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마뚜루] ‘유폐 생활’ 김성근 전 한화 감독, 코로나19가 차단한 야구 열정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20.05.11 10: 05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선 한국은 지난 5월 5일 프로야구 KBO리그가 개막됐으나, 일본은 여전히 전망이 불투명하다.
11일 일본 닛칸스포츠는 ‘일본 프로야구리그가 11일에 12구단 대표자 회의를 열어 개막 시점 등을 논의한다. 빠르면 6월 19일에 개막할 것’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둔화하고 있다고 판단, 5월 14일에 긴급사태를 해제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따라서 일본 프로야구도 개막에 대비, 본격적인 시즌 채비에 들어가겠지만 정식 개막은 아직도 한 달 이상 걸릴 듯하다.
일본 후생성 발표(5월 10일 오후 9시 시점, 아사히 긴문 보도 인용)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 6579명이고 그 가운데 사망자는 633명이나 된다. 도쿄지역이 가장 많은 4868명이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저팬시리즈를 쟁패한 소프트뱅크 호크스 본거지인 후쿠오카도 654명이나 발병했다.

지난해 12월 6일 일구상 시상식에서 김성근 전 감독이 SK 염경엽 감독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민경훈 기자rumi@osen.co.kr

2018년부터 소프트뱅크 호크스 투수코치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김성근(78)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을 사적인 일로 모처럼 통화한 김에 그쪽 사정을 들어봤다. ‘야구 열정의 화신’으로 불러 마땅할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야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듬뿍 묻어났다.
소프트뱅크 호크스 구단이 마련해준 후쿠오카 시내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김성근 고문은 “(일본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 이후 밖에 나가 식사를 한 적이 없다. 사람 많은 데는 아예 가지 않는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내가 숙소에서 혼자서 식사를 해결한다”고 푸념처럼 말하면서 나지막하게 웃었다. 한국에서 부인이 일본으로 올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니 혼자서 매 끼니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실상 유폐 상태나 마찬가지인 것이 최근 그의 일상생활이다.
“일본은 이달 말까지 긴급사태니까 구단들이 합동연습도 못하고 있다. 11일에 이사회를 한다니까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그야말로 답답한 상황이지만 코로나19의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이 일본 프로야구단들의 처지다. 당초 3월 20일에 개막할 예정이었던 일본 프로야구리그는 두 달 가까이 늦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2, 3월에 치렀던 구단 합동훈련도 중단한 채 자율훈련으로 대체한 상태다.
김성근 고문은 “우리는 야수, 투수조로 나뉘어 오전과 오후에 바꿔가며 자율훈련을 하고 있다. 오전조는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오후조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이고, 코치들은 선수들과 접촉을 할 수 없어 당번제로 한 명씩 구장에 나가 훈련을 체크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직접 지도는 안 되지만 선수들이 요청할 경우 펑고는 쳐준다.
구장 출입은 엄격하다. 선수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들은 마스크는 당연히 써야 하고 구장 입구에 설치한 열 감시 기구를 통해 발열 체크를 한다.
김성근 고문은 “조금 전(11일 밤) 메일이 온 것을 보니까 오너(손정의 구단주)가 구단 전 직원 가족한테 검사 키트를 지급한다고 통지했다.”면서 “자가 진단과 병행해 구장 현장에서도 거리를 두고 선수 라커도 1, 3루 쪽을 모두 개방해 분산해서 사용하고 있다. 훈련도 오전조가 나간 뒤에 오후조가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치도 라커를 혼자서 사용한다.
“현재는 선수들을 직접 지도할 수 없다. 자율연습이니까 선수들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저 옆에서 체크하는 것을 바라만 본다. 다만 5일 전부터는 선수들이 요청하면 펑고는 쳐 준다.”고 말했다.
“집에 가만히 있으니까 답답하기 짝이 없다”는 김성근 고문은 건강관리에 대한 염려를 전하자 “아침에 일어나서 나름대로 몸을 푼다. 낮에는 근처 공원에 가서 체조를 하거나 걸어다니고, 틈이 있으면 어린이들을 가르쳐준다. 공원에서 운동하는 아이들이 있다. 일본 사람들은 토, 일 요일에는 공원에 많이 나가지만 평일에는 별로 없다.”고 전했다.
사흘 훈련, 하루 휴식 일정으로 자율훈련을 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훈련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 고문은 “11일에 쉬고 3일 훈련한 뒤인 14, 15일에는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후쿠오카도 획진자가 줄기는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지만, 일본은 알 수 없다. 검사를 많이 안 하니까.”라며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잠복 환자의 질병 전파 감염 우려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지난 1월 중순에 후쿠오카로 간 김성근 고문은 “누구라도 그랬겠지만 이렇게 될 줄 생각도 못했다”면서 KBO 리그 소식은 “밤 9시에 니혼티브이 뉴스를 통해 아, 이렇게 됐구나 하는 정도”라면서 타의에 의해 차단된 야구 열정을 다시 발산할 날만 고대하고 있다.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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