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환자가 만족하는 '무지 외반증 수술'의 조건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0.07.14 15: 37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무지외반증 수술을 개척하고 보편화시킨 필자의 입장에서 얻은 2가지 교훈이 있다. 약 1만 5,000여 건에 달하는 무지외반증 수술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필자가 1994년에 이 수술을 처음 시도했고, 그 사이 많은 경험이 축적되면서 지금은 많은 젊은 의사들이 발수술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최근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 지는 일도 생기고 있다. "무지외반증 수술은 수술할 때 많이 아프다"거나 "무지외반증은 수술을 해도 재발을 한다"는 세간의 평이 종종 들리기 때문이다. 
사실 환자들은 '수술을 하면 무조건 좋아지겠지'라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수술 결과는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질환명과 질환의 진행 정도, 그에 동반한 문제들에 의해 통계적인 범위 내에서 사실상의 '성공확률'이 정해져 있다.
요즘처럼 의사들이 100점만 맞기를 강요하는 시대에, 성공확률이 높은 질환을 주로 수술하는 의사가 있다면 그는 '행운아'일 것이다. 의사의 의술이 특별히 뛰어나서라기 보다는 질환 자체의 수술 성공률이 높아 덩달아 환자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는 질환도 있기 때문이다.
무지 외반증 수술 전후의 모습.
우리나라 환자들이 무지외반증 수술을 받고, 특별한 만족감을 느끼기 까지에는 몇 가지 특이점이 있다.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가 바탕에 깔려 있다. 
첫째 수술전에 있었던 불편함, 즉 발의 통증과 신발을 신을 때의 불편함 등이 당연히 없어져야 하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쁜 발도 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치료 기능'에 충실한 정형외과의사는 환자의 불편함을 없애는 데 집중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 집도의가 교과서적인 각도교정에만 치우칠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환자의 내면이 은밀하게 요구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목소리도 들어야 하는 환경이 됐다. "안 아프게 하려다 보니 이뻐지기도 했다"는 메시지가 전달된다면 금상첨화다.
둘째 수술의 전 과정이 되도록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어느 누구도 아픈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최근 의료계에서의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도 “어떻게 하면 통증을 줄이거나 없애면서 시술을 할 수 있을까?”이다.
따라서 통증이 유발되는 수술이라는 과정을 받아야만 하는 환자들에게 '통증을 없애거나 적게 해주는 방법'으로 수술을 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고 당연한 일이다.
최근에는 발주위 신경 마취를 통해 수술 후 약 8시간 이상 지속되는 무통효과를 일으키고, 수술 후에도 통증을 없애는 약물 '무통기계'를 달아서 통증을 없애는 데 신경을 쓴다. 과거에는 속이 울렁거릴 수 있는 약제를 사용하였으나, 최근 그런 부작용이 없는 약제들만을 골라 칵테일을 만들어서 매우 효과적인 제통을 할 수 있게 됐다. 
무지외반증은 변형이 중간 정도 이상에 동통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요한다. 환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재발없고 기능적으로도 미용적으로도 완벽한 수술을 '통증없이' 시행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경태 정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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