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1순위"..'사라진 시간' 정진영, 57세 신인감독의 꿈 담았다(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05.21 12: 58

 “기존 영화와 다르다. 자유롭게 했다.”
감독으로 데뷔하는 배우 정진영이 2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새 영화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BA엔터테인먼트・다니필름)의 제작보고회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어떤 평가를 내놓을지 기대되고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사라진 시간’은 1988년 연극 ‘대결’로 데뷔한 배우 정진영이 32년 만에 내놓은 연출 데뷔작이다.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조진웅이 주인공 형사 형구 역을 맡아 특유의 연기력을 과시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형사 역을 맡은 조진웅은 “앞선 작품들에서 맡았던 형사는 집요하거나 막무가내였다면, 형구는 생활밀착형 형사”라며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형사의 정의감은 갖고 있지만 생활에 밀착해 있는 인물이다”라고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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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은 삶을 되찾기 위해 주변을 추적해 나가는 혼란스러운 형구의 감정과 생각을 연기파 배우로서 안정적으로 표현했다. 이에 감독 정진영도 “조진웅 배우가 해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호평했다.
이어 정 감독은 “사실 저는 저와 함께 했던 감독들이 ‘정진영을 상상하며 썼다’는 말을 들었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근데 감독이 돼 캐릭터 인물을 구체적으로 형상화 하다 보니 어떤 인물을 상상하면서 쓰게 되더라. 자연스럽게 조진웅이 떠올라 연기하는 걸 상상하면서 썼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조진웅 씨를 캐스팅 1순위로 염두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정진영은 “‘사라진 시간’이 저예산 영화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면에서 중간 지점에 있는 거 같기도 하다. 저는 이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다. 그 자리에서 해소되는 게 아니라 무언가 남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연출가적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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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는 “영화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는 것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경험이 없고 앞으로 또 한다는 기약을 할 수 없으니)자유롭게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런 형태로 시나리오를 썼다”라며 “앞으로 제가 연출할 작품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자유롭게 했다. 결과가 어떨지 모르는 상황인데, 저로선 자유로움과 색다름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연출 방향을 밝혔다.
그는 초고가 나오자마자 조진웅에 전달했다고 한다. "제가 선배라서 같이 하자고 말하는 걸 망설였는데 초고가 나오자마자 조진웅을 줬고, 초고를 다 쓴 날 바로 보냈다”며 “근데 그 다음 날 바로 하겠다는 답이 왔다. 저는 그 날 아주 기쁨의 술을 마셨고 진웅씨는 의혹의 술을 마신 거 같다”라는 일화를 전해 웃음을 안겼다.
이에 조진웅은 “왜 저를 염두하셨는지, 왜 굳이 저였는지 궁금했다. 선배로서의 위압이 당연히 있었다. 보통 그렇게 작업이 진행되지 않는데.(웃음)”라며 “제가 그 다음날 바로 하겠다고 말씀 드린 건 작품에 미묘한 맛이 있어서다. 설명할 수 없는. 그래서 정진영 감독 본인이 쓰신 게 맞는지, 원작이 어디 있는 건 아닌지 궁금했다.(웃음) 제가 그런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감독님이 기쁨의 술을 마신 듯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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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은 직접 각본을 쓴 과정에 대해 “글쎄, 저도 잘 모르겠다”라고 말문을 열면서도 “제가 하고 싶었던 건 사는 게 뭔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런 얘기를 떠올리게 됐다.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서 유머러스함도 담았다. 다른 생각을 못 하게 만들고 싶어서, 스토리를 예상하지 못 하게 끌고 가고 싶었다”라고 이야기를 구상해 낸 과정을 전했다.
화재 사고를 수사하기 위해 시골에 내려간 형구. 처음에는 단순한 사건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을 사람들의 수상한 점을 느끼면서 그는 자신이 기억하는 삶을 찾기 위한 추적을 시작한다. 
4년 전에 처음 연출에 도전할 계획을 세웠다는 그는 “직접 썼던 두 어개 시나리오는 너무 익숙해서 버렸고, 이건 영화 제작이 결정됐다. 훌륭한 배우들이 연기를 해줘서 영화가 됐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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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은 이날 “배우가 되기 전,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조진웅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줬는데 촬영지도 도움을 줘서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주인공 형구 역의 조진웅은 “정진영 선배님은 감독으로서, 배우로서 본질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나도 감독이 된다면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진영은 “배우로서의 경험이 영화 연출에 도움이 됐다. 배우는 전문가라서 준비를 잘 해온다. 감독의 입장에서 배우가 준비해온 걸 믿고 가면 된다”며 “디렉션을 할 때도, 워낙 잘 해서 크게 할 건 없었지만, 전 옆에 가서 속삭였다. 크게 얘기하면 스태프가 그 감정을 하는지 안 하는지만 보게 될 거 같아서였다. 조진웅 배우가 역할을 잘 소화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개봉은 내달 18일. 러닝타임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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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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