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까지 대기’ 6년 전 레바논 원정,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특전사까지 대기’ 6년 전 레바논 원정, 이제는...


[OSEN=서정환 기자] 레바논의 불안정한 국내정세가 벤투호에게 영향을 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4일 오후 10시 베이루트의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중동의 복병' 레바논과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른다. 대표팀은 아부다비를 거쳐 13일 레바논에 입성했다.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레바논은 늘 정세가 불안하다. 현재 레바논에서 29일째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조세 저항으로 촉발된 이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12일 시위해산을 시도하던 군대가 시위자에게 발포해 사망자까지 나와 시위가 더 격화되는 분위기다.

한국대표팀은 6년 전 레바논 원정에서도 비슷한 사건을 겪었다. 당시 최강희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레바논 원정에서 0-1로 끌려가다 후반 추가시간 터진 김치우의 동점 프리킥이 터져 겨우 1-1로 비겼다. 고비를 넘긴 한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레바논은 정규군과 반군의 대립이 극심했다. 한국 대 레바논 경기가 열리기 불과 며칠 전 반군이 베이루트 한국대사관 근처에서 폭탄테러를 자행했다. 경기장 근방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레바논 정규군과 반군의 총격전까지 벌어졌다.

반군이 경기장에서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기장 주변에는 무장한 수백명의 군인들과 장갑차가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레바논에 도착해 현장을 본 선수단과 한국취재진 역시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레바논에서 경험이 많은 최고참 이동국과 김남일 역시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당시 막내급이던 손흥민이 이제 대표팀 주장이 됐다.


실제로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은 지난 1982년 이스라엘 전투기의 폭격으로 쑥대밭이 됐던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1992년 임명된 레바논의 라픽 하리리 총리는 국민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경기장을 재건축하기로 결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인근국가 왕조들에게 2500만 달러의 원조를 받았다. 여기에 레바논 정부가 7500만 달러를 보태 15년 만에 전통의 경기장을 되살려냈다.


기자도 당시 레바논 원정경기를 동행취재했다. 경기를 앞두고 의문의 사내들이 한국 취재진을 찾았다. 레바논에 파견된 한국의 특전사 대원들이었다. 만약 경기 중 불의의 사태가 터질 경우 관중으로 위장한 특전사들이 한국인들의 탈출을 돕도록 파견된 것. 실제로 기자를 비롯한 취재진들은 특전사들과 모의탈출 훈련도 했다. 특전사에서는 한국군인이 현장에 파견됐다는 사실을 취재진들이 보도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다행히 경기 중 불상사는 없었다. 경기 중 관중석에서 폭죽이 터졌는데 이를 폭탄으로 오인해 수천명이 대피하는 소동은 있었다. 선수단과 취재진은 레바논에서 패하지 않고 무사히 경기를 마쳤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경기 후 취재진은 기사를 제대로 마감할 시간도 갖지 못하고 공항으로 이동해야 했다. 공항에서 전세기편으로 선수단과 취재진이 함께 귀국했다. 경기결과가 좋지 못해 선수단의 표정은 어두웠다.


한국대표팀은 역대 레바논 원정경기서 1승 2무 1패를 기록하고 있다. 레바논의 전력에 비해 베이루트 원정은 결코 쉽지 않다. 과연 벤투호는 레바논의 불안한 정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승점 3점을 챙겨올 수 있을까.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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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4 0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