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4세대 쏘렌토, ‘진화의 흔적’ 3열에 싹 튼 새 생명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0.03.31 07: 43

 사실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기대했다.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SUV 소비자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게 가솔린 하이브리드이기 때문이다. SUV의 실용성과 하이브리드의 경제성이 ‘디젤 SUV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하이브리드 주력’을 기대하기엔 국내 자동차 업계의 현실과 정부 정책의 단계가 아직은 시기상조인 모양이다. 기아자동차는 국내 중형 SUV의 첫 하이브리드 시대를 열었지만, ‘친환경차 요건 미달’이라는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났다.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망은 사전계약에서 강하게 드러났다. 기아차는 4세대 쏘렌토 공식 출시를 앞두고 시작한 사전계약에서 첫날에만 1만 8,000여 대가 몰리는 소위 ‘대박’을 터트렸는데, 그 중 70%인 1만 3,000여대가 하이브리드였다. 그러나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인증 복합연비가 친환경차 기준(배기량 1,000~1,600cc 미만 일 때 15.8㎞/ℓ)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사단이 났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598cc 가솔린 터보엔진을 쓰면서 연비는 15.3㎞/ℓ로 인증을 받았다.

기아차는 쏘렌토 하이브리드 사전계약자들에게 친환경차 세제 혜택이 적용된 계약가를 그대로 인정해주기로 통 큰 결정을 내렸지만 이 과정에서 수백 억 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크게 내상을 입은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추가 계약을 중단했고, 하이브리드 중형 SUV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짜고 있다.
신형 쏘렌토를 시승하면서 못내 아쉬웠던 대목이다. 기자도 하이브리드 중형 SUV를 기다리는 소비자 중의 한 사람이지만 시승 행사장에서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만나보지 못했다. 꿩 대신 닭이라던가? ‘디젤’ 쏘렌토에도 전에 없던 두 가지 새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죽어가던 3열이 생기를 찾았고, 8단 DCT는 단단한 체결감으로 손실없이 엔진의 힘을 쏟아내고 있었다. 
중형 SUV에서 3열은 계륵 같은 존재였다. 그 동안의 ‘7인승’은 차량 등록상의 7인승에 불과했다. 3열에 탑승객을 앉힌다는 건 말 안 듣는 아이를 벌주겠다는 계산이었다. 인간의 척추 끝에 달린 꼬리뼈처럼 흔적기관 같은 존재였다. 
4세대 신형 쏘렌토의 미디어 시승장에서도 가장 먼저 3열을 살폈다. 이전 모델과는 공간이 사뭇 달랐다. 뒷문을 열고 3열에 앉아 봤다. 2열 좌석과 무릎 사이에 제법 여유가 있다. 3열에 탑승객을 앉혀도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다. 다만 바닥과의 높이가 충분하지 않아 무릎을 살짝 세우고 앉아야 한다. 장거리 여행이라면 불편함을 호소할 수 있어 보인다.
어째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기아자동차는 ‘3세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4세대 쏘렌토를 개발했다. 3세대 플랫폼은 높아진 강성, 낮고 길어진 차체가 특징이다. 길어진 전장은 거주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에 집중 할애됐다. 3열이 쓸모를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아차의 쏘렌토 상품 자료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휠베이스가 35mm 늘어나면서 2열 무릎 공간과 적재 공간이 커졌다. 특히 대형 SUV에만 적용되던 2열 독립시트를 앉혀 2열 승객의 거주 쾌적성과 편의성도 강화했다”고 말이다.
이쯤 되면 6인 이상 다인승 차량을 희원하던 다둥이 가장들의 고민 하나가 해결될 듯하다. 굳이 카니발까지 가지 않아도 답을 찾을 수 있다. 기아차는 신형 쏘렌토를 처음 소개하면서 ‘준대형 SUV’라는 단어를 썼다. 차급은 중형 SUV이지만 대형 SUV 수준의 공간성을 제공한다는 자신감이었다. 그 자신감은 거짓이 아니었다.
주행감에서는 습식 8단 DCT가 주는 맛이 인상적이다. 현대기아차의 스마트스트림 2.2 디젤 엔진에는 쏘렌토에 와서 처음으로 습식 8단 DCT가 연결됐다. 아쉽게도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8단 DCT가 아닌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심장은 최고출력 180PS, 최대토크 27.0kgf·m의 스마트스트림 1.6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과 최고출력 44.2kW, 최대토크 264Nm의 구동 모터가 혼용된다. 시스템 최고출력 230PS, 시스템 최대토크 35.7kgf·m의 힘을 발휘한다.
건식에서 습식으로의 전환은 고성능과 관련이 있다. 오일 속에서 작동하는 습식이 건식보다 고속 주행에서의 내구성이 뛰어난 건 상식적이다. 건식이냐 습식이냐는 기술이 있고 없고의 논제라기 보다는 용도에 따른 선택에 더 가깝다.
서울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경기도 양주를 왕복하는 시승구간에서 8단 DCT의 울림은 컸다. 4세대 쏘렌토가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특장점을 찾지 못하던 중에 8단 DCT의 존재는 군계일학이었다. 최첨단 안전과 편의장치가 낮은 차급에도 차별없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차급별 개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게 요즘 차들의 보편적 경향이다.
쏘렌토에 장착된 습식 8단 DCT는 저속에서는 수동 변속기의 강인함을, 고속에서는 자동변속기의 세밀함을 표출하고 있었다. DCT(Dual Clutch Transmission)가 수동변속기(Manual Transmisson)의 작동 원리를 기반으로 개발된 수동 변속기의 일종이지만 운전자가 변속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측면에서는 ‘자동’으로 인식된다. 두 가지 특성이 쏘렌토 변속기에 혼재돼 있었다. 
변속이 더 촘촘한 8단을 구현하다 보니 어느 정도 속도가 오르고 나면 변속 사실을 감지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8단 주행 중에도 가속 페달을 조금이라도 깊이 밟으면 순식간에 6단으로 내려가면서 강력한 토크를 발생시킨다. 출발 때부터 RPM 게이지의 바늘을 주목하고 있으면 듀얼 클러치가 얼마나 부지런히 작동하는 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스트림 D2.2’ 엔진에 ‘스마트스트림 습식 8DCT’를 조합한 4세대 쏘렌토의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02PS(마력), 최대토크 45.0kgf·m의 힘을 발휘한다. 연료소비효율(연비)은 14.3km/ℓ(5인승, 18인치 휠, 2WD 복합연비 기준)로 인증 받았다.
디젤이 영 성에 차지 않는 사람은 올 3분기를 기다리면 가솔린 엔진을 단 트림이 나온다. 기아차는 올 3분기 중 스마트스트림 G2.5 T 엔진과 스마트스트림 습식 8DCT가 탑재된 신형 쏘렌토 가솔린 터보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4세대 쏘렌토 디젤 모델은 트렌디 트림이 2,948만 원, 프레스티지 트림이 3,227만 원, 노블레스 트림이 3,527만 원, 시그니처 트림이 3,817 만 원이다. (※ 개별소비세 1.5% 기준) /100c@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