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4세대 카니발, “나, SUV가 되면 안되겠니?”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0.10.01 08: 06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카니발’이 심어준 기억은 강렬하다. 카니발이 엮어준 기억 속에는 늘 가족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다. 
카니발은 1998년생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막차를 탄 사람들이 한창 자녀를 키우기 시작할 때 태어났다. 카니발 운전자들은 그 누구보다 가족과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고, 내 차에 소중한 누군가를 태우고 있다는 사실에 모종의 사명감을 느끼곤 했다.
이 차를 부르는 호칭도 다양하다. 혹자는 미니밴이라고 하고, RV라고 부르는 이들도 많으며 어떤 경우는 승합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밴’보다는 작지만, 3열 시트가 있어 여러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차다.

레저용 차량(Recreational Vehicle) 즉, RV라고 부르는 것은 카니발의 주 용도에 초점을 맞춘 호칭이다. RV 분류에는 미니밴이 당연히 포함되고, SUV와 왜건까지 들어간다. RV를 다목적 차량(Multi-Purpose Vehicle)이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로 용도를 강조한 분류다. 
그런데, 카니발에 좀처럼 붙여지지 않는 호칭이 하나 있다. 스포츠 유틸리티 비클(sport utility vehicle), 즉 SUV다. SUV가 RV 분류에 들어가는 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유독 카니발을 SUV로 부르는 건 꺼려했다. 기능적으로 핵심적인 차이 하나가 있다. 사륜구동 기능을 갖춰 산악지형이나 험로를 자유자재로 주파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여부이다.
최근 기아자동차의 4세대 카니발이 등장했다. 기아자동차가 이 차를 소개하면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단어가 바로 ‘SUV’다. 그것도 대형 SUV다. RV와 SUV의 차이가 ‘사륜구동’에 있다고 한다면 4세대 카니발도 SUV는 아니다. 여전히 사륜구동은 갖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자동차가 ‘SUV’를 자꾸 언급하는 것은 일부 모델의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험로를 주파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차박을 한다든지 캠핑을 떠날 때 기꺼이 카니발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이미지를 주입시키는 전략이다. 차 안에서 잠을 자는 여행인 ‘차박’의 결정적 요소는 2, 3열 시트를 바닥이 평평하도록 눕힐 수 있어야 한다. 이 것이 카니발의 특정 트림에서 가능해졌다. 7인승 모델의 경우 3열을 차체 바닥 아래로 집어넣고, 2열을 1열쪽으로 바짝 당기면 왠만한 성인이 다리를 뻗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디자인에서도 SUV의 요소를 찾을 수 있다. 기아자동차가 ‘대형 SUV’로 부르고 싶었던 가장 큰 유혹이 디자인에서 비롯됐다. 3세대 카니발이 엄청나게 팔리며 RV 시장을 장악하기는 했지만 스포츠 유틸리티 영역까지는 파고 들지 못했던 아쉬움을 4세대 디자인에서 극복하고자 했다.
4세대 카니발의 디자인 키워드는 ‘웅장함’이다. 그간의 미니밴에서는 정통 ‘밴’처럼 체구가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실제 체구는 크지만, 시각적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만드는 게 디자이너들의 고민이었다.
하지만 4세대 카니발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 사이 세태가 바뀌어, 차를 고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카니발보다 더 큰 ‘초대형 SUV’까지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4세대 카니발 외관 디자인에서는 ‘웅장한 볼륨감(Grand Volume)’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카니발이 지닌 체구 이상으로 커 보여도 문제없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전면부는 박자와 리듬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주간주행등(DRL, Daytime Running Lights)과 LED헤드램프와의 경계를 허문 심포닉 아키텍처(Symphonic Architecture) 라디에이터 그릴을 박았다. 이 디자인이 주는 인상도 ‘웅장함’이다.
측면부에는 속도감이 느껴지는 사이드 캐릭터 라인을 그렸고, C필러에는 독특한 입체 패턴 크롬 가니시를 덧댔다. 후면부는 좌우가 연결된 슬림한 리어콤비 램프와 크롬 가니시로 멋을 냈다. 튼실하게 자리잡은 후면 범퍼에서는 다시 한번 웅장함이 강조된다.
‘대형 SUV’ 진입을 노리는 4세대 카니발에서는 운전자는 대우하는 배려가 다수 투입됐다. 그 동안의 카니발 실내가 운전자보다는 탑승객 위주로 조성됐다는 뉘우침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른 각도로 보면 대우받는 가장의 지위를 신경썼다는 분석도 나올법하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통합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운전석의 격을 높인다. 두 디스플레이는 가로로 길게 이어져, 사방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영사막 같은 인상을 준다. 여기에 표출되는 각종 정보는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최신 전자장비처럼 다가온다. 센터페시아의 각종 버튼도 터치 방식을 채택해 직관성을 높였다.
2, 3열 시트에서는 고민이 더 많아 졌다. 예전의 미니밴이 정해진 공간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을까를 고심했다면 4세대 카니발은 이동의 편의성을 더 크게 신경 썼다. 9인승, 11인승이 주력인 건 마찬가지이지만 4세대 카니발에 와서는 7인승을 더 밀고 있는 인상이 강하다.
7인승 모델에는 2열에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를 앉혔다. 버튼을 한 번 만 누르면 사용자를 무중력 공간에 떠 있는 듯한 자세로 만들어 주는 마법의 의자다. 엉덩이와 허리에 집중되는 하중을 완화시키고 피로도를 줄여준다. 흔히 ‘회장님 석’으로 불리는 대형 세단의 후석 같은 안락함을 준다.
7인승 모델의 차량 측면에는 도어 타입의 러기지 트레이도 있다. 마치 냉장고 문을 열 듯이 도어를 열면 꽤 널찍한 수납공간이 나온다. 3열 시트를 바닥 아래로 눕혀 평평하게 만들 수 있는 기능도 7인승 모델에만 있다.
4세대 카니발이 SUV이고자 한 건 7인승 모델을 두고 한 말이었다.
엔진 유형은 가솔린 3.5와 디젤 2.2, 두 가지다. 가솔린 모델은 스마트스트림 G3.5 GD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94PS(마력), 최대토크 36.2kgf·m, 복합연비 9.1km/ℓ(9인승 기준)의 동력성능을 낸다. 
디젤 모델은 스마트스트림 D2.2 엔진으로 최고출력 202PS(마력), 최대토크 45.0kgf·m을 발휘하고 복합연비는 13.1km/ℓ(9인승 기준)로 인증받았다. 미디어 시승행사에서는 디젤 모델만 경험할 수 있었다. 3세대와 같은 엔진 스펙이지만 스마트스트림 D2.2는 주행 안정성이 더 뛰어나 보였다.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무섭게 올라가지만, 속도에 따른 불안감은 오히려 감쇄했다.
가족들이 타는 차인 만큼, 현대기아차가 자랑하는 안전 보조장치도 모조리 투입됐다. 충돌방지 보조(FCA),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후측방 모니터(BVM),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탑승객 보호를 위해 가장 필요한 장치들이다.
4세대 카니발을 두고 전적으로 대형 SUV가 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인승을 목적으로 하는 미니밴 본래의 성격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7인승 모델만큼은 다른 시선으로 봐도 충분해 보인다. /100c@osen.co.kr
* 이 콘텐츠는 ‘OSEN+’ 9/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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