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25년 만의 WC 첫 승’ 男농구, 그러나 한국어 중계는 없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9.09.09 06: 43

남자농구대표팀이 무려 25년 만에 세계무대서 승리했다. 하지만 이를 생방송으로 지켜본 농구팬들은 많지 않았다. 
김상식 감독이 이끈 남자농구대표팀은 8일 중국 광저우에서 개최된 ‘2019 중국농구월드컵’ 17~32위 순위결정전에서 코트디부아르를 80-71로 이겼다. 개막 후 내리 4연패를 당했던 한국은 마지막 경기서 값진 첫 승의 맛을 봤다. 한국농구가 세계무대서 승리한 것은 25년 만의 쾌거다. 
한국의 세계무대 승리는 지난 1994년 토론토 세계선수권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한국은 이집트에게 2승(89-81, 76-69), 앙골라에게 1승(75-71)을 기록하며 3승 5패, 최종 13위를 차지했다.대회평균 19.4점을 넣은 허재는 전체 득점 4위에 올랐다. 19점의 문경은은 6위를 차지했다.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은 5전 전패로 16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후 한국은 무려 16년 동안 세계무대에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2014년 스페인 농구월드컵에 오랜만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5전 전패로 24개국 중 23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이 멤버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그만큼 농구에서 아시아와 세계무대의 격차는 엄청나다. 
올해 월드컵 조별리그 세 경기서 한국은 아르헨티나(69-95), 러시아(73-87), 나이지리아(66-108)에게 모두 참패를 당했다. 중국 안방에서 중국과 2020 도쿄올림픽 진출권을 놓고 겨룬 경기에서 한국은 73-77로 아쉽게 졌다. 한국은 코트디부아르와 마지막 경기를 남겨뒀지만, 부상자가 많아 승리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국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코트디부아르와 마지막 경기에 임했다. 이대성(발목)과 김종규(허리, 햄스트링)는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했다. 중국과 전반전에서 발목이 돌아간 이정현은 고통을 참고 후반전을 뛰었지만, 코트디부아르와 마지막 경기는 뛸 수 없었다. 이승현(발목), 최준용(어깨), 정효근(족저근막염) 등 대부분의 선수들이 부상을 참고 뛰었다. 
악재도 겹쳤다.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SK 정재홍의 사망소식이 들려왔다. 선수단의 절반이 정재홍의 프로팀 동료였다. 김상식 감독과 조상현 코치도 오리온시절 정재홍을 가르쳤다. 선수단은 패닉에 빠졌지만,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계방송사는 한국농구를 버렸다. 중계권을 가진 SPOTV는 코트디부아르전을 일반 TV채널이 아닌 인터넷채널 SPOTV NOW에서 중계했다. 그마저 한국어 해설이 아니라 FIBA TV에서 제공한 영어해설 방송을 그대로 송출했다. 팬들은 한국농구가 거둔 25년 만의 쾌거를 제대로 만끽할 수 없었다. 그나마 인터넷방송이 있는 줄도 몰랐던 팬들은 경기를 아예 보지 못하거나, 불법 인터넷 방송을 전전했다. 
스포츠가 가진 최고의 묘미는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방송으로 경기를 시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SPOTV는 코트디부아르전을 경기 다음 날인 9일 새벽 4시30분에 녹화로 편성했다. 한국이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아니면 동시간대 다른 스포츠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SPOTV를 보유한 에이클라는 지난 8월 KBL과 프로농구 5시즌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그만큼 농구를 중요한 종목으로 인식했다. SPOTV가 새롭게 프로농구 중계를 맡게 된만큼 팬들의 기대가 매우 컸다. 하지만 SPOTV는 프로농구 인기에 직결될 수 있는 비시즌 가장 중요한 국가대표 농구경기를 생중계하지 않았다.   
SPOTV는 한국농구가 25년 만에 거둔 감동적인 승리를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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