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 산길 물길을 가릴까?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0.03.30 08: 12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112년 전 시인 최남선은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시에서 태산을 깨부술 힘을 지닌 파도를 이렇게 묘사했다. 어떤 미사여구보다 사실감 넘치는 시구(詩句)다. 파도의, 대자연의 힘이 느껴진다.
지난 겨울의 막바지, 강원도 홍천에서 랜드로버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잊을 수 없는 기억 한 자락을 안겼다.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시퍼런 동해의 집채 같은 파도를 본 건 아니다. 홍천의 모곡 레저타운에 마련 된 오프로드 코스에서 차체를 때리는 집채 같은 파도 소리를 들었다.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수로를 건너가고 있었다. 차체에 밀린, 얼음과 물의 슬러시가 수로의 벽에 부딪힌 뒤 파도가 돼 되돌아오고 있었다. 처얼썩 처얼썩 척 두두두두....
차는 개의치 않았다. 전진 명령을 받은 수륙양용의 장갑차 같은 위용이다.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도강능력은 최대 600mm다.
바짓가랑이를 둥둥 걷어올리고 개울을 건너가던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물이 발목에 차면 장난스럽다. 무릎에 차면 조심스럽다. 그러다 허벅지에 차면?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위협을 느낀다.
차가 빠진 600mm의 깊이는 충분한 공포감이다.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전고는 1,727mm. 차체의 1/3 이상이 물에 잠긴 상태다. 그래도 이 녀석은 꿋꿋하게 전진을 한다. 얼음 슬러시를 온몸으로 맞으며.
새처럼 날고 싶어 비행기를 발명하고, 코끼리처럼 많은 짐을 싣고 싶어 트럭을 만들고, 재규어처럼 날쌔게 달리고 싶어 스포츠카를 만든 인류다. 산길 물길을 거침없이 내달리고 싶은 탐험자들은 수륙양용의 오프로더를 만들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출시한 랜드로버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2015년 이후 5년만에 화장을 고쳤다. 변화폭이 상당하지만 풀체인지는 아니다.
어떤 변화가 가해지더라도 바뀔 수 없고 버릴 수 없는 첫째가는 덕목은 ‘다재다능’이다. 포장도로에서는 재규어처럼 내지르고, 오프로드에서는 경사로, 험로, 수로를 가리지 않고 내달리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겨울 홍천에서 보여준 그 모습은 다재다능의 표본이었다.
원론격인 다재다능에 슬기롭게 도달하기 위해, 각론에서는 다양한 변신을 시도한다. 이번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용량이 작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이해하면 된다.
수입차 소비자들에게, 당해본 사람은 안다는 불편사항이 있다. 배터리다. 배터리는 소모품이라 어떤 브랜드도 보증 품목에 넣질 않는다. 그런데 사용환경에 따라 예상치 못하게 방전이 되는 게 배터리다. 수입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가격도 만만찮다. 국산차의 두세 배는 간단히 넘는다. 배터리로 낭패를 겪어 본 이들은 수입차 자체에 정나미가 떨어지기도 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는 때 되면 갈아줘야 하는 배터리가 없다. 물론 수명이 다하는 때가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소모품’ 취급을 당하는 일반적인 배터리를 없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배터리 낭패감과는 안녕이다.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48볼트 리튬 이온 배터리가 보조 에너지원 구실을 한다. 차를 구동하는 모든 에너지가 내연기관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48볼트 배터리가 상황에 맞게 엔진을 보조한다. 구체적으로는 차가 17km/h 이하로 주행할 때 엔진 구동을 멈추고 배터리가 개입한다. 주행 재개 때는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가 엔진 가속에도 사용된다. 이 원리를 통해 약 6%의 연비가 개선된다. 운전자가 피부로 느끼는 이점은 배터리 방전 걱정과 교체 비용으로부터의 자유다.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외관도 달라졌다. 다만 페이스리프트인지라 자세히 보아야 하는 정도다. LED 헤드램프가 새로 디자인됐고, 전면 그릴과 전후방 범퍼가 살짝 달라졌다. 아래쪽으로 길게 뻗는 에어 인테이크도 인상을 달리한다. 그렇지만 멀리서 보면 누가 봐도 디스커버리는 디스커버리다.
사실 외관보다는 실내가 더 크게 바뀌었다.
공간성을 키우고, 트렌드에 맞게 디스플레이를 업그레이드했다. 실용성과 다목적성이라는 SUV 본원의 속성이 더 강조됐다. 도심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세련된 외관이지만 그 속내는 너른 들판을 향해 달리고 있는 디스커버리다.
뒷좌석 시트는 리클라인은 기본이고 앞뒤로 160mm 슬라이딩도 된다. 운전석 못지않은 안락함이 가미됐다. 수납공간은 이전 모델 대해 17% 커졌으며 센터 콘솔 커비 박스는 최대 9.9리터까지 물품을 보관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897리터로 확대됐고, 시트를 눕혀 최대 1,794리터로 키울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첨단’을 입었다. 터치 프로2(Touch Pro2)의 스크린은 10.25인치로 커졌고 해상도와 반응 속도도 향상됐다. 공조장치와 드라이브 모드 조작 버튼도 모던한 디자인의 터치식 버튼으로 바뀌었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면서도 고전과의 조화를 시도했다. 터치 방식이 오히려 손이 많이 가는 조작부에는 다이얼과 점진식 버튼을 남겨 직관성을 훼손하지 않았다.
풀 HD 화질의 12.3인치 대화형 운전자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표시할 수 있게 했다. 기본적인 계기반 표시에 내비게이션, 전화, 능동안전 시스템을 더했다. 계기반에 시원하게 표시되는 내비게이션은 운전자의 시선 분산을 막는 요긴한 장치가 될 수 있다.
클리어 사이트 룸미러(ClearSight Rear View Mirror)와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ClearSight Ground View)도 관심가는 첨단 품목이다.
클리어 사이트 룸미러는 평상시에는 일반 룸미러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2열 공간의 시야가 막힐 때는 버튼을 밀기만 하면 후방 카메라가 포착하는 사물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로 변신한다.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는 보닛을 투과해 전방을 보는 것 같은 화상을 제공한다. 오프로드에서 경사가 심한 언덕을 오를 때면 전방 시야가 막혀 운전자가 공포감에 휩싸이는데 이 기능을 켜면 없던 눈이 생긴다.
스톱앤고(Stop&Go) 기능이 탑재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유지 어시스트, 사각지대 어시스트같이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첨단 능동안전 시스템도 갖췄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로 T맵 내비게이션 기능을 활용할 수 있으며 콘솔 수납공간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도 마련됐다. 
엔진은 운전자의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출력이 다른 인제니움 디젤 2종과 가솔린 엔진 모델이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 2.0리터 4기통 터보 디젤 엔진은 150마력 또는 180마력짜리를 선택할 수 있는데 최대 토크도 38.8kg·m, 43.9kg·m로 다르다. 2.0리터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은 249마력의 고출력과 37.2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한시적 개별 소비세 인하치가 반영된 가격은 D150 S 트림이 6,087만 원, D180 S 트림이 6,497만 원, D180 SE 트림 7,127만원, 그리고 P250 SE 트림 6,837만원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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