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마뚜루]‘해결사 부재’ 한화, 김태균 이후가 더 큰 문제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20.06.16 10: 52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한화 이글스가 6월 14일 드디어, 마침내 ‘18연패’를 끊는 순간, 알지 못할 비애와 뭉클한 강동을 느낀 이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말이 쉽지, 그렇게 무참한 나날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힘들었다. 그야말로 가까스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저 ‘18연패’와 어깨를 나란히 한 다음에야 승리의 기쁨을 맛본 한화 선수단의 ‘슬픈 감격’을 탓해 무엇하랴.
소설가 박민규는 출세작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2003년)에서 “프로야구 원년, 우리 슈퍼스타즈는 마치 지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온 패배의 화신 같았다”고 비감어린 익살을 부렸지만, 한화 구단이 바로 그 꼴이었다. 어찌 됐든 그 게 승부 세계의 민낯일 터.

처절함과 안간힘. 한화의 승리 과정은 그 두 마디 말로 뭉뚱그려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부은 끝에’ 얻어낸 승리였다.
하지만, 마냥 기꺼워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화 구단이 그 후 팀 재정비와 쇄신책을 마련하겠노라는 사과문까지 내놓으나 언제 다시 그런 일이 안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한용덕 감독의 중도 사임을 몰고 왔던 이번 사태는 어찌 보면 1986년 빙그레 이글스로 시즌에 참가했던 한화 구단이 창단 35년 만에 맞이했던 가장 큰 위기라고 해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
1999년에 KBO 리그 첫 우승을 일궈낸 이후 한화는 장기간 바닥권에서 헤맸다. 이른바 야구계의 최고 명망가 ‘3김(金)’ 김인식→김응룡→김성근을 차례로 모셨지만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했고, 오히려 내상(內傷)이 깊어졌다.
사실 한화는 창단 이래 강타선의 팀이었다. 물론 창단 때의 한희민, 이상군 쌍두마차와 송진우→정민철→류현진으로 이어진 위력적인 마운드가 존재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무엇보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타격의 팀이었다. 구태여 그 이름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지만, 이정훈, 이강돈 등 초창기 강타자의 뒤를 이어 장종훈(1990, 1991, 1992 홈런왕)과 현재의 김태균(2008년 홈런왕)에 이르기까지 명맥이 이어져 왔던 터였다.
그런데, 현재 한화는 그런 해결사가 없다. 그 까닭을 여기서 따지는 일은 부질없다. 다만 간판타자 김태균이 6월 13일에야 겨우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때려낸 것을 볼 때 사태의 심각성이 더할 수밖에 없다. 노쇠화가 시나브로 시작된 김태균에게 여전히 의존하고 있는 팀 타선의 취약성이 18연패의 와중에 투수력보다는 더욱 도드라졌다.
한화 구단의 팀 쇄신은 앞으로 지켜볼 일이지만 김태균을 대체할만한 장타자를 발굴, 육성하지 못한다면, 미래는 결코 밝지않다. 더군다나 강타자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게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한화는 김태균이 중심도 아니고 그렇다고 뒤에 받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르다 보니 우왕좌왕했다. 노쇠한 김태균을 타선의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그렇고, 자칫하면 (타선의) 침체가 장기화 될 수 있다. (연패하는 동안) 마운드보다 타자의 문제가 컸다. 공격력이 살아나 타선이 터져야 연승 분위기를 이어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순철 위원의 풀이에 공감한다. 한화 구단은 이제 스카우트 분야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제9, 10구단으로 리그에 들어온 NC 다이노스와 kt 위즈가 나성범이나 강백호 같은 장거리형 타자를 영입, 팀 중심 타선을 성공적으로 꾸렸던 것처럼, 한화도 그동안 실패한 신인 스카우트를 거울삼아 타자 자원에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현재 추이로 본다면, 한화가 ‘혁명적인 반등’의 동력을 찾지 못하는 한 리그 하위는 피하기 어렵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지명 1순위로 거포 자원을 발탁하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
사족처럼 덧붙이자면, 한화 구단의 이번 사태는 ‘세대교체’의 갈등으로 빚어졌다는 풀이도 있다. 황석영 작가는 “언제나 세상이 바뀔 때면 새것이 바로 전에 있던 것들과 대립하고 싸우면서 자기 세계를 구축해가게 마련이었다”고 설파했다.(『강남몽』에서 인용)
슬기로운 세대교체는 모든 구단의 과제다. 한화 구단은 이 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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