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 저평가 시대, '30도루' 박해민의 역주행…역대 최다 타이틀 눈앞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10.17 10: 10

KBO리그는 지금 도루 저평가 시대를 보내고 있다. 10년 전에는 쉼 없이 달리는 발 빠른 야구가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야구를 데이터와 통계로 분석하는 세이버 매트릭스는 70% 언저리의 확률로 아웃카운트를 날릴 수 있는 도루를 비효율로 본다. 공인구 반발력 증가에 따른 홈런, 장타의 시대가 되면서 굳이 부상 위험이 많고 체력 소모가 큰 도루의 필요성이 낮아졌다. 
2019년 공인구 반발력 저하로 홈런이 줄어들었지만 도루를 자제하는 시대적 흐름은 계속 되고 있다. 이런 도루 저평가 시대에 박해민(30·삼성)이 ‘역주행’ 중이다. 올 시즌 다시 30도루 시즌을 만들며 리그에 몇 안 되는 ‘발 야구’ 선수로 분전하고 있다. 도루 숫자만이 전부가 아니다. 박해민은 “뛰는 야구를 하는 선수라면 상대 배터리를 괴롭히는 게 임무”라고 했다. 흙투성이 유니폼은 단순 기록 이상의 가치가 있다. 
박해민도 예년에 비해 도루를 자제했지만 누구보다 뛰는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그는 지난 8월14일 대전 한화전을 마친 뒤 “3할 타율보다 애착이 가는 기록은 도루다. 꼭 도루왕을 해야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타격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자주 출루하다 보면 1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박해민은 도루 15개로 이 부문 3위였고, 1위 심우준(KT)에 2개 차이로 뒤져있었다. 

삼성 박해민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 dreamer@osen.co.kr

그로부터 두 달 사이 박해민은 15개의 도루를 추가했다.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볼넷 3개를 골라낸 박해민은 1회, 8회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단숨에 도루 2개를 추가하며 리그에서 가장 먼저 30도루를 돌파한 박해민은 심우준(29개)을 제치고 이 부문 1위에 등극했다. 최근 3경기에서 도루 5개를 몰아치며 본격적인 타이틀 경쟁에 나섰다. 
박해민이 7년 연속 20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sunday@osen.co.kr
박해민은 지난 2015~2018년 4년 연속 도루 1위를 차지했다. 1998~2001년 두산 정수근, 2007~2010년 LG 이대형에 이어 역대 3번째 기록. 지난해 리그 최초 5년 연속 도루왕에 도전했으나 개인 최저 타율(.239)과 출루율(.318)로 고전했다. 도루도 24개로 이 부문 7위에 만족해야 했다. 
지금 페이스라면 박해민은 통산 5번째 도루왕 타이틀 획득이 가능하다. ‘원조 대도’ 김일권이 1982~1984년 해태, 1989~1990년 태평양에서 총 5차례 도루왕을 차지한 바 있다. 올해 박해민이 도루왕에 오르면 4차례 1위에 올랐던 이종범, 정수근, 이대형을 제치고 김일권과 역대 최다 타이틀 공동 1위가 될 수 있다. 남은 9경기에서 지금 페이스라면 기대할 만하다. 팀 도루 1위 삼성(120개) 은 도루 저평가 시대에 가장 적극적으로 달리는 팀이기도 하다. 
5회초 2사 1루 삼성 박해민이 2루 도루를 성공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박해민의 30도루 복귀에는 타격 반등이 뒷받침돼 있다. 올 시즌 124경기 타율 2할9푼6리 134안타 10홈런 50타점 37볼넷 출루율 3할5푼2리로 타격이 살아났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경기 전 루틴이 생겼고, 타석에서 어떻게 쳐야 할지 기술이 정립됐다. 지난해까지는 하루이틀 지나면 폼이 바뀌어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게 없어졌다”며 “도루는 출루율이 중요하다. 요즘에 출루율이 조금 낮아졌지만 강박관념을 가지면 위축될 수 있다. 편안하게 생각하고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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