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한국농구에게 터리픽12가 준 교훈 [서정환의 사자후] 

‘우물 안 개구리’ 한국농구에게 터리픽12가 준...


[OSEN=마카오, 서정환 기자] 우물 안에만 있었던 한국선수들이 아시아무대로 나와 큰 교훈을 얻었다.

서울 SK는 22일(이하 한국시간) 마카오 탑섹 멀티스포츠 파빌리온에서 개최된 ‘2019 터리픽12’ 결승전에서 중국프로농구(CBA)의 랴오닝 플라잉 레오파즈에게 82-83로 패해 준우승을 기록했다. 같은 대회에 참가한 전주 KCC는 1승 1패의 성적을 거두고 예선에서 탈락했다.

김선형, 최준용 등 SK소속 국가대표 선수들은 ‘2019 중국농구월드컵’을 경험하고 귀국한 뒤 쉴 새 없이 마카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서 가장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도 세계무대에서 부딪친 뒤 체격열세와 개인기 부족을 절감했다. ‘센터는 리바운드만 하라’는 분업농구는 꼰대농구가 된지 오래다. 이제는 218cm 센터도 3점슛을 자유롭게 쏴야 살아남는 시대다.

국가대표가 아닌 일반 프로선수들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기량을 겨뤄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비시즌 동아시아 4개국(한국, 중국, 필리핀, 일본) 12개 팀의 선수들이 출전한 ‘터리픽12’는 국내선수들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218cm 센터도 3점슛 자유자재로 쏘는 시대

귀화선수 라건아는 프로농구에서 수년간 최강자를 지키고 있다. 이랬던 그도 농구월드컵에 나가 213cm가 넘는 센터들을 상대로 고전했다. 라건아는 외곽에서 3점슛까지 시도했다. 프로농구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라건아는 “상대팀 센터는 213cm 3-4명이 돌아가면서 날 막는다. 난 거의 40분을 풀로 뛰었다. 힘든 점이 많았다. 골밑에서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3점슛을 시도했지만 감독이 좋아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터리픽12에서도 장신센터들이 외곽슛을 즐겨 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난 시즌 NBA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뛴 218cm 센터 살라드 메즈리는 4강전 노마크 기회서 여지없이 3점슛을 꽂았다. 210cm가 넘는 중국선수들도 이제는 3점슛이 기본 장착옵션이다.


한국선수들이 슛이 좋다는 말도 옛말이다. 가뜩이나 체격조건도 떨어지는 한국선수들은 이제 ‘슛도 없는 선수’가 됐다. SK는 결승전에서 3점슛 12개를 시도해 3개만 넣었다. 실패한 3점슛 중 하나만 더 꽂혔다면 승부는 알 수 없었다.

문경은 SK 감독은 “슈팅은 20대 초반에 이미 완성돼야 한다. 요즘 선수들이 대학생시절 슈팅훈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선수들은 필리핀 선수들보다 개인기가 떨어지고, 중국선수들보다 신장도 작다. 슈팅은 일본선수들이 더 월등하다. 한국선수들은 이제 장기가 없는 밋밋한 선수들이 되고 있다. 장점을 갖기 위한 지독한 노력이 필요하다.

SK는 김민수, 최부경, 최준용, 안영준, 애런 헤인즈, 자밀 워니 등 2m급 장신들이 즐비하다. 가드 김선형도 188cm로 한국에서는 큰 편이다. SK는 국내에서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팀이다. 하지만 2m 선수가 10명에 달하는 장대군단 저장과 4강전서 SK는 높이의 어려움을 겪었다. 2m의 김민수가 작아보일 정도로 저장의 신장은 어마어마했다. SK는 평소와 다른 스타일의 농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무대서만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NBA스타영입…과감한 투자로 맺은 결실

중국프로농구는 스타파워가 어떻게 흥행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했다. 중국은 각팀마다 NBA출신 선수 한 두 명은 기본으로 데리고 있는 추세다. 특히 랴오닝은 불과 지난 시즌까지 NBA에서 뛰었던 랜스 스티븐슨과 살라드 메즈리를 보유하고 있다. 랴오닝은 스티븐슨에게 400만 달러(약 48억 원)의 거액을 투자했지만,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NBA출신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확실히 한차원 높은 기량을 선보였다. 이들이 보여준 화려한 개인기에서 나오는 패스와 덩크슛은 팬들이 농구 본연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게 해줬다. 특히 스티븐슨은 쇼맨십까지 뛰어나 보는 재미가 있었다.

마카오 관중들까지 모두 스티븐슨의 ‘에어기타’를 따라하며 “MVP”를 외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스티븐슨의 플레이는 ‘돈을 주고 봐도 전혀 아깝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오고 있다. 아시아프로리그에서 왜 외국선수를 쓰는지에 대한 확실한 이유를 스티븐슨이 보여주고 있다.

KBL도 외국선수 자유계약제도를 도입하고, 신장제한을 철폐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아무래도 시장규모의 차이가 있다보니 KBL이 중국처럼 거액을 주고 NBA출신 선수를 영입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어떤 스타일의 외국선수가 리그의 흥행에 기여할 수 있는지는 중국을 보면서 참고할 수 있다.


필리핀 팬들까지 원정응원…성공적인 대회 마케팅

대회운영이나 마케팅에서도 ‘터리픽12’는 성공적인 대회였다. 기자는 지난 9월 5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농구월드컵을 취재했다. 많은 국내취재진이 기자증 발급오류로 대회내내 하루 2시간씩 할애해 임시 기자증을 매일 갱신해야 했다. 그만큼 대회운영에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터리픽12는 매끄러운 진행으로 운영상의 흠을 찾기가 어려웠다. 대회 MVP인 랜스 스티븐슨의 시상식 후 공식 인터뷰가 없었다는 정도가 아쉬운 부분이었다.

3년째를 맞은 터리픽12는 마케팅에서도 대성공이다. 대회를 보기 위해 필리핀과 중국, 한국의 현지 팬들이 대거 마카오를 찾았다. 자국팀도 응원하고, 마카오에서 관광도 즐기기 위해서였다. 마카오 입장에서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대회의 규모도 날로 커지고 있다. 2년 전 ‘슈퍼8’로 시작했던 이 대회는 이제 동아시아 4개국에서 12팀이 참가한다. 아시아에 근거지를 둔 굴지의 대기업들이 대회스폰서로 나서고 있다. 중국, 필리핀 등에 중계권 판매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팀 관계자는 “처음에는 시즌을 앞두고 연습경기를 하는 전지훈련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대회의 열기가 놀랍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밝혔다.

문경은 SK 감독은 “필리핀과 중국 팬들이 마카오까지 와서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것을 보고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농구의 높은 인기가 그저 부럽다. 한국팀들도 많은 자극을 받았을 것”이라며 대회에서 교훈을 찾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동아시아슈퍼리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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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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