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닮은 미세먼지, 가을에 더 독해져 돌아온다”

친환경차타기 천만시민운동 안문수 공동대표(왼쪽)와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 대표가 ‘코로나19의 그늘에 숨은 미세먼지 대책’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갖고 있다.
“바이러스 닮은 미세먼지, 가을에 더 독해져 돌아온다”
[OSEN=강희수 기자] 지구촌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시간은 걸릴지라도...


[OSEN=강희수 기자] 지구촌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시간은 걸릴지라도 백신이라는 처방이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종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사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또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가 조용히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전 인류가 코로나19와 싸우느라 온정신을 쏟고 있는 사이, 교묘히 발톱을 숨기면서 더 큰 위협이 될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미세먼지 이슈는 코로나19의 그림자 아래에서 자라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간이 산업활동을 멈추자, 마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른 피부질환부처럼 빠르게 얼굴색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잠시 미세먼지가 물러갔다고 해서 근본적인 요인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연고를 맞은 무좀균처럼, 피부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세먼지 대책에 쓰일 예산은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무심결에 전용되고 있고, 그 사이 미세먼지는 무좀균이 피부 아래로 숨어들 듯, 순한 고양이가 돼 있다.

다양한 형태의 NGO 활동으로 정부로부터 장기적인 미세먼지 정책을 이끌어냈던 활동가들의 마음이 미세먼지 낀 오후처럼 답답하다. 발등에 떨어진 불인 코로나19 대응을 부정할 수도 없고, 진척은커녕 이미 추진되고 있던 미세먼지 정책마저 퇴보하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기도 영 불편하다.

대기환경 보전활동을 위해 설립된 한국자동차환경협회 4대 회장을 역임하고, 최근 친환경차타기 천만시민운동으로 자리를 옮긴 안문수 공동대표의 마음이 바로 그러하다.

안문수 대표는 몇몇 매체가 참석한 좌담회에서 “국제적 재난상황에서 미세먼지 이슈가 묻혀 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에너지 소비는 다시 늘 것이고, 당연한 수순으로 미세먼지가 찾아올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런데 다시 돌아오는 미세먼지는 더 독한 녀석이 돼 있을 공산이 크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추진해 왔던 사업들이 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후경유차 저공해화 사업에 편성돼야 할 지자체 예산이 대폭 감액되거나 코로나19 대응 재원으로 전용되고 있고, 전기차 보급은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SUV 득세로 경유차 소비는 되레 늘어나고 있다.

안문수 대표는 “정부 예산이 확정되면 각급 지자체가 매칭펀드로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저공해조치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만 해도 노후경유차 개선사업에 쓰여야 할 예산 429억 원이 감액됐고, 전기차 보급에 쓰일 64억 원도 감액됐다”고 말했다.

좌담회에 함께한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도 “코로나19 여파로 대중교통 이용률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해지자 너도나도 자가용을 끌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이런 판국에 노후경유차 대책에 쓰여야 할 예산이 재난기금으로 쓰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정지된 글로벌 산업활동은 우리에게 다시 맑은 하늘을 선물했다. 그런데 이게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안 대표는 “지난 봄, 우리나라 대기질이 좋았다. 일단은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산업활동이 올스톱된 원인이 크다. 그런데 꼭 이유만은 아니다”고 운을 띄웠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기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원래 한반도가 봄에 바람의 세기가 강해진다. 그런데 대기환경 변화로 봄철은 더 짧아지고 풍속은 태풍 수준이 됐다. 달라진 대기 흐름 때문에 봄만되면 재난 수준이던 미세먼지 문제가 올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미세먼지 발생량이 준 게 아니라, 대기가 정체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치 개선된 것처럼 보였다는 설명이다.

그 와중에 저공해조치 사업마저 답보상태가 지속된다면 올가을겨울 찾아올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임기상 대표는 “차라는 것은 오래 타면 탈수록 배기가스가 더 독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저공해조치 사업마저 진행되지 않는다면 미세먼지로 인한 재난상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행태가 바이러스를 꼭 닮은 미세먼지. 장기 플랜 아래 꾸준히 대응해야 할 걱정거리다. 코로나19의 그늘 아래 잠시 주춤한다면 더 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일고 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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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1 0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