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생중계 안했나’ 북한축구, 기량도 매너도 ‘기대이하’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9.10.17 17: 52

누가 봐도 부끄러운 경기였다. 북측이 역사적 남북대결을 생중계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평양 김일성경기장서 열린 북한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서 0-0으로 비겼다. 한국(2승 1무)은 이날 무승부로 2위 북한(이상 승점 7점)과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서 7골 앞서며 조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벤투호는 깜깜이 중계와 무관중으로 펼쳐진 사상 초유의 경기에 진땀을 뺐다. 북한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남측 응원단과 취재진의 방북을 불허했다. TV 생중계도, 외신기자 취재도 허용하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17일 국내취재진에게 북한전 경기영상을 공개했다. 4:3 비율로 촬영된 영상은 화질이 깨끗하지 않았지만 관전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경기분석을 위해 촬영된 영상에는 해설진도 자막도 없었다. 북한 벤치의 고함이 고스란히 녹음됐다.  
경기 전 김일성경기장에 대한민국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무관중 경기임에도 장내 아나운서가 “대한민국 국가가 연주되겠습니다”라고 안내방송을 했다. 선수단은 어느 때보다 비장한 표정으로 애국가를 따라부르는 모습이었다. 벤투 감독과 외국인 코칭스태프만 평소와 표정이 같았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가가 연주되겠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북한국가가 울려퍼졌다. 화면에 비장한 각오의 북한 선수들이 잡혔다. 붉은색 상하의를 입은 북한 선수들은 국가가 끝나자 비장하게 함성을 외쳤다. 
무관중 경기답게 경기장은 고요하다못해 적막했다. 선수들의 고함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경기 전 손흥민이 북한 주장 정일관과 축구협회 엠블렘을 주고받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날래 날래 뛰라우” 등의 북한벤치의 고함이 그대로 영상을 통해 전달됐다. 
북한은 시작부터 축구가 아닌 격투기를 했다. 처음부터 공이 아닌 선수의 다리를 보고 태클을 들어왔다. 일부러 한국선수의 얼굴에 공을 차는 등 거친 플레이가 대부분이었다. 전반전 손흥민이 역습상황에서 공을 잡자 수비수가 대놓고 파울을 했다. 심판은 경고도 주지 않았다. 
경기가 끝났지만 양팀 선수들이 악수하며 격려하는 장면도 볼 수 없었다. 선수단은 부상 없이 끝나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날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김장산 북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이 경기장에서 만나 2023 FIFA 여자 월드컵의 남북 공동개최 추진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인판티노는 "관중석에 사람이 없어 실망했다. 중계방송을 막고, 외신기자의 비자를 받지 않은 북한에 대해 놀랐다. 축구를 통해 북한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은 “취재 허용은커녕 생중계도 협조하지 않은 북한과 우리가 왜 공동개최를 해야 하냐?”며 부정적인 상황이다. 
북측은 남측 중계진의 생방송을 허락하지 않았다. 북측은 녹화중계에 합의하고 DVD 영상을 건넸다. 하지만 이 영상이 기록용인지 방송용인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축구협회는 “기록용 영상을 상업적 방송에 이용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북한에 답변을 요구했으나 언제 답변이 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전했다. 
축구협회는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에게 공개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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