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 특별인터뷰](하) 정운찬 KBO 총재,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들을 볼 수 없어 아쉽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9.10.21 09: 40

한국야구가 국제무대, 그것도 아시아권에서 망신살이 뻗쳤다. 10월 20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렸던 제29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3·4위 결정전에서 대학선수 위주로 구성된 한국대표팀은 중국에 다시 졌다. 그 바람에 한국은 2020년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진출권’을 놓쳤다. 만약 11월에 열리는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에서 진출권을 따내지 못한다면 올림픽 무대에 서보지도 못하게 된다.
이번 패배로 한국야구의 ‘거품론’이 다시 불거졌다. 그에 따라 올해부터 공인구를 바꾼 KBO 리그의 ‘선견(先見)’이 앞으로 어떤 작용을 하게 될지 관심을 끈다. OSEN이 창간 15주년 기념으로 10월 16일 정운찬 KBO 총재의 인터뷰(상편)을 실은 데 이어 그 후속편을 내보낸다.
-KBO 리그가 장기간 ‘타고투저’로 거품론이 심했는데, 올해 드디어 ‘투고타저’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래도 공인구 교체의 영향이 큰 듯한데, 견해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극심한 타고투저가 완화되었고, 경기 시간도 단축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미국, 일본 등 국제 기준과 유사한 스펙(質)으로 교체되어 앞으로 국제대회 적응력 향상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반발계수 조정 후 치른 첫 시즌만으로 그 영향에 대해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현재 선수들도 적응해가는 과정이고, 프리미어12를 비롯해 내년 올림픽까지 국제대회가 연이어 개최되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정 총재는 “공인구 반발력이 떨어져 홈런타자가 줄면서 스타 마케팅에 영향이 있는 등 재검토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개인으로는 투수전을 선호한다. 국제 경기에서도 경쟁하기 위해선 새로운 공인구에 적응해야 한다고 본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10월 2일에 WBSC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확정했습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경기장인 후쿠시마 아즈마 구장의 방사능 오염 문제가 심각합니다. 어떻게 대처하실 건지요?
“KBO와 대표팀은 다가올 프리미어12에서 올림픽 진출을 확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후쿠시마 아즈마 구장은 개막전 1경기만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경기가 배정된 것도 확정은 안 되었다고 듣고 있습니다. 올림픽은 단일 종목 대회가 아닌 만큼 일단 올림픽 진출 확정 후 대한체육회(KOC)와 협의해 대처해야 할 부분입니다. 지난 2007년 잠실구장에서 당시 일본 대표팀의 호시노 감독을 만났을 때 올림픽서 한⦁일전을 하게 되면 어디가 이길 것 같냐고 물었더니 ‘대표팀 간 경기는 알 수 없다’고 말했는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서 우리가 이겨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대표팀 간 경기는 미국이든 일본이든 서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최저연봉 인상, FA 상한제, 외국인 선수 연봉 및 인원 늘리기 등 제도 재정비가 필요합니다만, 현재 KBO의 작업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지?
“지난 7월의 이사회에서 FA, 외국인 선수 등 여러 제도 개선안을 검토, 확정하기로 뜻을 모았고, 지난달 그 첫 단계로 실행위원회(단장 모임)에서 세부 내용을 정립하기 위해 논의를 했습니다. 실행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선수협회와 협의 중인데, 차기 회의와 11월 윈터 미팅을 거쳐 개선안을 확립할 계획입니다. 제도를 세부적으로 한꺼번에 바꾸기보다는 큰 틀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KBO의 방침입니다. 당장 시행은 어렵겠지만 구단, 선수협과 잘 협의해 전력 평준화와 리그의 수준이 향상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FA 상한제가 되든, ‘샐러리 캡’이 되든 잘 협의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스타 마케팅의 일환으로 FA 제도가 필요하지만 정점이 지난 선수들에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은 미국에서도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다른 대안도 생각해볼 시점이고, 경기 제도 등도 스피드업에 초점을 맞추고 정비하고 있는 경향입니다.”
-2021년이면 한국프로야구가 출범 40년을 맞게 됩니다. 그와 관련, 야구 역사 정리, 바로잡기 작업이 필요합니다. 야구 원로들도 많은 이들이 유명을 달리하고 있는 마당에 야구사 편찬이 시급해 보입니다. 야구사 바로 세우기는 대략 세 갈래로 가닥을 잡을 수 있겠는데, 우선 부산시와의 야구박물관 협의가 지지부진, 장기간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어떤 상태이고, 앞으로의 로드맵은?
“KBO는 약 20여억 원에 이르는 연간 운영비의 영구적인 부담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의 지적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점을 검토하였습니다. 이에 따른 대책으로 부산시 기장군의 연간 운영비 일정액(건축물 유지관리 등) 지원이나 부산시 동남권개발계획에 따른 교통인프라 확충으로 접근성을 해결하는 등의 실무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 따라서, 기장군의 지원(안)이 군 의회 의결 등을 거쳐 최종 결정되면, KBO 이사회에서 야구박물관의 연간 운영비와 향후 계획 등을 안건으로 논의하여 추진할 예정입니다. 부산 기장군이 교통편이 불편하다고 하지만 시골 마을이 관광지로 유명해진 미국 쿠퍼스 타운처럼 기장도 명소가 됐으면 합니다. 일단은 사이버 박물관을 만들어서 일반 팬들에게 보여줄 예정입니다.”
-다른 갈래로는 1999년에 편찬한 『한국야구사』의 ‘팩트 오류’가 심합니다. 증보판 『한국야구사』 발간이 필요해 보이고, 아울러 프로야구사를 따로 떼어내 『40년사』로 심층적인 재편찬 작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견해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역사가 없이 현재 우리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역사를 바로잡고 후손에게 알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KBO 리그도 벌써 올해로 38년을 보냈습니다. 프로야구는 물론 한국야구사와 관련해 적당한 시기에 추진할 수 있도록 대한소프트볼야구협회와 협의하겠습니다. KBO에 와서 놀란 일이 도서관이 없다는 점입니다. 지난겨울 작게나마 만들었습니다. 프로야구 40년사는 확실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여담으로 근년 들어 감독들의 색깔이 없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들이 퇴조함으로 인해 흥행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라이벌 관계 등 감독들이 주는 야구 외적 재미가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기록 분석’ ‘스카우트 유능’ 감독 우대로 흐름이 변한 프로야구판에 대한 견해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야구의 모든 것이 분석 가능해지면서 선수 운용, 스카우트 등 분석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팀의 전력 차별과 경기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팬들도 응원하는 팀이 이겨야 재미있겠죠. 분명 리그의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야구를 본 팬으로서는 특색 있고, 팀컬러를 대표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기도 합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적으로 유명하신 분들이 계시지만, 그러한 감독의 모습 또한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개인으로는 카리스마가 있는 감독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예전에 미국의 ‘악동’ 빌리 마틴, 한국의 ‘빨간 장갑의 마술사’ 김동엽(작고) 감독처럼 특색있는 사령탑들의 쇼맨십도 프로야구의 재미라고 봅니다. 요즘은 감독들이 너무 얌전한 감독들 일색인 것 같습니다.”
글, 정리/ 홍윤표 OSEN 선임기자, 박선양 OSEN 스포츠국장
(사진=박준형 기자) 9월 30일 부산 기장군 기장-현대 드림볼파크에서 열렸던 ‘제29회 WBSC 기장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WSBC U-18 야구 월드컵)' 개막식에서 정운찬 KBO 총재가 김응룡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 회장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