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 스몰볼은 안돼’ 또다시 실패한 댄토니 감독의 파격실험 [서정환의 사자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0.09.13 14: 22

마이크 댄토니(69) 감독의 극단적인 실험이 또 실패로 끝났다. 
휴스턴 로케츠는 13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개최된 ‘2019-2020 NBA 플레이오프 2라운드 5차전’에서 LA 레이커스에 96-119로 무너졌다. 휴스턴은 1승 4패로 탈락해 시즌을 접었다. 컨퍼런스 파이널에 선착한 레이커스는 LA 클리퍼스(3승) 대 덴버 너게츠(2승)의 승자를 기다린다. 
휴스턴의 완패였다. 시작부터 4-17로 밀린 휴스턴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와장창 무너졌다. 휴스턴 에이스 제임스 하든은 알렉스 카루소에게 블록슛을 당했다. 러셀 웨스트브룩의 슛도 르브론 제임스가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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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높이, 스피드에서 모두 앞선 제임스는 29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휴스턴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마키프 모리스는 3점슛 4개 쏴서 100% 성공하며 16점을 몰아쳤다. 주전 전원이 10점을 넘긴 레이커스는 식스맨 카일 쿠즈마까지 17점을 넣었다. 
레이커스는 외곽슛까지 잘 들어갔다. 레이커스는 3점슛 37개를 시도해 19개를 넣으며 성공률 51.5%로 축제분위기였다. 반면 휴스턴은 장기인 3점슛이 13/49, 26.5%에 그치며 반격할 힘을 잃었다. 
댄토니 감독은 ‘스몰볼의 대가’다. 2000년대 파워포워드 아마레 스타더마이어를 센터로 기용하고, 전원이 3점슛을 던지고 달릴 수 있는 선수로 구성한 스몰볼로 NBA에 파격을 몰고왔다. 덩치 큰 빅맨 두 명을 동시에 기용하던 시대에 선구자적인 실험이었다. 
피닉스는 2004-05시즌 62승 20패로 서부를 제패했고, 댄토니는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피닉스는 서부컨퍼런스 결승에서 팀 던컨의 샌안토니오에게 1승 4패로 무너졌다. 로버트 오리가 스티브 내쉬를 밀치면서 흥분한 피닉스 선수들이 코트에 난입해 무더기 징계를 받은 영향이 컸다. 
댄토니가 2016년 휴스턴에 부임하면서 스몰볼은 진화했다. 골든스테이트의 우승으로 스몰볼은 NBA를 이끄는 트렌드가 됐다. 이제 센터가 3점슛을 던지는 농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댄토니는 2017년 다시 한 번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러셀 웨스트브룩의 합류로 댄토니는 다시 한 번 파격적인 실험을 감행했다. 그나마 한 명 있던 센터 클린트 카펠라를 정리하고 2미터짜리 PJ 터커를 센터로 기용했다. 터커가 괜찮은 활약을 해주면서 휴스턴은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했다. 
하지만 댄토니의 농구는 한계가 명확하다. 댄토니 감독은 7~8명의 선수만 로테이션에 포함시키는 일명 ‘몰빵농구’를 즐겨한다. 정규시즌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만 갈수록 힘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선수들의 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다. 한 명만 다치거나 파울트러블에 걸려도 치명타다. 
올 시즌 휴스턴도 마찬가지였다. 플레이오프를 치르면 치를수록 힘이 떨어졌다. 상대팀은 휴스턴의 장점만 취하고, 약점은 철저히 공략하고 있다. 휴스턴에게 1차전을 내준 레이커스는 정통센터 저베일 맥기와 드와이트 하워드를 쓰지 않고 포워드 마키프 모리스를 기용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모리스는 순도높은 3점슛으로 휴스턴의 진을 뺐다. 
육중한 체격의 앤서니 데이비스와 르브론 제임스는 휴스턴 골밑을 초토화했다. 같은 스몰볼이라도 스피드는 대등하고 체격과 파워에서 월등한 레이커스가 앞설 수밖에 없었다. 터커가 파울트러블에 걸린 순간 휴스턴은 무장해제였다. 데이비스는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풋백으로 쉽게 득점했고, 제임스는 연신 덩크를 찍어댔다. 두 선수는 3점슛능력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댄토니는 분명 명장이다. 그는 강팀을 더 강하게 만드는 능력은 있지만, 우승까지는 시키지 못한다. 잇따른 우승실패로 댄토니의 극단적인 스몰볼은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휴스턴과 댄토니의 계약기간은 끝났다. 댄토니는 계속 팀을 맡고 싶어하지만, 휴스턴 수뇌부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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