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1위 - 세계 9위...한국인은 왜 산티아고 순례길에 열광하는가?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9.11.25 07: 32

 몇 년 사이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지난해 기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한국인은 5665명에 달한다.
이 수치는 모든 순례자길의 사무소와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순례자 사무소에 인증된 순례자협회 공식통계다. 등록되지 않고 자유롭게 순례를 한 사람까지 더하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한국인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AD 44년 순교한 예수의 제자 야곱(야고보, 제임스, 쟝)을 모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 걷는 종교적 예식에서 비롯됐다. 총 12개의 길이 있지만,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은 주로 프랑스길(camino frances)을 걷는다.

[사진]미코트래블 제공

프랑스길은 출발지인 생장(saint jean pied de pod)에서 산티아고(Santiago de compostela)까지 총 800km, 무려 40일이 걸린다. 시간의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은 주로 순례인증을 받는 사리아에서 마지막 100km 구간을 걷는다. 
순례자 협회의 2018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국적의 순례자는 세계 9위이다. 스페인이 단연 1위이며 2위부터 8위는 기독교 전통이 강한 유럽국가들이다.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불교, 유교로 그려지는 아시아국가에서 많은 순례자들이 산티아고길을 걷는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 아시아인들 중에서 90% 이상이 한국인이다. 한국인 순례길 20년 역사에 걸맞게 순례길 상점에서는 라면과 김치를 팔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알베르게(순례자 숙소)도 생겼다.
[사진]미코트래블 제공
하루에 20km를 걷는 강행군이다. 관광도 아니고 트래킹도 아닌 순례길 걷기에 한국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티아고 순례길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는 미코트래블의 임경재 대표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무래도 첫번째는 종교적인 이유다. 카톨릭 뿐만 아니라 개신교에서도 야고보의 행적은 성지이다. 두번째는 주로 은퇴하신 장년층이 그간 살아온 시간들을 찬찬히 되짚어보는 일종의 버킷리스트다. 세번째는 스트레스, 삶의 막막함, 우울함, 그런 것들을 떨쳐버리기 위한 해방 창구로 순례길을 선택한다."
여행의 목적이 그 간에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 등을 찾아 떠나는 일종의 유흥이라 할수 있었다. 그러나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것을 뛰어넘어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면서 얻는 정신적 위안과 깨달음을 얻어오는 여행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우리 한국인들의 열광은 자칫 남을 따라간다는 쏠림 또는 냄비근성이라고 비난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렇게 긴 거리를 오랫동안 걸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현재 한국사회에, 한국인에게 충분히 있다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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