 사물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의 정이 느껴질 수 있는 색채,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는 따뜻한 이미지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고심했다. ‘뉴 QM6’ 실내에 적용된 다크빛이 감도는 브라운은 너무 장식적이지도 않으면서 사람을 따듯하게 맞아주는 정서가 있다”고 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는 말은 르노자동차에도 통했다.
정기현 Ext&Int디자인팀장은 “르노디자인센터서울은 본사와의 밀접한 교류와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물론 뉴 QM6의 디자인은 르노디자인센터서울이 주도했지만 의사결정은 본사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이뤄진다. ‘뉴 QM6’의 퀀텀윙에 대해서는 본사에서도 크게 호평하고 있다. 르노삼성만의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의 협업방식이라면 한국에서 성공한 디자인은 언제든 유럽에 수출되는 차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목민 유드로 프로젝트 리더.
목민 유드로 프로젝트 리더는 “물리학에서 퀀텀(양자)는 더 인상 나눌 수 없는 가장 작은 에너지를 말한다. 달리 보면 모든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다는 철학적 의미도 담고 있다. 응축된 에너지는 새의 날개를 타고 높이 날아오르게 되니 ‘뉴 QM6’ 그릴 디자인의 핵심 키워드는 ‘에너지’가 되는 셈이다. 에너지는 태풍에 집중됐지만 전체적으로는 프런트가 매끈해졌다. 단순화 과정에 이노베이션이 입혀진다면 제품력은 크게 업그레이드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목민 유드로 리더는 한국계 프랑스인으로 한국말도 유창히 구사한다. 
칼라앤드림팀 류혜원 팀장.
한국에서 디자인을 주도했지만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고심도 있었다. 류혜원 팀장은 “QM6는 유럽 수출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는 모델이다. 지역의 특성이 너무 강조되어서도 안 되는 사정이 있다. 한국적인 것에서 영감은 받았지만 그 표현은 글로벌하게 조탁되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뉴 QM6’에 와서도 측면 디자인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그 이유가 있었다.
방의식 수석디자이너는 “측면에서는 따듯한 느낌을 그대로 유지했다. SUV가 갖춰야 할 디자인 덕목을 이미 잘 갖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너무 기계성이 강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르노 디자인의 특성이다. 특히 SUV는 체구가 크기 때문에 ‘따뜻한 느낌’을 더 풍겨야 한다는 논리다.
정기현 Ext&Int디자인팀장도 이 주장을 거들었다. “르노의 면디자인은 곡률이 있는 ‘폼’ 디자인이다. 하이라이트와 볼륨으로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선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방식보다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 하이라이트가 선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훨씬 포괄적이고,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느낌도 줄 수 있다. QM6의 측면 디자인은 르노의 디자인 철학을 충분히 잘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NCBS(New Car Buyer Survey)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42%가 QM6 구매 이유로 외관 스타일을 첫손에 꼽았다고 한다. NEW QM6가 스타일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춘 이유도 그 연장 선상에서 찾을 수 있다. 
가성비 좋은 중형 SUV인 QM6는 ‘뉴 QM6’에 이르러 비로소 표정을 얻었다. 표정을 지을 줄 안다는 것은 가장 한국적 정서인 정(情)을 표현할 줄 안다는 얘기도 된다. 태풍의 에너지를 품고 있지만 운전자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인정, ‘뉴 QM6’의 디자인은 그렇게 한국적 휴머니즘을 추구하고 있었다. /100c@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