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말의 힘이 어느 만큼 대단한지 아셔야 합니다" [오!쎈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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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손찬익 기자] 프로야구 10개 구단 사령탑은 경기 전 공식 인터뷰에 나선다. 경기 운용 및 작전을 비롯해 선발 라인업, 1군 엔트리 등말소, 재활군 선수들의 현재 상태, 선수 기량 평가 등 취재진의 다양한 질문에 대답한다.

그래서일까. 선수들은 감독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인다. 인터뷰를 통해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과 선수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감독은 선수의 기량 평가에 대한 물음에 신중하게 대답한다. 자신의 한 마디가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만큼 큰지 잘 알고 있다. 칭찬이 필요할 때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고 부진 원인에 대한 물음에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말을 아끼거나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힘을 실어주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김기태 전 KIA 감독이다. 인터뷰 응대는 취재진을 답답하게 만들기도 하는 유형이다. 김기태 전 감독은 선수의 부진 원인에 대한 물음마다 말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속된 말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즉답을 피했다.

일부 기자들은 김기태 전 감독의 인터뷰가 끝난 뒤 "기사 쓸 게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선수들은 김기태 감독의 따뜻한 배려에 고마움을 느끼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김한수 전 삼성 감독도 마찬가지. 일례로 기나긴 조연 생활 끝에 마침내 주전 기회를 얻게 된 A 선수가 시즌 초반 어이없는 실책을 범했다. 김한수 전 감독은 취재진으로부터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선수가 잘하려고 하다 보니 실책이 나왔다. 이제 갓 주전 기회를 얻은 선수가 감독의 한 마디에 크게 위축될 수 있으니 기사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한수 전 감독의 진심 덕분일까. A 선수는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며 사령탑의 신뢰에 보답했다.

반면 일부 사령탑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선수들에게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모 감독은 B 선수의 부진 원인에 대해 타 구단 선수와 경쟁 구도 형성을 부추긴 언론 탓이라고 지적했다. 또 결승타를 허용한 C 투수를 두고 그동안 발전이 없었다는 뉘앙스로 꼬집었다.

모 감독은 시즌 초반 반짝 활약할때 팬들로부터 애칭을 얻었다. 이에 그는 '팬들이 인정해주는 건 지나가는 소나기'라고 표현했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고 기복이 심하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구단 내부에서 인정을 받아야 진정한 인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선수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건 어느 정도 이해되지만, 직설적인 발언은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입지가 불안정한 선수에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선수를 향해 늘 달콤한 이야기만 하라는 건 아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공개적인 발언 대신 담당 코치를 통해 지시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처럼 말의 힘은 가히 크다. 말로만 하나가 되자고 외칠 게 아니라 진정한 원팀이 되기 위해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는 말 한마디가 팀워크를 단단하게 다지는 초석이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 같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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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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