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사 재발견](8) 1925년 한글로 된 최초의 ‘야구규칙’을 찾아내다

[한국야구사 재발견](8) 1925년 한글로 된...


2019년은 대한체육회가 창립 100년을 맞는 해였다. 1920년 7월 13일에 발족했던 조선체육회(대한체육회 전신)는 창립 기념 첫 행사로 그해 11월 4일부터 사흘 동안 배재고보 운동장에서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를 열었다. 그 대회가 올해 서울에서 열렸던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의 효시였다. 조선체육회가 야구대회를 맨 처음에 개최한 까닭은 창립 주도 세력인 이원용(李源鎔), 변봉현(邊鳳現), 이중국(李重國) 등이 야구인이었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한국야구의 도입은 여러 이견이 있으나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가 황성기독청년회(현 YMCA) 회원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기 시작한 1904년이 정설로 돼 있다. 야구의 발달과 진화는 곧 룰(규칙)의 진화와 직결된다. 그렇다면 한국야구 초창기의 야구규칙은 어땠을까.

유추컨대, 질레트 시절에는 그가 미국 야구규칙집 또는 그 인쇄물로 가르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일본유학생팀이 모국방문 야구경기를 처음으로 가졌던 1909년 이후,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어로 된 야구규칙이 통용됐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여태껏 그때 그 시절의 한글로 된 야구규칙집이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야구 초창기의 야구규칙이 발굴됐다. 이는 그 무렵 한국야구의 규칙을 확인해 볼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발굴된 야구규칙은 우리나라 최초의 체육잡지로 알려진『조선체육계(朝鮮體育界)』제3호에 수록된 것이다.『조선체육계』제3호는 1925년 2월 25일에 발행된 것으로 편집 겸 발행인은 조선체육회 창립 발기인이었던 선우전(鮮于全)이고 한성도서 인쇄, 조선체육계사(서울 견지동 31) 발행으로 돼 있다.

1920년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열렸던 제7회 하계올림픽 400m 이어달리기 금메달리스트인 미국 육상 선수 잭슨 볼니 숄츠를 표지 모델로 내세웠던 이 잡지에 바로 전의용(全義鎔)이 쓴 ‘최신야구규칙(最新野球規則)’이 실려 있다.

『조선체육계』제3호는 ‘아단문고’가 소장하고 있는 잡지로 정태회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이 대한체육회 100년사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제공받아 야구규칙 수록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이 잡지에는 야구규칙 뿐만 아니라 조선체육회 창립취지서와 조선체육회 회칙, 창립 발기인 명단 외에도 발기인 중 한 명인 원달호(元達鎬)가 쓴 ‘육상경기규칙’과 야구규칙을 쓴 전의용의 ‘야구야화(野球野話)’, ‘야구선수의 어깨(肩) 양성법’, ‘싸인은 몇 가지나 쓰일까’ 등 자못 흥미로운 야구 관련 글도 들어 있다.

이 잡지를 공개한 ‘아단문고’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모친인 고 강태영 여사(2016년에 작고)의 호 ‘아단(雅丹)’을 따서 2005년에 만든 재단법인으로 지정문화재 국보 3점, 보물 28점 등을 포함 9만여 점의 우리의 고전적과 근, 현대문학 희귀 잡지, 단행본 등 방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조선체육계』는 1924년 10월 15일에 창간호를 내고 그해 12월 15일에 제2호를 낸 것으로 전해지고는 있으나 아직 잡지 실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1936년 동아일보 기자로 손기정 베를린올림픽 우승 사진의 일장기를 말살해 옥고를 치렀던 이길용(李吉用) 선생이 『신동아』1933년 4월호에 실었던 ‘운동란(欄) 기자열전’의 글 끄트머리에 곁들여놓은 내용이다.


이 잡지에 수록된 ‘야구규칙’을 쓴 전의용은 도쿄유학생팀에서 활약했던 야구선수 출신으로 집필 당시 배재고보 운동부장 겸 조선체육회 심판원이었다.

전의용은 ‘최신야구규칙’ 머리글을 통해 “(야구규칙을) 창간호부터 써달라는 통지를 받았으나 겨우 3호부터 쓰게 됐다. 혹시 반도(半島) 야구계에 참고가 되면 필자의 영광”이라는 취지를 풀어놓고 “모두 마치기까지는 약 8, 9개월이 될 듯하다”고 언급했다.

이 ‘최신야구규칙’은 ‘야구경기장’ 제1조부터 ‘경쟁의 경기자수’ 제16조와 제17조까지 기술해놓은 뒤에 ‘계속 잇는다’는 뜻의 ‘속(續)’이란 글자를 붙여놓았다. 그러나 『조선체육계』가 제3호를 끝으로 발행되지 않는 바람에 애석하게도 전의용의 ‘야구규칙’ 연재도 중단되고 말았다.

전의용의 ‘최신야구규칙’은 물론 일본야구규칙을 베낀 것이다. 이는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를 후원했던 조선총독부 기관지『매일신보』와 제2회 전조선야구대회를 후원했던『동아일보』의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전의용의 야구규칙은 일본『오사카아사히신문(大阪朝日新聞』 이 발간했던 『운동연감(運動年鑑)』에 들어있던 ‘전국중등학교야구대회(현재 여름철 고시엔대회)’ 용 ‘최신판 야구규칙(最新版の野球規則)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그야 어쨌든 당시 ‘야구규칙과’ 관련, 1922년 미국메이저리그 선발팀이 처음으로 방한, 전조선군과 대결했을 때 조선대표팀의 투수로 완투했던(3-23 패) 박석윤(朴錫胤)이『시대일보(時代日報)』1924년 5월 22일 치에 기고했던 ‘(야구대회(野球大會)의 인상-규칙연구(印象-規則硏究)’라는 글을 통해 “우리의 야구도 좀 더 규칙 위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며 밝힌 ‘현행 야구규칙 85조’를 통해 한국야구 초기의 야구규칙의 전모를 짐작할 수 있다.

박석윤의 글에 따르면 “현행 야구규칙은 모두 85조인데, 제1조부터 20조까지는 운동장 설비, 용구 등에 관한 것(일반선수에게는 연구할 필요가 적고), 제21조 경기자석부터 제56조까지는 게임의 종류, 공수의 순서, 투수에 관한 규칙, 주루에 관한 규칙 등으로 이를 알게 되면 운동장에서 자신 있게 게임을 속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참고로 1956년 10월 10일 원로 야구인 이원용(李源鎔)이 편찬하고 대한야구협회가 발행한 우리나라 최초의『공인야구규칙』발간사를 보면 ”해방 이후 야구협회 재건(1946년) 이듬해인 1947년에 ‘빈약한 규칙서를 발행’해 사용한 사실을 밝혀놓았으나 그 실물이 남아 있지 않다.

해방 이후 제대로 된 최초의 한글 야구규칙서는 인천의 야구인인 최상준(崔相俊)이 지은 『야구규칙(野球規則)』(1947년 발행)이 있다.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규칙집은 『2019 공식야구규칙』이다. 프로와 아마협회는 지난 1990년부터 공통 야구규칙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올해 KBO는 메이저리그식으로 규칙집을 전면 개정, 발행했다.

메이저리그(MLB)는 지난 2014년 12월 10일 샌디에이고 규칙위원회 회의를 열고 “야구규칙을 보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들기 위해 개정을 단행한다”며 1949년 이후 65년 만에 전체적인 야구규칙 항목을 재조정, 종전 1조(경기의 규칙)부터 10조(공식기록원)까지 총 204개 항목으로 돼 있던 것을 9조 68항목(1.00 경기의 목적, 2.00 경기장, 3.00 용구(유니폼), 4.00 경기의 준비, 5.00 경기하기(의 진행), 6.00 반칙행위(부적절한 플레이, 금지행동, 비신사적 행위), 7.00 경기의 종료, 8.00 심판원, 9.00 공식기록원 *용어의 정의(괄호 안은 KBO 규칙집 기준) 순으로 전면 손질한 바 있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조선체육계 이미지=아단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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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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