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4차전 기적 같은 샷 이글, 이창우 “다시 돌아왔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0.09.27 18: 24

 KPGA(한국프로골프) 투어 유일의 인비테이셔널 대회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2020을 보는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을 의문 하나. “코스 세팅을 너무 어렵게 한 것 아닌가?”
대답은 대회 전부터 나와 있었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회다. 갤러리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좀더 선수 중심의 대회를 꾸려가겠다는 게 본래 취지다.
대회장인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이 대회를 앞두고 ‘성격’을 바꾸기 시작했다. 코스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페어웨이를 좁히고, 러프를 길렀으며 그린은 빠르고 단단하게 다졌다. 선수들이 경쟁력을 기를 수 있도록 PGA투어급 수준의 코스 세팅이 준비됐다.

악재도 있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무관중으로 대회를 치러야 했고, 미국에서 PGA투어와 시니어 무대인 PGA챔피언스투어를 병행하고 있는 대회 호스트, 최경주도 ‘입국 시 2주 격리’ 규정이 컨디션 조정의 애로가 너무 커 입국을 포기했다.
곡절 끝에 제 9회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2억원)’의 나흘간의 열전이 펼쳐진 페럼클럽 동, 서코스(파72/7,235야드). 선수들의 스코어가 낯설다. 27일까지 4라운드를 돌고 성적표를 받아보니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단 5명. 3언더파가 3명, 1언더파가 2명이었다.
우승자는 연장에서 가려져야 할 판. 이창우, 전재한, 김태훈이 최후의 대결자로 가려졌다. 
코스가 너무 어려웠던 탓에 정규 18홀로는 극적인 감동의 순간을 연출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을 알았을까? 
연장 1차전에서 김태훈이 먼저 탈락하고 이창우와 전재한이 맞대결을 펼쳐나갔다. 기세 싸움만 일진일퇴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연장 4차전. 이창우의 세 번째 샷이 그린을 향해 날았다. 공이 깃대 2미터 전방에 떨어지더니 그대로 홀컵을 향해 굴러가기 시작했다. “땡그랑” 소리와 함께 이창우의 포효가 터져나왔다.
아마추어 시절 ‘골프 천재’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프로에서는 기대만큼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창우다. 아마추어 시절이던 2013년 9월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한 게 이창우의 마지막 우승 소식이었다. 프로 데뷔 후에는 2016년 준우승 2번을 한 게 최고의 성적이었다. 급기야 작년에는 1부 투어 시드를 잃고 2부 강등까지 경험했다. 그 아쉬움이 샷 이글 한 방에 씻겨 나갔다.
절치부심 끝에 올해 정규 투어에 다시 돌아온 이창우는 캐디 백을 메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프로 데뷔 첫 우승의 감격을 선물했다. 
이창우는 “스릭슨 투어 연장 패배 같은 그 간의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오늘 경기는 3라운드까지 선두도 달렸고, 놓치기 싫었다. 마지막에 샷이글이 들어가서 정말 기뻤다. 그 동안 연습을 많이 했고 준비도 많이 했다. 이번 우승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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