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거짓말쟁이 만든 오승환 투혼 "4연투한 적 있습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10.19 05: 10

“3연투했으니 오늘은 쉽니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18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전날(17일) 더블헤더 1~2차전에 모두 등판한 오승환(38)에게 휴식을 선언했다. 그 전날(16일)부터 오승환과 같이 이틀간 3경기에 나선 이승현까지 휴식을 주기로 했다. 시즌 초부터 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고 관리해온 허삼영 감독 기조상 당연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휴식이라던 오승환은 이날도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이 5-4로 리드한 9회말 마지막 이닝에 깜짝 등장한 것이다. 송광민과 이해창을 연속 헛스윙 삼진 처리한 오승환은 오선진을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삼자범퇴로 1점차 승리를 완성했다. 한화와의 4연전 모두 나서 3세이브를 따내며 3⅔이닝 53구를 던졌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삼성 오승환이 공을 뿌리고 있다. /cej@osen.co.kr

오승환의 강력한 등판 의지가 허삼영 감독을 졸지에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경기 후 오승환은 “코치님이 오늘 휴식일이라고 알려줬지만 ‘상황이 되면 준비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4경기 연속 등판이지만 3일 동안 등판한 것이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몸 상태가 충분히 좋은 만큼 문제가 없다”고 등판 이유를 설명했다. 
3일간 4경기 연투였지만 오승환의 투구는 위력적이었다. 최고 147km 직구(5개)보다 슬라이더(8개) 커브(2개) 등 변화구를 더 많이 던지며 타이밍을 빼앗았다. 물론 힘으로 승부할 때는 힘으로 들어갔다. 1사 후 노시환에겐 초구 슬라이더 이후 3연속 직구를 던져 헛스윙을 끌어냈다. 10월 11경기 1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시즌 세이브 숫자를 18개로 늘린 오승환은 평균자책점도 2.54로 낮춰 전성기 ‘끝판왕’ 면모를 되찾았다. 
경기를 마치고 삼성 오승환, 강민호가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오승환은 “이전에도 4연투를 한 적이 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 시절이었던 2014 정규시즌 마지막 5경기부터 포스트시즌 첫 7경기까지 12경기를 빠지지 않고 연속 등판하기도 했다. 그해 10월15~18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 1~4차전은 휴식일 없는 4연투. 포스트시즌 시작 이후 첫 8일 동안 6경기에서 8⅓이닝 126개를 던져 일본에서도 혹사 우려가 있었다. 
KBO리그 삼성에서도 4연투 경험이 몇 번 있다. 2011년 8월2~5일 4일 연속 등판해 모두 무실점 세이브를 올렸고, 2012년 10월1~4일도 4일 연속 투입돼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이런 경험이 있는 오승환에게 있어 3일간 4경기 연속 등판은 크게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만 38세로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 회복력이 예전 같을 수 없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삼성은 8위로 처져 순위 싸움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경기를 마치고 삼성 오승환이 허삼영 감독과 승리르 기뻐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이렇게 무리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팀을 위한 오승환의 의지는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허삼영 감독은 “4경기 연속 잘 막아준 오승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투혼을 발휘한 노장에게 경의를 표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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