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 부상 내 잘못, 차라리 잘 다쳤다" 훌훌 털어낸 정은원

[OSEN=대전, 민경훈 기자] 정은원이 홈을 밟은 후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rumi@osen.co.kr
"사구 부상 내 잘못, 차라리 잘 다쳤다" 훌훌...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어떻게 보면 다친 것이 다행이지 않았나 싶어요.”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어떻게 보면 다친 것이 다행이지 않았나 싶어요.”

한화 3년차 내야수 정은원(20)의 올 시즌은 지난 여름 뜻하지 않은 공 하나에 의해 끝났다. 8월14일 대전 삼성전에서 7회 상대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의 3구째 몸쪽 깊게 들어온 커터에 왼쪽 손목을 맞고 교체됐다. 검진 결과 손목에서 뼛조각이 떨어졌고, 4~6주 재활 소견을 받았다.

서산으로 가서 재활을 시작했지만 떨어진 뼛조각이 붙는 데 시간이 걸렸다. 팀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재활이 늦춰지는 악재도 있었다. 결국 1군에 복귀하지 못한 채 재활군에서 3년차 시즌을 마감했다. 올 시즌 성적은 79경기 타율 2할4푼8리 63안타 3홈런 29타점 41볼넷 OPS .697. 출루율(.317→.362)이 전년대비 눈에 띄게 올랐으나 지난해까지 빠른 성장세로 기대치가 컸던 만큼 아쉬움 남는 시즌이었다.

11일 대전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정은원은 “올해 야구를 못해서 거의 1년 만에 인터뷰를 하는 것 같다”며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도 좋게 생각하려 했다. 안 된 부분을 되짚으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내년을 준비 중이다. 어떻게 보면 다친 것이 다행이지 않나 싶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한다”고 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OSEN=대전, 곽영래 기자]7회말 1사 1루 한화 정은원이 팔에 사구를 맞아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예측할 수 없는 불의의 사구 부상, 하지만 정은원은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렸다. “준비가 미흡한 시즌이었다. 반성한다. 잘 안 되다 보니 시즌 도중 한 번에 너무 많은 변화를 줬다. 심리적으로 쫓기면서 급해졌다. 다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공이 와서 맞은 게 아니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공이었는데 타격 준비 자세부터 밸런스, 타이밍이 전부 늦다 보니 맞았다. 누구 탓할 것 없이 내 잘못이었다”는 게 정은원의 말이다. 데뷔 후 처음으로 제동이 걸린 시즌, 시련의 시기였지만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훌훌 털어냈다.

사실 타격 슬럼프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시작됐다. 첫 풀타임 주전 시즌이라 체력적으로 지치기도 했지만 기술적으로도 오락가락했다. 이 부분에 대해 시즌 전 준비가 부족했다고 인정한 정은원은 “타격시 탑 포지션에서 공을 맞히기까지 스피드가 빠른 게 장점이지만, 그러다 보니 덮어치는 스윙이 많았다. 1~2루 땅볼이 많은 이유였다. 장점과 단점 사이에서 너무 왔다 갔다 했다. 지금 마무리캠프에선 어느 한 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고 장점을 유지하되 단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팀 사정상 부상 전까지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풀로 뛰었다. 데뷔 후 쉼없이 달려온 정은원에게 부상은 오히려 한걸음 떨어져 몸과 마음 모두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 그 사이 한화 내야에는 노태형, 이도윤, 박정현 등 새로운 선수들이 두각을 보였다. 마냥 자리가 보장되는 게 아니란 것을 느낀 정은원은 “응원하면서도 경쟁심이 생겼다. 그런 게 필요하다. (경쟁자가) 주변에 없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게 팀이 강해지는 방향이다”고 강조했다.

[OSEN=잠실, 곽영래 기자]8회초 무사 1루 한화 정은원이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youngrae@osen.co.kr
창단 첫 10위로 추락한 한화는 대대적인 팀 쇄신 작업으로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했다. 젊은 선수들 중심의 리빌딩으로 노선을 분명히 했고, 정은원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 1군에도 후배들이 크게 늘어난 정은원은 “나도 아직 어리다. 같은 20대 초중반인 후배들과 큰 차이 없다. 제 앞가림도 못하고 있는데…”라며 웃은 뒤 “그래도 최대한 후배들과 함께 좋은 분위기 속에서 재미있게 야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선배다운 역할을 다짐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김태균, 정근우 등 대선배들에게도 애틋한 마음을 보였다. 정은원은 “김태균 선배님 은퇴가 실감나지 않는다. 신인 때 바라보던 선배님은 영원히 계실 것만 같았는데 갑자기 은퇴하셨다. 은퇴식할 때 너무 슬플 것 같다”며 “(같은 2루 포지션인) 정근우 선배님에게도 신인 때부터 야구에 대한 마음가짐과 수비 기본을 많이 배웠다. 덕분에 1군에서 큰 실수 없이 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는 진심을 전했다. /waw@osen.co.kr

[OSEN=대전, 이대선 기자] 경기에 앞서 한화 김태균이 정은원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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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2 0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