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켈차 보다 정임이' 정찬헌, “그런 칭호 받을 정도 성적 아니다” [오!쎈 인터뷰]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0.07.01 07: 02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 그러나 LG 투수 정찬헌(30)에게는 ‘서른, 잔치는 시작됐다’가 어울린다.  
정찬헌은 지난해 5월말 허리 부상이 악화됐고, 두 번째 허리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달렸다. 쉽지 않은 재활을 견딘 그는 수술 후 불펜 투수로서 연투의 어려움이 있어서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2008년 프로 데뷔 첫 해 선발로 뛴 그는 2009년부터는 줄곧 불펜 투수로 뛰었다. 12년 만에 다시 선발 전환, 정찬헌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LG 선발 정찬헌이 큰 숨을 내쉬며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rumi@osen.co.kr

정찬헌은 올 시즌 6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 중이다. 지난 27일 인천 SK전에서는 9회 1사까지 노히트 행진, 아쉽게 노히터에는 실패했지만 프로 데뷔 첫 완봉승을 거뒀다. 
시즌 초반 LG의 1~3선발인 윌슨, 켈리, 차우찬이 기복있는 피칭으로 불안한 반면 4~6선발인 정찬헌, 임찬규, 이민호가 오히려 기대이상으로 잘 던지면서 LG팬들 사이에는 ‘윌켈차 보다 정임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찬헌, 임찬규, 차우찬이 4승으로 팀내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은 정찬헌이 2점대, 이민호(2승)가 1점대다. 반면 윌슨, 켈리, 차우차는 평균자책점 4~5점대다. 
정찬헌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5선발 자리에서 번갈아 뛰는) 이민호와 둘이 에이스라는 칭찬이 많다’는 얘기에 “(선수들도) 장난식으로 그런 얘기는 하는데, 아직은 그런 칭호를 받을 정도로 성적을 낸 것은 아니다.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으면서 던지고 있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배려를 받고 좋은 환경에서 던지고 있다. 성적은 좋지만, 휴식을 취하지 않는 선수들을 보면서 내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커리어 하이라고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12년 만에 다시 선발로 던지면서 달라진 점은 다양한 구종이다. 정찬헌은 “2008년 당시에는 직구와 커브 2개 뿐이었다. 단조로움, 단순한 피칭에다 경험 없는 새내기였다. 한계점이 분명했다. 지금은 중간과 마무리를 해보고 다시 선발로 오면서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게 됐다”고 차이점을 말했다. 
개막 후 신인 이민호와 번갈아 5선발 자리로 뛰게 되자 정찬헌은 ‘둘이 합쳐서 10승을 하자’고 했다. 벌써 두 선수는 합작 6승을 거뒀다. 승수 이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목표를 더 높여야 하지 않겠나’라는 질문에 정찬헌은 “솔직히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투수라면 10승은 목표로 할 것이다. 둘이 나눠서 던지기에 5승씩 하자는 말로 동기 부여를 한 것이다. 아직 10승도 하지 않았고, 서로 잘하자는 의미였다. 숫자 의미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 목표는 선발 로테이션 간격을 줄이는 것이다. 지금은 한 번 선발로 던지면 다음 날 등과 허리, 팔 등에 근육통이 심하다. 대체로 10일 간격으로 던지고 있다. 컨디셔닝 파트에서 관리를 잘 받고 있다. 
정찬헌은 “열흘에 한 번씩 던지다 7~8일 쉬고 던지고, 6~7일 휴식 그 다음에는 5~6일 휴식일까지 계속 줄여나가야 한다. 고정 로테이션을 도는 것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목표를 드러냈다. 지난 27일 던진 그는 6일 쉬고 오는 4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로 나서게 된다. 
2016년 허리 수술을 받고서 재활, 2017년에는 전혀 통증이 없었다고 한다. 2018시즌 던지면서 다시 디스크 증세가 진행됐다. 마무리로 잦은 등판, 3연투도 하면서 점차 누적되면서 2019시즌 초반 던지고 나면 다리에 통증이 생겼다. 결국 2번째 수술대에 올랐다. 2020시즌, 정찬헌의 야구 인생은 새로운 출발대에 섰다. /orange@osen.co.kr
[OSEN DB] 2008년 프로 데뷔 첫 해 정찬헌의 투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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