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세터 뒤에 중심타선...기아차 RV 라인업, 피해갈 타순이 없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0.09.21 10: 22

 야구 라인업에는 오래된 전통이 만든 규칙이 있다. 선두타자는 어떻게 든 출루에 능한 선수가 제격이고, 2번 타자는 출루에 성공한 선두타자를 득점권으로 보내기 위해 작전수행력이 좋아야 한다. 3, 4, 5번 타자에게는 시원한 단-장타로 루에 나가 있는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임무가 주어진다.
이런 타순을 상대하는 수비쪽에서는 피할 타순은 피하고, 맞상대 할 타순은 전력으로 막아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계산이 안 통하는 팀이 있다. 4번타자가 껄끄러워 볼넷으로 걸렀는데, 5번에도 4번타자 못지않은 강타자가 버티고 있는 경우다. 투수에게는 상대못할 최악의 팀이다.
최근 기아자동차의 RV(SUV 포함) 라인업이 딱 이 모양새다. 경쟁팀으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테이블 세터(1, 2번) 뒤에 클린업 트리오(3~5번)가 버티고 있다. 도통 ‘피해갈 타순이 없는 팀’이다.

▲테이블세터, 셀토스
시작은 작년에 나온 셀토스다. 소형 SUV 차급에 속하는 셀토스는 차급을 뛰어넘는 크기와 상품구성으로 소형차 시장을 지배했다. 그런데 셀토스의 성공이 다가 아니었다. 올해 펼쳐질 본게임을 예고한 서막이었다. 3, 4, 5 중심 타선을 위한 테이블세터, 셀토스가 그 역을 했다. 
▲안타제조기 쏘렌토 
지난 3월 선보인 쏘렌토는 4월부터 7월까지 월간 판매 대수 9,000~1만1,000대 선을 유지하며 중형 SUV는 물론 국산 SUV를 통틀어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고점을 찍은 지난 6월에는 1만 1,596대를 팔았다.
쏘렌토는 30~40대 젊은 가장을 장악한 뒤, 그 주변으로 구매층을 확장시키고 있다. 활동성이 높은 그들을 위해 공간을 준대형급으로 키웠고,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은 그들을 위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라인업에 포진시켰다. 또한 가족이 함께 타는 용도를 고려해 첨단 안전-편의장치를 촘촘히 투입했다. 디자인도 기아차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역동성을 강조했다. 
타깃층에서 먼저 반응이 일어났다. 사전예약 통계로 따지면 30~40대 비중이 60%에 이르렀다.
쏘렌토는 그 이름 자체로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의 해에 1세대 모델이 등장하면서 응원으로 뜨거웠던 ‘광장’의 열기를 쓰임새 좋은 SUV의 성장으로 이끌어낸 모델이다. 국내 SUV의 붐을 주도하면서 2020년 8월까지 국내시장에서 86만 9,787대가 팔렸다.
현재의 판매추세 대로라면 올해 안에 국내 누적판매 90만 대 돌파가 예상되고도 남는다. 내심 연간 최다판매 기록 경신도 넘본다. 종전 기록은 3세대 모델이 2016년 세운 8만 715대다. 4월부터 판매가 시작돼 9개월밖에 팔지 못하지만 월 9,000대 이상 꾸준히 팔리고 있으므로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다.
디젤과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자리를 굳게 다진 쏘렌토는 10월 중에 2.5T 가솔린 모델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주마가편을 기대할 여력도 있다는 얘기다.
▲홈런타자 카니발
1998년 1세대 모델이 등장한 카니발은 당시 위기에 처한 기아차를 살린 효자상품이다. 8월 중순에 출시된 4세대 신형 카니발은 아직은 월간 판매량을 집계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사전 계약에서 이미 그 폭발력은 인정받았다. 사전계약 첫 날 2만 3,006대가 계약됐고, 2주 동안 총 3만 2,000여 대의 주문이 밀려들었다. 첫날 계약대수는 국내 자동차 시장 역사상 최단 시간, 최다 계약 신기록이었다.
4세대 카니발은 미니밴의 특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디자인에 변화를 줘 ‘대형 SUV’의 이미지를 살려냈다. 다인승 차량이 필요한 미니밴 수요자뿐만 아니라 비교불가한 공간성을 활용해 ‘프리미엄 밴’ 수요자까지 노렸다. ‘연예인 차’로 불리는 ‘프리미엄 밴’까지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노골화했다. 
한 템포 빠른 세대교체 전략도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4세대 카니발은 2014년 3세대 이후 6년만에 세대교체를 택했다. 미니밴으로서는 유례없는 교체주기다. 시장 지배자로서의 안정적인 지위보다는 트렌드 리더의 도전을 택했다. 미니밴에 SUV 감성을 더해, 새로운 차급을 탄생시켰다.
이 전략은 기존에 없던 수요층을 찾아냈다.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를 선택한 48%의 계약자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단지 다인승 차량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침대를 빼곡히 밀어 넣은 안방이 아니라, 소파와 테이블을 넉넉하게 배치한 탁 트인 거실을 원했다. 9인승이 70%로 절대적이기는 하지만 7인승 비중이 25%나 된다는 점이 달라진 트렌드를 말해준다. 7인승에 2열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를 앉힌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엉덩이와 허리에 집중되는 하중을 완화시키는 시트로 쇼퍼드리븐이 누릴 수 있는 호사를 카니발에서도 가능하게 했다.
카니발은 올해 누적 100만대 돌파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8월까지 국내시장에서 96만 6,675대가 팔려 100만대 돌파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7·9·11인승 모델을 데뷔시킨 카니발은 조만간 4인승 고급모델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3-4번 중심타선, 빵빵 터졌다
쏘렌토와 카니발의 동반 출정은 기아차가 3세대부터 견지해오던 전략이다. 쏘렌토와 카니발은 세대교체 주기가 다른 차종이지만 3세대부터 같은 해에 풀체인지 모델을 내기 시작했는데, 그 때마다 동반상승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올해도 딱 그 형국이다.
2015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쏘렌토와 카니발은 기아차 국내 실적을 이끄는 쌍두마차였다. 이 기간 두 차장은 기아차 국내 판매비중의 28%를 차지했다.
6년만에 다시 찾아온 쌍끌이는 판매 비중 30%를 예상할 기세다.
뿐만 아니라 두 차종은 현 추세라면 연간 10만대 판매도 꿈꿀 수 있다. 월 9,000대 이상만 꾸준히 팔리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고지가 연간 10만대다. 기아차에서 국내판매 연 10만대를 넘긴 모델은 모닝이 유일했다. 경차붐을 타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10만대 이상씩 판매됐다. 그 길을 쏘렌토와 카니발이 가려하고 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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