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는 팀이 리드하고, 5이닝을 던져야 승리 투수 자격이 생긴다. 승리 요건을 앞둔 선발 투수가 5회 투구수 100개를 넘어가고 실점 위기가 되면, 벤치는 투수 교체를 고민하기 마련이다.
지난 30일 KT-LG전이 그랬다. LG 선발 이민호는 4회까지 무실점, LG는 2-0으로 앞서 갔다. 그런데 5회초 2사 1루에서 박경수의 평범한 뜬공 타구를 유강남과 라모스가 서로 미루다 놓치면서 1,3루가 됐다. 투구수 100개가 넘은 이민호는 다음타자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폭투까지 나와 한 점을 허용했다.
2-1로 쫓긴 2사 1,2루. 최일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투수 교체는 없었다. 투구수는 110개가 넘었다. 이민호는 장성우를 5구째 삼진으로 잡아내고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비록 이후 7회 동점이 되면서 승리에 실패했지만)
2일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브리핑에서 '전날 5회 투수 교체 타이밍'을 묻자, "선발 투수가 5회 이기고 있을 때는 안 바꾼다. 감독을 하면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5회 선발 교체는 딱 1번 있었다. (삼성 감독 시절) 윤성환이 갑자기 허리가 아파서 못 던지게 돼, 정현욱을 대체 선발 투수로 올렸다. 80구 정도 투구수를 예상했는데 5회 90구가 넘어갔다. 5회 만루에서 이우선으로 바꿨는데 만루 홈런을 맞고 경기는 졌다"고 말했다.
2012년 때였다. 2012년 또 6월 8일 문학 삼성-SK전에서 정현욱은 1-0으로 앞선 5회 2사 만루 위기에서 교체됐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이우선이 만루 홈런을 맞고 정현욱은 패전 투수가 됐다.
류중일 감독은 당시 ‘이렇게 될 바에야 정현욱에게 5회를 끝까지 맡길 걸’이라며 후회했다. 5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선발의 승리 요건도 뺏으면서 교체했는데 최악의 결과가 나왔기에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후 지금까지 류 감독은 선발 투수가 5회 앞서고 있을 때는 역전을 당하더라도 책임지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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