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집 『평양, 1960』 , ‘60년 전 평양의 얼굴’을 복원하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20.12.04 10: 00

1960년대 평양의 얼굴이 복원됐다. 아스라한 격랑의 세월 속에서 흘러간 역사의 시간과 60년 전의 기억을 소환하는 저 멀리 있는 곳, 평양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집 『평양, 1960』 (접경문학자료총서 제4권, 한상언영화연구소 펴냄)이 출간됐다.
『평양, 1960』은 민족상잔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평양의 복구된 모습을 인물과 풍경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그 장면 장면들은, 우리에게는 낯선 평양의 사진가들이 촬영한 예술 사진들이다.
이름 정도만 알려졌던 김진수, 박기성, 리창규 등 월북 사진가들의 작품은 우리 사진 역사의 한 줄기가 북한에서도 여전히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황태균 등 북한 사진계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전개했던 사진가들의 작품은 당시 북한 사진의 수준과 사진을 통한 사회주의 체제의 감성을 확인하게 한다.

『평양, 1960』은 한상언영화연구소 한상언 대표와 이 연구소 홍성후 전시팀장의 노력으로 남한 땅에서 최초로 평양의 옛 모습을 되살려냈다.
한상언 대표는 이미 지난 2018년 서울도서관에서 ‘평양책방: 책으로 만나는 월북 예술인’을 성황리에 전시, 잊혀 있던, 또는 애써 기억에서 지워야 했던 북으로 간 예술인들의 출판 실태를 조명한 바 있다. 2020년에는 한국영상자료원 영화박물관과 함께 ‘혼돈의 시간 엇갈린 행로-해방공간의 영화인들’이라는 주제로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기념전시를 개최했다.
『평양, 1960』은 해방 후부터 1960년대까지 북한에서 발행한 문학예술 도서 250점을 전시했던 『평양책방』의 출간의 연장선에서 그 맥락이 이어지는 뜻깊은 작업이다.
한상언 대표는 “중앙대· 한국외대 접경인문학단과 함께 한 『평양, 1960』의 발간 기획은 북한을 제대로 이해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60갑자를 세는 동양에서 60년이라는 시간은 한 세기에 해당한다.”면서 “60년 전 평양을 돌아보면서 지금의 평양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평양을 북한에서는 어떻게 보여주고 싶어 했는지를 북한의 사진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알아보자는 것”이라고 책 출간의 취지를 설명했다.
북한 관련 도서, 특히 문학, 예술, 영화 분야의 대단한 수집가이자 연구자인 한상언 대표는 이번『평양, 1960』출간에 즈음해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전후 복구가 일단락된 평양의 풍경과 평양 주민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던 사진가들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사진가’들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양대에서 영화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직후 시기를 중심으로 한국영화사를 연구하고 있는 한 대표는 “이들은 한국 사진사 속에 그 활동 내용이 축소 서술되거나 혹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배제되었다. 이데올로기의 갈등이 첨예하던 시기, 이들을 기억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면서 “그들에 관해 추억하거나 기억하며 남겨놓은 자료가 많지 않으나 이들의 이름과 작품이 실린『평양, 1960』은 1960년 무렵 평양의 풍경은 물론, 북한 사진의 수준과 미학적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출간의 의미를 짚었다.
『평양, 1960』은 크게 전후 평양의 복구와 사진으로 본 평양, 북한 사진의 역사로 짜여 있다. 사진으로 본 평양은 도시의 복원과 역사의 계승, 혁명과 기념비, 사회주의적 국제도시, 인민들의 일상, 북한의 사진가들로 나누어 사진 작품을 실었다. 사진은 모두 263점으로 그 양이 적지 않다. 특히 북한의 사진가들 편은 83점의 사진 작품 낱낱이 카메라의 충실한 목격자의 산물이다. 전후 복구와 산업화에 따라 당의 선전자로서의 사진가가 ‘사진을 통해 사회적인 용도를 찾아내고, 계급성과 사상성을 앞세운 예술사진을 지향한 것들’이다.
사진가들의 작품 가운데는 박윤섭이 찍은 ‘공훈 체육인 신금단 선수’도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신금단은 북한의 세계적인 육상선수로 일본 도쿄올림픽에 참가했던 1964년 10월 9일 도쿄의 조선회관에서 1950년 12월 6·25전쟁 중 헤어진 아버지 신문준 씨와 14년 만에 극적으로 만나 더욱 유명했던 인물이다.
신금단과 딸을 만나러 도쿄로 간 신문준 씨의 부녀 상봉은 단 7분 만에 끝났다. 남북 이산가족의 아픔만을 절절히 되새긴 그 상봉은 신금단의 외마디 외침 “아바이!”를 전 국민의 유행어로 남겼고, ‘신금단 부녀의 단장의 이별, 전 세계를 울린 부녀의 극적 상봉’이라는 앨범까지 발매될 정도였다.
한국 근현대 미술과 북한의 조형예술과 시각예술 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있는 홍성후 전시팀장은 ‘북한 사진의 역사’를 통해 북한의 사진사 전반을 일목요연하게 총정리했다.
홍성후 팀장은 “북한 사진사에 대한 연구는 이 책이 최초가 아닐까 싶다. 그간 정치적 목적의 지도자 초상사진에 대한 분석이 간략하게 이루어지거나 북한 미술을 언급하면서 사진이 그 일부로 간단하게 소개된 사례는 있지만 북한 사진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된 바는 없었다”고 말했다.
홍성후 팀장은 그 글에서 사상 무기로서의 북한 사진과 특히 월북한 사진가들, 한국전쟁기의 사진들, 전후 복구기의 예술사진 들에 관해 상세히 기술하면서 “북한의 모든 사진이 프로파간다만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책의 사진들이 증명한다.”면서 북한 사진에 대한 편견을 넘어설 것을 주문했다.
『평양, 1960』을 펴낸 한상언영화연구소는 남북한 영화 및 동아시아 영화 자료의 체계적 수집과 전시, 연구를 위해 영화사연구자인 한상언 박사가 2018년 4월 설립한 학술연구기관이다. 현재 이 연구소에는 북한에서 발행된 단행본과 잡지 등 총 3000여 점이 넘는 방대한 문헌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한상언영화연구소는 그동안 『평양책방』(2018년),『월북영화인 시리즈 1~3권』(『문예봉 전』, 『강홍식 전』, 『김태진 전』)(2019년), 『멜랑콜리 연남동』(이효인 저) 등을 출간했다.
/사진=한상언영화연구소 제공(맨 위 신금단, 중간 무용 목동과 처녀, 아래 모란봉 극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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