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너무 잘하는데…” 양동근 은퇴,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 [서정환의 사자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0.04.01 07: 08

‘현대모비스의 심장’ 양동근(39)이 전격 은퇴를 결정했다. 
현대모비스는 31일 “양동근이 현역선수생활에서 물러나 미국연수를 거쳐 지도자의 길을 간다”고 발표했다. FA 신분을 얻은 양동근은 코로나19 사태로 프로농구 시즌이 조기 종료된 후 코칭스태프 및 프론트와 협의를 거쳐 은퇴를 결정했다.
양동근은 1일 오후 4시 KBL 센터에서 은퇴기자회견을 가진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구단이 은퇴를 종용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본인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팬들은 양동근의 은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프로농구 최정상급 가드인 양동근의 은퇴는 너무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다. 양동근은 4월 1일 은퇴기자회견을 가진다. 팬들은 아직도 양동근의 은퇴가 '만우절 농담'이길 바라고 있다.   
1. 아직 은퇴하기에는 너무 잘한다
선수는 보통 나이가 많아 기량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심각한 부상이 생겼을 때 은퇴를 결정하곤 한다. 양동근은 아무런 해당사항이 없다. 한국나이로 마흔인 양동근은 지난 시즌에도 현대모비스 주축 가드로 활약했다. 이대성이 있을 때는 식스맨으로 나왔지만, 이대성 이적 후 30분 가까이 뛰면서 다시 주전을 맡았다. 
양동근은 2019-20 시즌 40경기에 출전해 평균 28분 24초를 뛰면서 10점, 4.6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했다. 어시스트는 리그 4위 기록이다. 객관적인 지표에서 여전히 리그 탑5 안에 드는 가드다.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경험과 노련미, 리더십 등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이런 선수가 은퇴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양동근은 전성기에 비해 체력이 다소 떨어져 출전시간이 줄었을 뿐 코트에 선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난 선수다. 특히 그의 수비능력은 아직도 최고수준이다. 김선형, 허훈, 천기범, 김시래 등이 있지만 양동근보다 공수균형이 잘 잡힌 선수는 아무도 없다. 후배가드들 중 코트에 선 순간 양동근보다 잘한다고 단언할 수 있는 선수는 아직 단 한 명도 없다. 
2. 팬들은 그를 보낼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 
양동근은 내심 마지막을 준비했다. 시즌 막판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절친 크리스 윌리엄스의 33번을 달고 뛸 생각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시즌이 조기종료되면서 양동근의 바람은 현실로 이뤄지지 못했다. 
1997년 KBL 출범 후 농구대잔치 세대를 제외하면 프로농구에서 슈퍼스타로 떠오른 선수는 사실상 김주성과 양동근 두 명 뿐이다. 특히 대학시절 이정석에 가려 ‘2인자’로 평가받던 양동근은 프로에서 대기만성을 이뤘다. 
철저한 몸관리와 바른 품성을 가진 양동근은 프로에서 뛰는 17년간 구설수에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농구계의 유재석'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인터뷰조차 너무 정석만 말해서 재미없기로 유명한 선수다.  
김주성은 2017-18시즌을 앞두고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주로 4쿼터에 나오는 식스맨 해결사로 뛰었고, 다른 구단에서 은퇴투어도 해줬다. 팬들이 그의 은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양동근은 다르다. 다음 시즌 당연히 현대모비스의 6번으로 남을 줄 알았던 선수가 돌연 은퇴를 한다. 팬들이 은퇴여부도 몰랐고, 선수시절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팬들이 양동근의 은퇴를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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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에서는 빈스 카터가 나올 수 없나?
양동근은 평범한 선수 한 명이 아니다. 지난 17년간 한국농구를 대표했던 프로농구와 농구대표팀의 얼굴이다. 마흔살까지 주전으로 뛴 양동근은 후배들에게 가장 닮고 싶은 선배다. “나도 몸관리를 열심히 하면 저 선배처럼 될 수 있겠지!”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표본이 양동근이다.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NBA에서 은퇴한 빈스 카터는 무려 22시즌을 뛰었다. 1998년에 데뷔한 그는 2020년까지 서로 다른 네 번의 10년동안 최정상의 무대에서 세계최고의 선수들과 실력을 겨뤘다. 한국에서는 1997년 데뷔해 2017년까지 뛰었던 주희정이 있었다. 
프로축구의 김병지는 1992년 데뷔해 2016년 은퇴했다. 후배들의 자리를 뺏는다는 말보다 “형이 오래 뛰어야 나도 오래 뛸 수 있다”는 후배들의 격려를 들었다. 양동근도 그렇게 될 수 있었다. 
자칫 양동근의 은퇴가 “천하의 양동근도 마흔살에 은퇴했는데 내가 어떻게 더 뛰나?”라는 후배들의 생각으로 이어질까 아쉬움이 남는다. 과연 한국에서 팀의 핵심전력으로 뛰는 토종 40대 선수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4. 꼬여버린 현대모비스의 리빌딩 계획 
양동근의 은퇴로 현대모비스의 전력약화도 불가피해졌다. 당장 믿고 주전가드를 맡길 수 있는 자원이 없는 실정이다. 양동근의 연봉이 샐러리캡에서 제외되지만, 그렇다고 현대모비스가 외부 FA에게 거액을 베팅할 형편도 아니다. 고졸출신 서명진의 급성장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대성을 보낸 것이 아쉽다. 지명때부터 ‘양동근의 후계자’를 염두에 둔 이대성이었다. 하지만 이대성이 지난 시즌을 앞두고 연봉 30위권 바깥으로 계약해 무보상 FA 자격을 얻게 됐다. 이대성을 지키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현대모비스는 그의 가치가 남아있을 때 시즌 중 KCC로 보냈다. 
결과적으로 이대성의 이적과 양동근의 은퇴로 불과 2019년 우승팀 현대모비스의 가드진이 텅텅 비게 됐다. 양동근의 자리를 이대성이 자연스럽게 물려받을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 현대모비스의 전력약화는 은퇴하는 양동근에게도 부담이다. KCC 이적 후 다시 FA 자격을 얻은 이대성은 다시 현대모비스에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다. 이대성 역시 양동근의 후계자로 남지 못한 것은 후회로 남을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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