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뻘뻘' 오승환 투혼, 11년만에 최다 47구…150km 돌직구 건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07.31 05: 12

'끝판왕'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38)이 무려 11년 만에 개인 최다 47개의 공을 뿌렸다. 장마철 습도 높은 후덥지근한 날씨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투혼을 발휘했다. 특히 마지막 47구째 공은 시속 150km가 찍힌 돌직구였다. 
오승환은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와의 홈경기에 9회초 구원등판했다. 1-1 동점으로 맞선 상황에서 허삼영 삼성 감독은 오승환에게 복귀 첫 멀티 이닝을 맡기는 승부를 걸었다. 지난 15일 대구 KIA전 1⅓이닝 30구가 올 시즌 개인 최다 이닝이자 투구수였던 오승환은 이날 2이닝 동안 47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KBO리그, 일본프로야구, 미국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오승환이 정규시즌 경기에서 47구 이상 던진 것은 무려 11년 만이다. 지난 2009년 6월7일 광주 무등 KIA전에서 2⅓이닝 52구를 던진 바 있다. 포스트시즌을 포함하면 2013년 10월25일 한국시리즈 2차전 대구 시민 두산전 4이닝 53구를 뿌린 바 있지만 정규시즌 기준으로는 11년 만에 최다 투구수였다. 일본프로야구에선 한신 소속이던 2015년 7월9일 주니치전 42구, 메이저리그에선 세인트루이스 소속이던 2017년 4월3일 시카고 컵스전 38구가 최다였다. 

29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9회초 삼성 오승환이 역투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징계 해제 후 2군 퓨처스리그 등판 없이 지난달 9일 1군에서 복귀전을 가진 오승환은 이날 등판 전까지 시즌 16경기에서 1승1패6세이브2홀드를 거뒀지만 평균자책점 5.17로 흔들렸다. 15⅔이닝 8볼넷 9탈삼진 그리고 피안타율 2할9푼5리. 오승환에게 기대했던 압도적인 위용은 보이지 않았다. 전날(29일) 한화전에도 9회 1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불안했다. 
30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연장 10회초 2사 만루 삼성 오승환과 강민호가 이닝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youngrae@osen.co.kr
하지만 30일 경기 전 허삼영 삼성 감독은 “오승환은 이제 조정 기간은 아닌 것 같다. 적응 기간은 다 끝났다. 맞는 타구들이 정타도 있지만 빗맞은 안타가 많다. 정타나 홈런이 나오는 것은 분석을 할 수 있지만 빗맞은 타구는 억제할 수 없다. 결과를 떠나 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자기 공을 유지하면 조만간 제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고 오승환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허 감독의 믿음에 오승환이 보답했다. 9회초 첫 타자 이동훈의 초구 기습 번트를 침착하게 처리한 오승환은 최재훈을 4구 만에 우익수 뜬공 처리했다. 이어 오선진에게 4연속 슬라이더 승부로 헛스윙 삼진을 뺏어냈다. 마지막 공은 140km 고속 슬라이더. 9개의 공으로 깔끔하게 이닝을 끝냈다. 
삼성이 9회말 1사 1,2루 끝내기 찬스를 놓치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10회초에도 올라온 오승환은 첫 타자 정기훈을 8구 승부 끝에 몸쪽 낮게 들어온 145km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이어 하주석을 1루 땅볼 처리하며 가볍게 투아웃을 잡았지만 그 이후 위기가 찾아왔다.
이용규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강경학과 7구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내주며 1,3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브랜든 반즈와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으나 볼넷을 허용했다. 2사 만루 위기, 오승환의 투구수는 42개로 불어났다. 전날(29일) 1이닝 11구에 이어 연투를 한 점을 감안하면 부담스런 투구수였다. 이때 정현욱 삼성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교체 없이 그대로 밀어붙였다.
30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연장 10회초 2사 만루 삼성 정현욱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오승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youngrae@osen.co.kr
후덥지근한 습기가 가득한 장마철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는 오승환을 향해 대구 관중들의 박수가 나왔다. 만루에서 한화 신인 임종찬을 마주한 오승환은 초구 볼 이후 2~3구 연속 147~148km 직구로 헛스윙을 뺏어냈다. 임종찬의 배트가 쉽게 따라가지 못했다. 이어 4구째 낮은 슬라이더에 임종찬이 속지 않자 5구째는 다시 직구를 택했다. 150km 빠른 공이 살짝 높게 들어갔다. 임종찬이 힘껏 받아쳐 좌중간으로 타구를 보냈지만 볼끝 힘에 밀린 듯 워닝 트랙에서 더는 뻗지 못했다. 삼성 중견수 박해민에게 잡혔다.
만루 위기를 극복한 오승환은 2이닝 47구 무실점으로 막고 임무를 마쳤다. 최고 구속 150km를 두 번이나 던지며 건재를 과시했다. 비록 구원승을 거두지 못했지만 팀의 끝내기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은 연장 11회말 2사 1,3루에서 한화 투수 윤호솔의 공을 뒤로 빠뜨린 포수 최재훈의 끝내기 포일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최근 5연패를 끊고 시즌 35승35패를 마크, 5할 승률 복귀. 
30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연장 10회초 2사 만루 삼성 오승환이 한화 임종찬의 타구를 잡아낸 박해민과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경기 후 허삼영 감독은 “불펜 투수들이 전반적으로 잘 던졌다. 특히 오승환이 2이닝을 던지며 구위가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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