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다녀간 아버지, 관심-부담과 싸운 '17살' 장재영 [U-18]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9.09.07 18: 29

“저도 기사로 봤어요”.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에 참가한 한국대표팀 장재영(17·덕수고)은 장정석(46) 키움 히어로즈 감독의 첫째 아들로 잘 알려져있다. 장정석 감독은 경기가 없는 휴일이었던 지난 2일 부산 기장 현대차 드림볼파크를 찾아 A조 예선 한국-니카라과전을 지켜보기도 했다. 
당시 장정석 감독은 관중석에서 일반인들 사이에 섞여 조용히 경기를 지켜봤지만 취재진에 발각돼 본의 아니게 화제가 됐다. 그는 “아들이 뛰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는데 잘했으면 좋겠다”며 “자식을 보기 위해 내 일정도 뒤로 하는 게 아버지 마음”이라고 부정(父情)을 드러냈다. 

홈을 밟은 3루 주자 장재영이 기뻐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대표팀과 아들에 부담 주기 싫었던 장정석 감독은 경기 후에도 조용히 자리를 떴다. 7일 슈퍼라운드 마지막 미국전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아들 장재영은 “아버지가 몰래 오셨다. 저도 기사로 보고 알았다. 경기 끝나고도 따로 안 보고 가셔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몰래 다녀간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번 대표팀에서 이승현(상원고)과 함께 유이하게 2학년인 장재영은 1학년 때부터 150km대 강속구를 던지는 특급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이번 대회에는 미국 스카우트들이 대거 찾았고, 일본 언론에서도 ‘한국의 오타니’라며 장재영에게 큰 관심을 쏟았다. 
지난 2일 한국-니카라과전을 찾은 장정석 키움 감독 /what@osen.co.kr
이제 17살인 장재영도 막대한 관심에 큰 부담감을 느꼈다. 지난 3일 예선 중국전에서 이번 대회 투수로 첫 등판했던 그는 “처음에는 몰랐는데 그날 등판하고 나서 관심이 (스카우트, 취재진이) 많이 왔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 경기부터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내 할 일만 하려 했다”고 돌아봤다.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이날 미국전에도 8회 투수로 나섰다. 1이닝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아쉬움이 있었다. 장재영은 “2점차밖에 나지 않았다. 우리 형들의 타격으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1점을 줬다. 팀에 힘이 못 된 것 같아 미안하다”며 “손가락에 피가 직구보다 변화구 위주로 던졌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4월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올해는 투수보다 타자에 전념한 장재영은 “덕수고 (정윤진) 감독님께서 올해 투수로 많이 안 내보주셨다. 제가 성격이 차분하지 못한데 그럴수록 천천히 하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올해 장재영은 고교대회에서 투수로 4경기 6⅔이닝만 던졌다. 
한국 장재영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soul1014@osen.co.kr
이번 대회에도 투수는 2경기만 나섰다. 3⅓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3실점. 타자로는 7경기 26타수 7안타 타율 2할6푼9리 6타점을 기록했다. 장재영은 “2학년이지만 (이성열) 감독님께서 4번타자도 치게 해주시고,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도움이 못 돼 죄송하다. (소)형준이형이 던지는 것을 보며 많이 배웠다. 내년에는 내가 주축이 돼 잘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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