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도 지켜보는 김진영, 한화 투수조장의 '수다 리더십'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11.20 05: 32

“서로 말이 많이 하자.”
확 젊어진 한화 마운드를 이끄는 ‘투수조장’은 우완 투수 김진영(28)이다. 지난 6월 중순 이태양(SK)이 트레이드로 팀을 떠나면서 김진영이 한화의 투수조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정우람, 장시환, 장민재 등 30대 선배들도 있지만 투수조 분위기를 책임지게 된 김진영은 후배들에게 “서로 말을 많이 하자”는 주문을 했다. 
대전 마무리캠프에서도 훈련과 함께 열심히 말을 하고 있는 김진영은 “젊은 선수들이 많아진 만큼 팀 내 경쟁심이 커졌다. 경쟁도 중요하지만 시기나 질투를 컨트롤하지 못하면 단합이 힘들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될까 고민하다 서로 말을 많이 하자고 했다. 부러우면 부럽다, 자신 있을 때는 더 자신 있게 어필하자고 했다. 그러다 보니 경기장 안팎에서 사소한 것부터 서로 대화가 많아졌고, 덜 친했던 선수들까지 전부 단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김진영 / rumi@osen.co.kr

선의의 경쟁 속에 젊은 투수들이 급성장한 한화는 내년 시즌 희망을 밝히고 있다. 김진영도 그 중심에 있다. 올 시즌 58경기에 나와 54이닝을 던진 김진영은 3승3패8홀드 평균자책점 3.33 탈삼진 56개로 활약하며 불펜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짧게 던지는 구원으로 나서면서 직구 평균 구속이 3km가량 상승했고, 공격적인 승부로 위기를 돌파했다. 미국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를 거쳐 2017년 2차 1라운드로 입단한 뒤 4번째 시즌에 존재감을 보여줬다. 
김진영은 “그동안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말만 해왔는데 올해 감독님과 코치님이 중요한 상황에 던질 수 있게 기회를 주신 덕분에 조금은 보탬이 된 것 같다”며 “선발에서 구원으로 보직을 바꾼 게 잘 맞아떨어졌다. 선발로는 스태미너 부분이 부족했고, 노력한다고 크게 바뀔 수 없었다. 구원으로 공 1개, 1개 신중하게 전력을 쏟아붓는 것이 내게 잘 맞더라. 전력분석팀 도움도 많이 받았고, 구원투수의 짜릿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해였다”고 돌아봤다. 
연장 10회말 마운드에 오른 한화 투수 김진영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 dreamer@osen.co.kr
선발에서 구원으로 성공적인 전환 경험이 있는 이태양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김진영은 “태양이형이 팀을 떠난 뒤에도 자주 연락하고, 여러 조언을 해준다. 가장 임팩트 있는 조언은 ‘일주일 3경기 3이닝 무실점을 목표로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목표를 세우고 하니 결과도 좋아졌다”고 고마워하면서도 “태양이형도 SK에 가서 후반기 좋은 모습을 보여줘 나도 좋다. 하지만 내년에 우리 불펜이 더 우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는 승부욕을 드러냈다. 
김진영의 뒤에는 한화가 키운 ‘빅리거’ 류현진(토론토)도 있다. 지난해 시즌 후 류현진과 절친한 장민재의 소개로 다 함께 합동 훈련을 하며 친분을 쌓은 김진영은 꾸준히 연락을 유지 중이다. “대선수인 현진이형과 같이 훈련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신감, 자존감이 올라갔다. 시즌 중 힘들 때 연락드리면 멘탈적인 조언을 해주셨다. 잘 던졌을 때는 잘했다는 칭찬도 해주셨다. 길게 얘기하지 않아도 큰 힘이 됐다. 형진이형이 보고 계신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한화 투수 김진영이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미소짓고 있다. / dreamer@osen.co.kr
올 겨울은 코로나19로 해외 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진영은 “올해 1월에는 민재형 덕분에 현진이형과 함께하며 좋은 기운을 받았다. 아직 현진이형 일정이 나오지 않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올 겨울도 민재형과 같이 움직이며 내년 시즌을 준비할 생각이다”며 “아직 내가 팀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기회가 왔다는 생각으로 맡은 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선수들과 다 같이 단합해 내년에는 팬분들의 응원에 보답하는 순간이 오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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