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장사' 뛰어넘은 한동희의 길었던 과세, 환급 폭탄만 남았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11.12 10: 12

‘소년 장사’라고 불렸던 국가대표 3루수 최정(SK)을 뛰어넘었다. 기나 긴 과세 기간을 견딘 끝에 결실을 맺었다. 이제는 환급 폭탄만 남겨두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3루수 한동희(21)는 데뷔 3년차에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였다. 135경기 타율 2할7푼8리(461타수 128안타) 17홈런 67타점 OPS 0.797의 기록을 남겼다. 2018년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경기와 타석을 소화했고 모든 타격 기록에서 개인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착실한 세금의 납부와 같다고 비유한다. 성장통은 필수적인 과정이고 육성에는 그만큼 팀에도 선수에게도 아픔이 따라오기 마련이었다. 이 세금 납부의 기간을 버티지 못하면 육성도 이뤄질 수 없다. 지난 2년, 그리고 올해 전반기까지는 한동희와 롯데 모두 세금을 납부하는 기간이었다.

4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4회말 무사 롯데 한동희가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youngrae@osen.co.kr

재능에 비해 부족했던 기회, 인내의 부족, 그리고 실수 하나에 지탄을 받으며 흔들렸던 멘탈 등 육성의 장애물들이 쌓이고 쌓였다. 하지만 꾸준한 기회가 한동희의 잠재력을 폭발시켰고 그라운드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결국 후반기부터 한동희는 그동안 납부한 세금을 조금씩 환급받고 있다. 
올해 한동희의 성장세가 보여준 기록은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인 최정의 같은 나이대 기록과 비교된다. 만 21세 이하 3루수로 한정 지었을 때, 최정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한동희의 17홈런은 만 21세 이하 3루수들 가운데 두 번째에 해당하는 기록. 지난 2007년 20세 시즌 최정의 16홈런 기록을 뛰어넘었다. 같은 조건에서 최다 홈런 선수는 2001년 김태균의 20홈런.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거포 3루수들의 계보를 한동희도 따라가고 있다. 
롯데 구단 역사를 훑어봐도 한동희와 같은 나이대에 이정도의 성적을 낸 선수들은 없다. ‘리틀 이대호’로 불리는 한동희지만 이대호는 만 21세 시즌에 4홈런, 20세 시즌에 8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한동희는 구단과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역대급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수비에서의 아쉬움이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꾸준한 기회로 이전처럼 주저앉는 상황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올해 3루수로 16개 실책을 범했지만(1루수 1개), 973이닝의 수비 이닝으로 경험을 쌓았고 이 역시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다.
이제는 인내를 보상받고 성장통으로 불린 과세의 아픔을 딛고 ‘폭풍 환급’을 받을 일만 남았다. 올 시즌 터진 잠재력을 내년에도 꾸준히 이어갈 수만 있다면 역사적인 3루수로 이름을 남길 수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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