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을 위한 부활 BMW 8시리즈, 무애인(無碍人)을 꿈꾸며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9.11.26 12: 17

 숫자가 높아진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지위가 높아질수록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더 까다롭게 단속해야 한다. 그렇게 높아 가기만 하면 사는 게 재미가 없어진다. 스스로가 쌓은 경계의 벽에 갇히기 때문이다.
BMW 8시리즈는 그렇게 높아가는 담벼락을 무너뜨리고자 했다. 20년만에 8시리즈가 돌아온 이유였다. 점잔빼는 7시리즈가 맘에 들지 않았다. 8시리즈는 그렇게 알을 깨는 심정으로 태어났다. 
BMW 코리아는 20년만에 돌아온 8시리즈를 두고 ‘럭셔리 스포츠카’라고 불렀다. BMW의 최상위 플래그십이 ‘스포츠카’가 됐다. 3-5-7로 이어지는 계층화를 보기좋게 거절했다. 사는 건 즐거워야 하고, 그 가운데 버리기 아까운 덕목 하나가 내달리는 즐거움이다. 무료함이 밀려올 때 쯤, 짝수 시리즈에 자유를 허하는 BMW의 전통이 8을 재소환했다. 시리즈의 정점에 ‘스포츠카’를 지목했고, 궁극의 자리에 ‘M8’을 앉혔다. 

11월 초, BMW 코리아는 몇해 동안 소강상태에 있던 연례행사 하나를 부활시켰다. ‘2019 미디어 시승행사’를 열어 전라북도 전주에서 전라남도 진도까지 278km 거리를 한없이 내달리게 했다. 서울을 벗어나는 순간 마음은 잔뜩 ‘자유’로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런 마음이 영혼의 경계를 없애주는 ‘8시리즈’를 만났다. 정확한 이름은 ‘뉴 840i xDrive 그란 쿠페’다. 생김새부터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7시리즈에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커졌던 키드니(Kidney)가 다시 아담해졌다. 이제야 좀 내달릴 준비가 돼 보인다. 7시리즈의 키드니가 의장용(儀裝用)이라면 8시리즈의 키드니는 실전용이다.
‘뉴 840i xDrive 그란 쿠페’의 심장은 배기량 2,998cc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다. 5,000rpm에서 340마력의 최고 출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1,600rpm부터 50.99kg.m이 만들어져 4,500rpm까지 이어진다. 내달리는 공간이 서킷이 아닌 이상, 숫자는 일정치 이상이 되면 의미가 없어진다. 여러 차들과 뒤섞여 고속도로와 국도를 누벼야 하는데, 최고 출력으로 표시 된 340마력을 다 쓸 일도 없다. 
적당한 출력만 끄집어 내도 고속도로에서 ‘뉴 840i xDrive 그란 쿠페’는 무애인(無碍人)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4.9초. 5미터가 넘는(5,075mm) 럭셔리카가 무한자유를 외친다. 고속 이동체를 따르는 배기음은 파란하늘에 새겨지는 비행운처럼 고고하다. 1억 3,410만 원 하는 가격대가 안타까울 뿐이다. 
8시리즈를 부활시킨 BMW의 의도는 ‘M8’에 가서 노골화 된다. ‘뉴 M8 쿠페 컴페티션(Competition)’이라는 모델명의 이 모델은 그냥 고성능 스포츠카다. ‘뉴 840i’와는 외형만 공유할 뿐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플래그십의 안락함은 온데간데 없고 야성이 극대화 돼 있다. 야성을 즐길 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으면 되레 불편함이 부각 될 수도 있는, 그런 괴물차다. 
BMW의 M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는 ‘신형 V8’ 엔진이 탑재됐다. 최대 출력은 6,000rpm에서 625마력이 쏟아져 나온다. 8시리즈 중에서도 가속력은 독보적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이 3.2초.  공도에서는 감히 겨룰자가 없지만 조용히 숨죽이고 있으면 그냥 좀 무게잡는 8시리즈로 보인다. 
자세히 보면 디테일이 다르다. M 카본 루프와 블랙 더블 스트럿 키드니 그릴, M 트윈 테일파이프, 20인치 스타 스포크 휠, M버튼을 포함한 M 전용 스티어링휠과 인스트루먼트 패널, 통풍 기능을 포함한 M 스포츠 전용 시트 등 M 컴페티션 모델 전용 디자인 요소로 치장 돼 있다. 가격도 일반 8시리즈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부가세 포함해서 2억 3,950만 원이다.  
‘다시 스포츠’를 외친 8시리즈이지만 시동이 걸린 내내 야생마처럼 내달릴 수는 없다. 눈을 내리깔고 얌전을 떨 때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 유용하다. 반자율 주행의 완성도가 상당 수준에 올라 잠깐잠깐 운전대를 맡겨도 될 정도가 됐다. 
실내에서는 고해상도의 12.3인치 계기반과 크리스탈 소재의 글래스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내비게이션의 지도가 계기반 안으로 들어와 있는데, 지도 속 도로를 지나는 모습이 숲길을 탐험하는 모험가 분위기다.  
크리스탈 소재의 인테리어는 기어 노브에서 극치를 이룬다. 지난 달 말 부산에서 열렸던 LPGA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컵이 이 기어 노브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 될 정도다. 지금이야 변속기를 만지작거릴 일이 크게 없어졌지만 예전의 수동 변속기 운전자들에게 기어 노브는 마음의 위안을 주는 소품이었다. 틈만 나면 쓰다듬고, 작은 장식도 달아 주고 했던 소품이 작은 예술품으로 환생한 듯하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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