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평양 원정, 뒷이야기도 놀라움의 연속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기상천외한 평양 원정, 뒷이야기도 놀라움의 연속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은 지난 15일 오후 평양...

[OSEN=인천공항, 이균재 기자] 29년 만의 평양 원정길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험난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은 지난 15일 오후 평양 김일성경기장서 열린 북한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서 0-0으로 비겼다. 한국(2승 1무)은 이날 무승부로 2위 북한(이상 승점 7)과 승점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서 7골 앞서 조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벤투호는 깜깜이 중계와 무관중으로 펼쳐진 사상 초유의 경기에 진땀을 뺐다. 북한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남측 응원단과 취재진의 방북을 불허했다. TV 생중계도, 외신 기자도 허용하지 않았다.

태극전사들은 그라운드 내에서도 곤욕을 치렀다. 북한 선수들과 거친 몸싸움과 함께 신경전을 벌였다. 대표팀 선수들과 최영일 단장의 생생한 증언에 의하면, 북한 선수들은 팔꿈치와 손, 무릎을 쓴 건 기본이고 험한 욕설까지 했다. 황인범(밴쿠버)은 한 대 맞기까지 했다. 무사귀환한 것이 다행일 정도.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북한 선수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다. 누가 봐도 거칠게 들어왔다. 이기지 못한 건 너무 아쉽지만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큰 수확일 정도로 거칠었다”며 "심한 욕설도 들었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김진수(전북)도 "북한 선수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때리려고 한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황)인범이는 한 대 맞았다. (북한 선수들이) 욕을 계속 했다”며 “승리하지 못해 아쉽지만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를 하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무사귀환에 의미를 부여했다.

벤투 감독은 "상대가 워낙 거칠게 나와서 심판이 경기를 자주 중단했다. 심판이 선수들에게 얘기하는 게 자주 반복되면서 경기 흐름이 원활하게 이어지지 않고 끊겼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전쟁 치르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축구를 보면서 그렇게 고함 지르는 건 처음 본다. 북한 선수들의 지지 않으려는 눈빛이 살아 있더라. 우린 정상적으로 기술적인 축구를 하려고 했고 북한은 정신적인 축구를 하려고 해서 경기가 거칠어졌다. 선수들이 부상 없이 잘 끝내고 승점 1을 딴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무관중 경기의 뒷얘기도 전했다. 최 단장은 "경기 1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면 5만 관중이 들어오겠구나' 계속 생각했는데 끝까지 문이 안 열려서 선수들도 벤투 감독도 많이 놀랐다. 북한 측에 무관중 경기의 이유에 대해 문의했지만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태극 전사들은 숙소에서도 통제를 받았다. 최 단장은 "인터넷 자체를 아예 하지 못했다. 협회 문 밖으로 못 나가게 했다. 외부인도 출입 금지였다. 호텔엔 거의 선수단만 있었다”고 고백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원정이었다”는 손흥민의 말처럼 기상천외한 평양 원정길이었다./dolyng@osen.co.kr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 페이스북에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클릭!!!]
2019-10-17 14:01

Oh! 모션

HOT NEWS

로딩

OSEN 포토 슬라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