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마뚜루] 김재영 미국야구 심판의 수련기, “하루 10시간 이동 강행군의 연속”

[홍윤표의 휘뚜루마뚜루] 김재영 미국야구 심판의...


그야말로 고행(苦行)이다. 승용차로 하루 10시간 이동의 강행군. 몸은 고되고 마음이 지칠 법도 하건만, 그는 여전히 쉬지 않고 저 높은 곳, 메이저리그 심판의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싱글 A 심판. 그의 현재 신분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 심판이었던 김재영(41) 심판은 굳은 의지를 다지며 지난 2018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올해로 마이너리그에서 심판 활동을 한 지 3년째를 맞는다.

그에게 들어본 마이너리그 심판의 일상은 마치 1800년대 중, 후반 미국야구 초창기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두 심판이 한 조가 돼 주심과 누심을 갈마들며 모든 경기의 책임을 지고 판정을 내리는 구조다. 그만큼 노동의 강도가 세고 긴장의 연속이다. 고달픈 나날이다.

김재영 심판은 지난해 10월 16일에 일시 귀국, 오는 3월 초에 다시 마이너리그 심판 활동을 위해 미국으로 간다.

“시즌은 4월부터이지만 3월에 애리조나 지역에서 스프링캠프를 열기 때문에 그 무렵에 출국할 예정이다. 올해 시작은 지난해와 같이 싱글 에이에서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리그는 싱글 A 미드웨스트리그. 미국 중서부 지역의 미시간, 오하이오, 켄터기, 일리노이, 위스콘신, 아이오와주 등 광활한 영역이다. 연간 140게임을 심판 두 명이 모두 소화해야 한다.

싱글 A는 2심제로 격일로 주심과 누심을 번갈아 맡는다. 김재영 심판은 이제 승급을 바라볼 때가 됐다. 그는 “현재로선 변동이 없다. 올해 캠프에 가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이라고 섣부른 전망은 하지 않았다. 더블 A 승급은 만약 올라갈 수 있게 된다면 올해 시즌 중이거나 아니면 빠른 2021년이나 2022년을 기대하고 있다.

고달픈 만큼 보수가 넉넉한 것도 아니다. 그는 올해 한 달 치 급여가 200달러가 늘어 총 2200달러를 받게 된다. 2018년에 처음 시작할 때는 2000달러, 일비로 계산하면 하루 46달러 50센트였다. 올해는 일비 기준 2달러가 많아졌다. 비록 쥐 꼬리만큼이지만 조금씩 늘고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식비로 주는 돈과 급여를 합쳐 보름에 한 번 일괄 계산해 받는다. 물론 시즌 때만이다. 그걸로 매 끼니를 해결해야 하므로 쪼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 프로야구는 올해 로봇심판을 우선 마이너리그부터 본격 도입, 시행할 예정이다. 비디오 판독에 이은 혁명적인 판정 변화다.

김재영 심판은 “확실한 것은 아직 모르겠다. 아마 트리플에이부터 더블에이까지 시행할 것 같다. 저희는 일단 제외된 것으로 안다.”면서 “로봇심판 도입은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고 현장에서 오심이 많아 팬들이 아우성치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볼, 스트라이크만 로봇에 의존하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판정 스트레스는 줄어들 듯하다.”고 긍정적인 면을 설명했다. “다만 판정이 어려운 체크 스윙이나 페어, 파울은 (로봇판정 도입에) 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 기본적으로 볼, 스트라이크만 하게 된다”고 전했다.

로봇심판은 트랙맨(TrackMan)을 홈플레이트 뒤쪽에 설치해서 투수가 공을 던지면 트랙맨을 토대로 볼, 스트라이크를 가린 후 폰으로 주심에게 전달하면 주심이 볼, 스트라이크를 선언하는 방식이다.

김재영 심판은 “주심이 들리는 대로 볼, 스트라이크를 콜하는 제스처는 똑같다. 시그널 타임은 약간 더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매 투구마다 실시간으로 전달받지만 그래도 1, 2초는 더 딜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야구 심판 활동이 국내와 가장 큰 차이점은 간결한 동작이다. 그는 “KBO리그는 경험을 안 해봐서 모르겠으나 미국 심판들은 제스처가 굉장히 간결하다. 예비 동작을 안 좋아한다. 이를테면, 쌍권총을 빼는 것 같은 요란한 제스처보다는 보다는 간결, 정확을 우선시한다. 제3스트라이크도 최소한의 동작으로 확실하게 선언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경험한 마이너리그는 ‘높낮이 스트라이크는 조금 후하고 좌우는 빡빡하다.’ 마이너리그라도 관중들이 돈을 내고 관전하기 때문에 매회 관중들을 위한 이벤트도 자주 한다. 감독 어필도 아주 심하다.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시달리므로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

“2심제이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많아 한 시즌 후 3킬로그램 이상 몸무게가 빠진다. 한여름에 장비 차고, 빠른 선수들이 부지기수여서 거기에 대비한 플레이도 읽어야 해 애로가 많다.

상황에 대해 정확히 볼 수 없는 일도 생긴다. 주자 슬라이딩 때 위치가 안 좋아 어쩔 수 없이 오심하는 일도 있다. 그럴 때는 욕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혹독한 수련이다. “처음부터 굴린다고 보면 된다. 바닥부터 시작하라고 얘기하는 것”이라는 그의 표현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장거리 운전은 일상사다. 두 명이 함께 움직인다. 차량은 리그에서 제공한다. 둘이서 번갈아 운전하는데, 짧은 거리는 1시간, 길면 500마일 이상 먼 거리를 10시간 가까이 운전하는 때도 많다. 심판이야 일이니까 그렇다 쳐도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는 게 그의 말이다.

트리플 A 퍼시픽코스트리그는 메이저리그와 같은 공인구를 쓰기 때문에 홈런이 양산 되지만 마이너리그는 반발력이 있는 공을 안 쓴다. “재활 중인 메이저리거가 제 판단으로 넘어가는(홈런) 줄 알았는데 펜스 앞에서 잡히자 같이 웃었던 적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넘어갈 타구가 너무 안 날아가니까.”

오심이 날 경우는 아웃, 세이프를 누심 혼자 해결해야 한다. 체크 스윙 판정이 어렵다. 누심은 경기 시작할 1루 쪽에 위치한다. 왼손 타자가 들어서면 누심은 1루 베이스라인에 있어 체크 스윙 판독을 놓칠 수가 있다. 3루 쪽이 정확하게 볼 수 있는데, 주자가 있으면 하는 수 없이 마운드 뒤쪽으로 이동, 1, 3루 방향 체크 스윙을 다 봐야 한다.

체력이 심판의 힘이다. 당연하다. 그래서 김재영 심판은 귀국한 뒤 줄곧 날마다 헬스장에 나가 체력단련을 했다. 지난해 11월 초등학교 지역대회 파견요청을 받아 게임도 잠깐씩 보는 등 실전 감각 유지를 위해 애썼다.

정처 없는 길, 동가식서가숙하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한 단계, 한 단계 딛고 올라가 마침내 메이저리그 심판의 꿈을 이룰 그날을 그는 꿈꾼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 위=김재영 심판이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누심을 보고 있는 장면

사진 아래=동료 심판들과 함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김재영 심판)

사진 제공=김재영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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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7 1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