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덴헐크도 못한 15승, 복덩이 뷰캐넌 "내년에도 삼성? 팀이 원하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10.17 05: 35

잔혹사가 길었던 삼성 외국인 투수 역사에서 최고 성공작을 꼽자면 릭 밴덴헐크(35)가 있다. 지난 2013~2014년 삼성의 통합우승 3~4연패 핵심 투수로 198cm 장신에서 내리꽂는 강력한 구위가 인상적이었다. 삼성에서 성공을 발판삼아 2015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와 거액 계약을 맺고 지금까지 뛰고 있다. 
그런 밴덴헐크도 거두지 못한 기록이 15승이다. 2014년 25경기에서 152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3.18) 탈삼진(180개) 1위에 올랐지만 승수는 13승(4패)에 만족했다. 시즌 초반 어깨 통증으로 3주가량 공백기가 있었던 탓.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첫 해였던 1998년 좌완 스캇 베이커의 15승은 20년 넘도록 삼성 외인 최다승 기록으로 남았다. 
밴덴헐크도 하지 못한 15승 외국인 투수가 드디어 삼성에 나왔다. 16일 대전 한화전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친 데이비드 뷰캐넌(31)이 시즌 15승(7패)째를 올리며 22년 만에 베이커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시즌 174⅔이닝을 소화하며 베이커의 삼성 외인 투수 최다 172이닝 기록도 깼다. 삼성의 외인 투수 잔혹사를 뷰캐넌이 끝낸 것이다. 

승리투수가 된 삼성 뷰캐넌이 허삼영 감독과 기뻐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2014~2015년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 2018~2019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를 거쳐 지난 1월 삼성과 총액 85만 달러에 계약한 뷰캐넌은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하고 있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팀 내 최다 선발과 이닝을 소화했다. 18번의 퀄리티 스타트로 꾸준함을 과시하며 8위로 처진 삼성의 복덩이로 분투했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뷰캐넌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은 점이다. ‘힘들다’, ‘아프다’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며 고마워했다. 경기당 투구수 104.4개로 리그 전체 1위에 오를 만큼 스태미나가 좋다. 쉽게 지치지 않는다. 
삼성 선발 뷰캐넌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ksl0919@osne.co.kr
뷰캐넌은 “체력에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운동 열심히 하고, 휴식 잘 취하며넛 음식도 잘 먹는다. 스트레칭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만큼 자신있다”며 “구단 외인 최다승 기록은 자주 들어 알고 있었다. 의미 있는 승리”라고 말했다. 
삼성 팬들은 내년에도 뷰캐넌이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돌아오길 바란다. 뷰캐넌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그는 “한국에 있는 시간이 정말 즐겁고 만족스럽다. 아내와 아들도 한국 생활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며 “나와 팀이 같은 생각을 한다면 내년에도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이다”는 말로 재계약 의사를 드러냈다. 삼성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평소 유쾌한 성격으로 장난을 자주 치는 뷰캐넌은 지난 13일 대구 SK전에도 깜짝쇼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클리닝타임 때 2021년 신인선수들의 자기 소개 시간이 있었는데 뷰캐넌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정장 차람의 신인들 사이에 유니폼 차림의 뷰캐넌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마이크를 잡고 “안녕하십니까”라며 폴더 인사를 해 팬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삼성 뷰캐넌이 박해민에게 거수경례 인사를 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뷰캐넌은 “사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며 웃은 뒤 “팬들이 오랜만에 야구장에 들어온 날이었다. 그동안 직접 관람하지 못한 팬들께 뭔가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한 것 같다”며 “박해민 주장에게 물어보고 허락을 맡아 나갔다”는 깨알 같은 한마디를 더했다. 분위기 메이커 구실을 톡톡히 하는 뷰캐넌 덕분에 삼성 팬들도 8위로 처진 팀 성적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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