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서지』 20호, 월북 국어학자 ‘이극로전집’ 비화, 백석 시인의 동화론 번역 글 첫 발굴, 수록

『근대서지』 20호, 월북 국어학자 ‘이극로전집’...
[OSEN=홍윤표 선임기자] 근대서지학회(회장 오영식)가 창립 10년 만에 『근대서지』 20호(2019년 하반기호....


[OSEN=홍윤표 선임기자] 근대서지학회(회장 오영식)가 창립 10년 만에 『근대서지』 20호(2019년 하반기호. 소명출판사 발행)를 펴냈다.

2010년 3월 제1호를 낼 당시 수집가와 연구자의 가교역을 자임하며 ‘소통의 창’을 열었던 『근대서지』가 반년간 특수 학술지로 10년간 한결같이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은 열악한 풍토의 우리나라 잡지계 현실에 비춰볼 때 자못 경이로운 일이다.

근대서지학회는 『근대서지』 창간호 발간 당시 “한국 근대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문서와 문헌들이 제도의 안과 밖에서 근대를 관통하며 실재했으며, 근대의 실상과 심층을 보여주는 이러한 다양한 서지들이 아직도 학계나 대중들에게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제공되지 못했다”고 판단, “학문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실증적 토대인 서지 공유 부족과 고립, 소통거부를 혁파하는 학문적 주체들의 연대”를 선언했다.

근대서지학회는 “근대서지들을 체계적으로 발굴, 소개, 해석하고 사회적으로 소통시켜 더 폭넓고 정확한 자료의 토대 위에서 근대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소망” 했는데, 『근대서지』 제20호는 그 소망의 실현이다.

오영식 근대서지학회 회장은 “어찌 보면 꿈만 같다. 10년 전, 학회를 만들고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학회지의 간행이라는 데에 뜻을 모아 첫걸음을 내 딛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만 10년을 지내고, 20호를 내게 되다니, 몸소 해온 일이건만 스스로 믿기지 않는다.”며 발간사를 통해 감회를 밝혔다.

『근대서지』는 우리 국문학 출판계의 선도적인 구실을 충실히 해온 소명출판사 박성모 대표의 배려와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나올 수 있었다. 오영식 학회장은 “박성모 회원은 출판사 대표이기 이전에 국문학 전공자이면서, 엄청난 근대자료 수집가로 근대서지학회 창립부터 함께 해온 ‘동지’이다. 박성모 회원이 학회에 끼친 공헌은 한 마디로 막대하다. 작게는 그의 장서(藏書)에서부터 크게는 그가 가꿔온 ‘소명출판’에 이르기까지 근대서지학회에 있어 그의 비중은 다른 무엇에 견줄 수 없을 정도”라고 그의 노고를 기렸다.

기념비적인 『근대서지』 20호는 도종환 시인의 ‘서역(西域)’을 비롯해 손택수의 ‘세한도’, 박형준의 ‘은하’ 이도윤의 ‘가족’ 등 중견 시인들의 신작 시가 머리를 장식했다.

특히 아동서지(兒童書誌)를 처음으로 별도로 꾸린 이번 『근대서지』에는 11월 30일에 서울 교육대에서 열었던 근대서지학회 주최 제10회 학술대회 ‘전시체제기 어린이 미디어의 공간-소년조선일보(1937~40)를 펼쳐 보다’의 발표자료를 갈무리한 글들을 실었다.

김경희 가천대 교수의 ‘1920년대 60전으로 세계 일주하는 방법’, 『조선동화』 제1집 해제 및 전문 번역(박종진 전주교육대 교수), 색동회원이었던 납북 사학자 ‘손진태의 재발견-아희들의 조선역사(朝鮮歷史) 연재물’ 소개(정선희 고려대 국문과 박사수료)와 ‘이석훈의 로빈손 표류기(漂流記) 발굴과 소개’(단국대 초빙교수), 저명 언론학자인 정진석 외국어대 명예교수의 ‘소년조선일보 압수기사 쌀에 대하여’ 등과 더불어 ‘백석 동화시와 소비에트 러시아 문학’(김재용 인하대 교수) 발굴도 눈에 확 띄는 글이다.

1955년 조선작가동맹출판사에서 발행된 번역 평론집 『아동과 문학』은 당시 소련에서 발표된 아동문학 관련 글을 모아 번역 소개한 책으로 백석이 가장 긴 글을 번역했다. 북한 출판물의 대표적 수집가인 한상언 영화연구소 대표의 자료제공으로 백석의 번역 글이 알려지게 됐다.

인쇄출판 부문에서는 이윤석 연세대 교수의 ‘신문 기사로 보는 회동서관’, 유춘동 선문대 교수의 ‘국립한국문학관 수증 고(故)하동호 소장 고전문학 자료의 성격과 가치’, 이진오 금오공과대 교수의 ‘『분류동업자도서목록(分類同業者圖書目錄)』(1939)의 발행과 中央印書館의 역할’, 조준희 국학인물연구소 소장의 ‘고투 13년 『이극로 전집』 집필 회고와 유럽 정보’ 등이 눈길을 끈다.

올해 초 개봉된 영화 ‘말모이’의 주인공 류정환의 실제 모델인 이극로(1893~1978)는 경남 의령 출신이자 독일 유학파로서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를 이끌며 한글맞춤법통일· 표준어사정· 외래어표기법 제정 등 큰 업적을 남겼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광복 이후 조선건민회 등 정치 활동을 하다가 1948년 월북한 뒤 남한에서 잊힌 인물이었다. ‘고투 13년 『이극로 전집』 집필 회고와 유럽 정보’는 국어학자인 이극로의 행장을 깊이 있게 추적한 글로 유럽 여러 나라를 다니며 자료와 정보를 수집한 필자의 노력과 작업이 돋보이는 글이다.

박진영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의 ‘서태후의 기억, 혐오와 조롱의 오리엔탈리즘’은 중국 청나라의 몰락을 부채질한 서태후(西太后)에 대한 흥미로운 글이다. “태어나자마자 아편전쟁을 지켜보고 끝내 대제국의 몰락을 초래한 원흉. 중국의 역사를 생전 수천 년과 사후 백 년으로 나누어 버린 여성. 가공인물이 아니면서도 어느 누구보다 드라마틱하게 픽션화된 만악의 화신. 감히 정욕을 소유하고 마음껏 발산했을 뿐 아니라 권력을 직접 휘두르는 정치적 주체로서 정점에 오른 불온한 여성. 마치 수십 수백 가지 마녀 이야기를 한 몸으로 감당하겠노라 작정이라도 한 듯한 결정체”로 규정한 서태후를 다양한 자료 섭렵을 통해 농밀하게 그려냈다.

그밖에 기생연구의 권위자인 신현규 중앙대 다빈치교양대학 교수의 ‘『내외진담집(內外珍談集)』(1915)에 나타난 평양 노래서재(歌齋) 탐방기’, 『만화학생』 등 만화잡지를 통해 1950년대 만화계를 돌아본 만화평론가 백정숙의 글과 권말영인에 들어있는 1950년대 희귀 만화잡지를 통해 독자들은 『근대서지』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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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30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