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 후 사과' 몸에 밴 LG 켈리, 실력도 인성도 '에이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09.17 08: 21

이제 한국 사람 다 됐다. LG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1)는 타자를 맞히면 무조건 사과한다. 한국 생활 2년차, 이제는 사구 후 사과가 몸에 배었다. 
켈리는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6회 선두타자 강경학에게 던진 초구 변화구가 손에서 빠져 오른팔 보호대를 맞혔다. 켈리는 1루에 나간 강경학을 바라보며 고개를 꾸벅했다. 사과 인사였다. 오른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실수를 인정했다. 강경학 역시 두 손 들어 꾸벅하며 사과를 받아줬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 기싸움도 중요하지만 한 다리 건너면 선후배 관계로 얽히는 한국 야구에선 사과 후 사과가 보편적이다. LG 마무리투수 고우석은 지난 15일 한화전에서 끝내기 몸에 맞는 볼을 던진 뒤 상대 타자 정진호가 세리머니를 끝낼 때까지 그라운드에 남아 사과 의사를 전했다. 이 문화가 외국인 투수들에게도 전파됐다.

김상수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LG 켈리가 미안함을 표시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지난해 삼성에서 뛰었던 덱 맥과이어는 사구 후 90도 폴더 인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켈리도 1년 먼저 온 동료 타일러 윌슨을 통해 사과 문화를 배웠다. 몸에 맞는 볼이 나오면 상황에 관계없이 타자에게 무조건 사과하고 있다. 지난 6월20일 잠실 두산전에선 정수빈을 맞힌 뒤 1루에 나간 그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고, 이닝을 마친 뒤 덕아웃에 돌아가던 중 만나 다시 한 번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5회말 공수교대 때 LG 켈리가 자신의 투구에 맞은 두산 정수빈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있다./sunday@osen.co.kr
한국식 예의범절을 지키며 매너 좋은 선수로 호감을 사고 있는 켈리는 리그에도 빠르게 연착륙했다. 지난해 29경기 180⅓이닝 14승12패 평균자책점 2.55로 활약하며 재계약에 성공한 켈리는 올해 22경기 132⅓이닝 10승7패 평균자책점 3.60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시즌 초반 코로나19 자가격리 여파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었지만 최근 10경기 6승2패 평균자책점 2.45로 완전히 살아났다. 최근 8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행진이다. 16일 한화전에도 6이닝 5피안타 2볼넷 1사구 7탈삼진 1실점 호투로 LG의 4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최고 구속 150km 포심(26개) 투심(20개) 패스트볼 외에도 슬라이더(26개) 커브(23개) 체인지업(3개)을 효과적으로 섞어 던졌다. LG 타선도 1~2회 대거 8득점으로 화끈하게 지원 사격했지만 켈리도 안정적인 투구로 낙승을 견인했다. 팀의 4연패를 끊어낸 스토퍼였다. 
6회초 2사 2루에서 키움 박병호를 삼진으로 처리한 LG 켈리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sunday@osen.co.kr
LG는 윌슨이 기복 심한 투구로 불안하고, 차우찬이 어깨 통증으로 두 달째 이탈 중이다. 임찬규, 정찬헌, 이민호가 있지만 가을야구에서 확실하게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선발 카드가 부족하다. 흔들림 없이 1선발 임무를 수행 중인 켈리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한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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