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수와 1루수 사이’ 전준우의 가치 보는 괴리감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9.12.02 15: 02

[OSEN=조형래 기자] 한때 프리에이전트(FA) 최대어로 평가받았지만 한없이 찬바람을 맞고 있는 전준우다. 어떤 포지션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가치에 괴리감이 생기는 모양새다. 
올해 FA 시장에서 전준우는 대어급에 속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책정 받을 것이라고 예상이 됐다. 하지만 시장이 문을 연 뒤에 원 소속 구단 롯데를 비롯해 타 구단의 관심 역시 잠잠하다. 한화에서 전준우의 영입을 고려한 적이 있지만 2차 드래프트를 통해서 정진호(전 두산)를 영입하면서 관심은 한풀 꺾였다. 
영입 경쟁이 붙으면 호가가 올라가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런 시기는 지났다. 무엇보다 전준우가 갖고 있는 역량에서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가 달라지고 있다.

3회말 1사 롯데 전준우가 좌월 동점 솔로홈런을 날린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rumi@osen.co.kr

지난 2016년 경찰청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2017시즌부터 3시즌 동안 정상급 타격 기록을 찍었다. 3시즌 타율 3할2푼1리(1556타수 500안타) 73홈런 242타점 OPS 0.904의 기록을 찍었다. 이 기간 타율 7위, 안타 4위, 홈런 11위, 타점 13위, OPS 10위 등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포진했다. 올해 공인구 반발력 저하의 영향도 크지 않았다. 타율 3할1리, 164안타, 22홈런 83타점 OPS 0.840의 성적을 남겼다. 타격적으로 전준우의 가치는 여전히 뛰어나다. 타격 메커니즘이 공인구에 영향을 받지 않는 스타일이고 몸 관리 역시 성실하고 투철한 편이기에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도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전준우에 대한 평가는 수비에서 갈린다. 전준우는 그동안 중견수를 봤지만 2018시즌 민병헌의 영입으로 좌익수로 포지션을 옮겼다. 하지만 전준우는 수비 포지션을 옮기면서 타격에서 득을 봤지만 수비력은 점점 떨어지는 모습이 역력했다. 타구 판단과 스타트, 송구 등 여러 면에서 아쉬운 모습들이 나왔다. 
’스탯티즈’의 수비 승리 기여도(WAA)는 -2.042로 외야수 전체 최하위에 머물렀다. 아직 세이버매트릭스 수비 지표가 정립되지 않고 불확실한 부분이 많지만 이러한 기록은 납득가는 면도 있다. 냉정히 말해 좌익수 전준우의 수비는 좋은 편이 아니었다. 롯데 구단 내부의 평가는 물론, 타 구단들 역시 전준우의 수비에 의문부호를 표시하는 게 당연했고, 타 구단들은 시즌 중 이를 약점으로 파고들었다. 
FA 협상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전준우를 압박하고 있다. 롯데는 내부적으로 전준우를 더 이상 외야수로 생각하지 않는다. 1루수로 포지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전준우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롯데는 1루수로 포지션 전환까지 생각하며 전준우의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타격 능력에 대한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전준우의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면서 현재 확실한 주인이 없는 1루수 자리를 채우는 포석이다. 
이를 확인한 전준우 측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외야수(비록 코너 외야수지만)와 1루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여전히 1루보다는 외야가 수비에 대한 가중치가 있기 때문. 선수의 가치가 달라지는 중대 사안을 협상장에서 전해 듣고 협상 전략 자체가 꼬일 수도 있는 상황. 양 측이 생각하고 있는 선수에 대한 가치 평가의 다르기에 협상 자체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 
하지만 일단 전준우 측은 차분하게 롯데와의 협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전준우의 에이전트 측은 "첫 협상 테이블에서 기류가 나쁘지 않았다. 선수 가치 평가에 대한 것은 다르겠지만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번 만났는데 대립하거나 그러지 않았다"면서 "선수 포지션과 관련한 부분은 협상 내용이라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선수 가치에 대해 우리도 다각도로 분석을 하고 있다. 전준우 선수는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롯데와 추후 협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jhrae@osen.co.kr
1회말 1사 롯데 전준우가 한화 호잉의 타구를 잡으려다 놓치고 있다.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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