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가장 촬영 어려웠던 선수는? 컴투스 ‘모션 캡처 스튜디오’ 방문기(2편)
OSEN 임재형 기자
발행 2020.10.20 16: 37

 지난 9월 컴투스는 야구게임 IP(지식재산권)의 리얼리티를 높일 첨단 모션 캡처 스튜디오를 사내에 구축했다. 모션 캡처는 게임 내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동작을 실제 상황에 기반해 구현하는 기술이다. 단순 모션을 포함해 디테일한 동작들까지 실사에 가깝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컴투스는 대표작인 ‘컴투스 프로야구 시리즈’ ‘MLB 9이닝스 시리즈’에 이러한 모션 캡처 기술을 적용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지난 13일 OSEN은 컴투스 본사를 방문해 ‘모션 캡처 스튜디오’의 촬영 장면을 직접 관람했다. ‘모션 캡처 스튜디오’에서 직접 촬영 장면을 함께하다 보니 많은 궁금증이 생겼다. 컴투스 측은 기자에게 유경종 연출 팀장, 김지호 사원과 직접 인터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인터뷰에서 기자는 촬영 당시 생겼던 의문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었다. 특히 유경종 팀장과 김지호 사원은 선수들의 고유폼 제작 당시 비하인드를 들려주며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함께 알려주었다.
먼저 기자는 모션 캡처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인 투구・타격 폼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류현진의 투구 모션을 촬영할 당시 김지호 사원은 영상을 주의깊게 관찰한 뒤 오른쪽 손으로 투구했다. 왼손으로 공을 뿌리는 류현진의 동작과는 사뭇 다르다. 이에 대해 김지호 사원은 “‘미러 효과’를 사용했다”고 비결을 말했다. 좌우반전으로 원하는 모션을 추출하는 것이 가능했다.

컴프야 연출팀 유경종 팀장(왼쪽)과 김지호 사원.

실제 모습과 촬영 장면 비교.
“연출 팀에서 기준이 되는 모션을 먼저 건네면 영상을 보고 연습한다. 타격의 경우 양쪽 모두 가능해서 어려움이 없었지만, 투구는 선수들의 고유 포인트가 있어 힘들다. 포인트를 살려 공을 던지면 ‘미러 효과’를 이용해 반대편 손으로 바꾼다. 이를 연출 팀의 애니메이터들이 다듬어 모션을 완성한다.”
이러한 ‘미러 효과’는 고유 폼 뿐만 아니라 각종 일반 모션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유경종 팀장에 따르면 좌우대칭은 엔진에서 쉽게 구현 가능하며, 대부분의 모션은 데이터 압축을 위해 우투・우타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또한 특이폼이 없는 선수들은 속도를 다르게 해 구별한다. 유경종 팀장은 “선수들마다 리듬감이 다르다. 실제 선수들의 영상을 보고 모션에 적용한다”며 “기본 폼은 30~40여 개 있다. 선수에 따라 릴리즈 타이밍, 레그킥 높이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현재 컴투스의 야구 IP에 적용된 고유 폼은 투수 기준 ‘컴투스 프로야구’ 250명, ‘MLB 9이닝스’ 300명이다. 야구게임 명가 답게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500명이 넘는 선수들 중 연출팀을 가장 애먹인 사람은 누구일까. 잠시 생각에 빠진 김지호 사원은 NC의 투수 문경찬을 꼽았다. 빠른 직구가 특징인 문경찬은 마무리 동작을 할때 몸의 힘을 빼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8회말 마운드에 오른 NC 투수 문경찬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 dreamer@osen.co.kr
“특유의 팔을 휘젓는 동작이 있는데, 내가 해보니 탈춤 추는 것 같았다”며 너스레를 떤 김지호 사원은 “선수에게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지만 일부러 따라하려고 하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현재 문경찬의 고유 폼은 애니메이터의 수정 작업을 거쳐 ‘컴투스 프로야구’에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다.
투구・타격 폼 외에도 모션 캡처는 컴투스 야구 게임의 많은 영역에 침투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다. 기자가 생각지도 못한 영역은 바로 심판이다. KBO에서 활동하고 있는 심판들은 각기 다른 삼진 콜을 지니고 있다. 유경종 팀장은 “심판별 삼진 콜을 모아서 회의를 한 뒤, 특징을 잡아 2~3개를 추렸다”고 밝혔다. 김지호 사원은 게임 내 심판의 움직임을 보며 모션이 제대로 찍혔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모션 캡처 스튜디오’를 구축하며 컴투스는 총 28대의 광학식 카메라를 도입했다. 이는 최대 10명이 함께 촬영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닝 교체, 투수 교체, 승리 연출, 대기 타석 등 전문적인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은 동작들은 연출팀이 한데 모여 구현한다.
컴프야 연출팀 유경종 팀장(왼쪽)과 김지호 사원.
단체 행동 촬영은 어디까지 구현될까. 기자는 문득 야구에 종종 나오는 ‘벤치 클리어링’의 등장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리얼야구’를 지향하는 컴투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유경종 팀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연출팀에서 걱정하는건 폭력성의 문제인데, 유경종 팀장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게임 내 신경전은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상황 벌어지면 마운드에 나오는 모습 까지는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lisc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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