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속살을 보라, 다 같은 사륜이 아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속살을 보라, 다 같은...
[OSEN=강희수 기자] “남자한테 참 좋은데, 뭐라 말 할 방법이 없네.” 수년 전, 세간에...


[OSEN=강희수 기자] “남자한테 참 좋은데, 뭐라 말 할 방법이 없네.” 수년 전, 세간에 유행한 남성 건강식품 광고 카피다. 효험이 좋은데 딱히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없을 때, 의외로 효과를 보는 광고 기법이다. 대개 이런 방식의 광고에는 전문 모델이 아니라 회사 사장이나, 연구원, 개발자들이 나선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에 ‘참 좋은데 딱히 속을 드러내 보여줄 방법이 없는’ 경쟁력이 있다. 트레일블레이저에 장착된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다른 경쟁차종의 시스템과 구동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는데, 소비자들은 그저 “거기서 거기인 사륜구동으로 알더라”는 속앓이다.

이런 속병은 연구 개발자들이 더 심하게 앓는다. 어디다 터놓지 않고 참다가는 더 큰 병이 생길 것만 같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소속 엔지니어들이 그런 속내를 털어놓았다. “좋은데 보여줄 수는 없었던” 부품까지 들고나와 남들과 ‘다른’ 작동원리를 깨알같이 짚어냈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지난 2018년 한국지엠으로부터 인적분할된 연구개발법인이다. 한국지엠이 자동차와 부품을 생산, 판매하는 사업을 담당하고,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글로벌 지엠의 개발 전략에 따라 자동차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용역사업에 집중한다. 글로벌 지엠 차원에서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조직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주축이 돼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한 차다. 트레일블레이저가 이들에게는 내 몸으로 낳아 기르는 자식이나 다름없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수많은 개발 파트로 나뉘어지는데, 스스로 “음지에서 일한다”고 말하는 팀이 있다. 섀시를 비롯해 열관리와 배기, 타이어 같은 차량 하부 뼈대를 담당하는 이들이다.

이들이 한 작업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오감 중에서도 시각보다는 주로 청각과 촉각에 의존해 자극을 받아들이는 파트들이다. ‘승차감’이라고 표현되는 ‘음지의 감성’들이 이들의 손에 의해 좌우된다.

트레일블레이저 엔지니어 이창대 부장.

섀시 써멀(thermal) 파트의 이창대 부장은 “내외장 디자인 뒤에 숨어 있는 부품 중 엔진을 뺀 나머지 일을 우리가 맡고 있다. 배기 시스템, 연료 시스템, 마운트 설계, 조향시스템, 휠, 타이어, 엔진 쿨링 등이 우리 손을 거쳐 완성된다. 한마디로 음지에서 일하는 팀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AWD를 껐다가 켰다가, “이런 AWD는 없었다”

그렇다면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소속 ‘음지의 테크니션’들이 첫 번째로 꼽는 트레일블레이저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섀시 써멀을 담당하고 있는 홍임택 차장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버튼 타입의 AWD(풀타임 상시사륜) 시스템을 맨 먼저 꼽고 싶다”고 말한다. 트레일블레이저에 장착된 AWD는 버튼 하나로 이 시스템을 온/오프 시킬 수 있다. 즉, 일반도로에서는 전륜구동으로 달리다가, 오프로드나 눈 내린 도로 같은 특수 환경에서는 AWD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다.

트레일블레이저 엔지니어 홍임택 차장.

최근 들어서는 트레일블레이저와 비슷한 차급에서도 앞다퉈 사륜구동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AWD 설계를 맡았던 서영민 차장은 “기아차 셀토스 스포티지, 현대차 코나 투싼, 쌍용차 티볼리 등이 상위 트림에서 사륜구동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그 차들은 모두 전통적인 사륜구동, 즉 상시 사륜구동 방식으로 구동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사륜구동을 오프하는 게 디폴트로 돼 있지만 타사 모델들은 항상 회전한다”고 강조한다.

트레일블레이저 엔지니어 서영민 차장.

트레일블레이저에 장착된 ‘선택적 상시사륜’은 글로벌 지엠과의 협업을 통해서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신기술이다. 이 시스템이 없는 경쟁 모델과의 차별점을 알리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할 만하다.

일반도로에서의 상시사륜은 안전성의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앞뒤 배분 비율이 달라지더라도 구동력이 네 바퀴를 다 물고 있는 건 마찬가지기 때문에 바퀴 굴림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연료 소비도 당연히 많아진다.

홍임택 차장은 “트레일블레이저는 섀시 컨트롤이나 리미트 핸들링, 댐핑 시스템 등을 최적의 상태로 조율해 개발했다. 사륜구동이 꺼져 있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불예측 상황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춰 놨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사륜구동을 ‘오프’시키는 기능을 넣어 불필요한 구동력 전달에 따른 연료 과잉 소비를 막았다. 연료를 덜 써 CO2 발생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택적 사륜구동이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에서 탄생한 기술이라 더 애착도 간다. 이창대 부장은 “모든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TCK)의 업무는 글로벌 테크니컬센터와 협업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전적으로 TCK가 키를 쥐고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100년 이상의 GM 엔지니어링 노하우와 TCK가 협업한 지도 10년이 더 지났다. 이제는 TCK의 기술력이 글로벌과 대동소이한 정도가 됐다”고 말한다.

트레일블레이저 개발이 TCK 주도로 개발된 데는 미국에서는 개발 경험이 별로 없는 ‘콤팩트 차급’에 속한 것도 한 이유가 됐다. 적어도 콤팩트 차급에서는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경쟁력이 글로벌 보다 더 뛰어나다고 자부할 수 있다.

TCK가 ‘선택적 AWD’에 특별이 공을 더 들인 이유는 ‘액티브 트림’을 따로 구성했다는 사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액티브 트림’은 오프로드 성격을 특별히 강조한 트림이다. 사실 국내 시장에서는 그렇게 수요가 일어날 수 없는 트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티브 트림이 트레일블레이저 첫 출시와 동시에 등장한 것은 트레일블레이저의 주 공략 시장이 글로벌, 특히 미국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프로드 향을 느끼다, 스포츠 터레인 타이어

오프로드 지향의 ‘액티브 트림’은 타이어부터가 완전히 다르다. 스포츠 터레인 타이어가 체결돼 있다. 생김새부터가 야성적인 이 타이어는 오프로드에서의 성능을 극대화시킨다.

트레일블레이저 엔지니어 박동섭 차장.

타이어 설계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박동섭 차장은 “터레인 타이어는 공격적인 느낌을 줄 수는 있지만 타이어 회전저항이 발생해 연비를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소형 SUV에서는 연비를 중시하기 때문에 새로운 카테고리의 타이어가 필요했다. 터레인 타이어의 패턴을 수정하고, 모서리 디자인도 공격적으로 설계해 사계절 타이어와 터레인 타이어의 중간 정도 성격을 지닌 액티브 트림의 타이어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타이어 개발과정에는 한국타이어와의 협업이 있었고, 개발 이후에는 한국타이어가 생산, 공급하고 있다. 개발 과정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타사 경쟁 모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위풍당당 콤팩트, 트윈 머플러

‘스포츠 터레인 타이어’까지 장착한 트레일블레이저가 빼놓을 수 없는 ‘자존심’이 하나 더 있다. ‘액티브 트림’과 ‘RS 트림’에 달려 있는 트윈 머플러다. RS 트림은 퍼포먼스를 강조한 최상위 트림이다.

트윈 머플러는 시각적으로 퍼포먼스 모델과 동격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외관 디자인에 신경 쓰는 이들이 꽤나 중시하는 아이템이다. 트레일블레이저의 트윈 머플러는 히든 타입이 아닌, 외부로 당당히 노출돼 강인한 인상을 준다. 대부분의 콤팩트 SUV는 싱글 머플러 타입이거나, 모양은 트윈이더라도 한 배기구에서 나와 모양만 두 갈래로 가는 페이크 방식을 취하고 있다. 르노삼성 XM3와 현대 코나가 싱글 방식이고, 기아차 셀토스는 싱글에 히든 방식을 택했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Chassis , Thermal 개발 본부 트레일블레이저 엔지니어. 왼쪽부터 박동섭 차장, 이창대 부장, 홍임택 차장, 서영민 차장.

최근 이들 ‘음지의 테크니션’들은 트레일블레이저가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다는 소식에 고무돼 있다. 묵묵히 달려온 그들의 노력이 글로벌 소비자의 선택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트레일블레이저 개발을 주도했다는 사실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낀다. 개발이 성공적이어서 자부심이 크다. 길거리에서 차를 만나면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 모든 파트들이 GM의 노하우와 신뢰성을 바탕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품질이나 내구성면에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트레일블레이저를 탄생시킨 숨은 주역들의 공통된 소감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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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3 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